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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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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은 평화다

등록 2006-04-28 00:00 수정 2020-05-03 04:24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요르단∼팔레스타인∼이라크∼이집트∼모로코.’
지금까지 내가 가본 이슬람 땅이다. 모두 일 때문에 떠난 출장길이었다. 길게는 보름여에서 짧게는 이틀 정도 머물렀으니, ‘가봤다’는 정도의 표현이 올바를 것이다. 그렇게 스치듯 돌아다니고도 머무는 동안 태연하게 글을 많이 써 보냈다는 생각에, 출장을 다녀오고 나면 늘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 하물며 그들의 삶과 문화를 논하는 건 가당찮다.
내가 처음 이슬람을 마주한 건 2001년 9월14일로 또렷이 기억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날은 미국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9·11 동시테러가 열린 뒤 처음으로 맞이한 금요성일이었다. 서울 한남동에 가면 한국이슬람중앙성원이 있다. 이른바 ‘모스크’ 또는 ‘사원’으로 불리는 이슬람의 예배당이다.
중앙성원 부근에는 여러 취재 차량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해코지를 걱정한 듯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 병력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었다. 금요 합동예배(주마)에 참석하기 위해 성원을 찾은 이주노동자와 유학생, 사업가 등 외국인은 물론 이슬람을 신앙으로 받아들인 한국인 무슬림도 만났다. 조금은 긴장한 것 같은 그들은 한결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것은 슬픔과 두려움이 뒤섞인 안타까움이었다.
그들은 슬퍼했다. 수많은 무고한 인명이 스러져간 것을 애도했다. 그리고 두려워했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무슬림 형제’를 겨냥한 임박한 보복과 역테러를 우려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안타까워했다. 비극적인 사건 때문에 ‘평화의 종교’ 이슬람이 또다시 ‘테러와 광기의 종교’로 몰리게 된 것을 가슴 아파했다.
아랍어로 ‘이슬람’은 순종과 평화를 뜻한다. 이른바 ‘한 손에는 코란,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정복전쟁에 나선 이슬람의 모습은 일부 서구학자들이 만들어낸 허상이자 무지의 산물이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지적한 ‘오리엔탈리즘’이다. 이를테면 1187년 십자군을 물리치고 예루살렘을 재탈환한 살라딘(아랍어 이름은 ‘살라흐 앗딘 유수프 이븐 아이유브’)은 기독교인을 포함한 ‘이교도’를 박해하지 않았다. 원하는 이들이 가산을 정리해 예루살렘을 떠날 수 있도록 관용을 베풀었다. 1099년 예루살렘을 정복했을 때 십자군은 무슬림을 포함한 이교도를 학살하고, 사원과 성지를 약탈하고 불태웠다.
세계 인구의 20%에 이르는 약 13억 인구가 무슬림이다. 언제까지 이들 모두를 테러와 동일시할 순 없다. 그들은 우리에게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앗살람 알라이쿰.’ 평화가 그대와 함께하기를.

***** ‘앗살람이슬람’은 이슬람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관해 함께 생각하는 칼럼입니다. 이번호부터 매주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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