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이선주 전문위원 koreapeace@free.fr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내용은 프랑스 대혁명(1789)의 인권선언문에 포함돼 있다. 이후 프랑스는 시민들에게 자유, 평등, 박애의 ‘인권’을 보장하는 공화국 전통을 이어왔다. 여기에다 사회주의적 정치, 사회 풍토가 가미된 프랑스에서 ‘평등’과 ‘차별’이란 단어의 어감은 남다른 데가 있다. 실제로 프랑스어의 ‘차별’은 우리말의 ‘차별’보다 훨씬 부정적으로 와 닿는다.
“우리 공화국은 집단주의를 인정하지 않으며, 시민의 자유롭고 동등한 권리만을 인정한다”라는 논리는 21세기 프랑스 정치인들의 연설에서도 흔히 듣게 된다. 프랑스라는 공화국은 ‘특정 집단주의적 이익’보다 더 보편적인 인간 가치를 내포하는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을 더욱 중요시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런 논리는 다양한 종류의 집단·공동체적인 폐해를 비판할 때 언급되기도 하다.
프랑스적 평등·차별의 역학관계를 잘 나타내는 용어가 ‘긍정적 차별’(discrimination positive)이다. 궁극적으로 평등을 지향해 긍정적인 의도로 차별이라는 방법을 실시한다는 정치사회적 용어다. 이 용어는 1960년대 미국의 케네디 시절 차별받는 소외집단, 특히 흑인들을 대상으로 행해진 차별 극복 정책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영어로는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인데, 프랑스어로는 모순적인 어감을 전하는 ‘긍정적 차별’이라는 용어로 사용되는 점이 흥미롭다. 언어사회학적인 특색이 드러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이 부정적인 단어 ‘차별’은 긍정적인 의도에서만 법적·정치적으로 실시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할 수 있다.
긍정적인 차별 정책으로 교육우선지구(ZEP)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1980년대 초부터 실시됐는데,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낮다고 평가되는 학교들에 우선적으로 더 많은 지원을 한다는 의미다. 21세기를 전후해서 실시되는 또 다른 교육 정책은 극도의 엘리트 고등교육 기관들인 그랑제콜에 ZEP 지역학교 출신의 학생을 소수라도 입학시킨다는 것이다. 쿼터제를 통해 소수집단에 특권을 주는 식이다. 차별 문제가 뜨거워지는 요즘에는 이 제도를 차별 현상이 두드러진 곳에 더 넓게 적용해 실시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평등·차별의 역학’은 개인 간의 경쟁이 격심해지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원칙과 현실’의 함수가 되었다. 원칙만으로 설복시키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여기에 ‘의도와 결과’의 변수까지 고려하면 더 골치 아프다. 이 시대에 인간 평등의 길은 어느 역사적 시기보다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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