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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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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이제는 심심하지 않으리

등록 2006-01-11 15:00 수정 2020-05-02 19:24

사막 위에 실내스키장, 인공섬에 오페라하우스 들어선 꿈의 도시 두바이
볼거리·놀거리 늘어난 ‘현실 속 아라비안나이트’에 지난해 관광객만 700만명

▣ 암만=김동문 전문위원 yahiya@hanmail.net

중동에서 커가는 아이들은 푸른색보다 노란색을 더 많이 보고 자란다. ‘중동’의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진을 찾으라고 하면 흔히들 사막과 낙타, 오아시스가 어우러진 장면을 선호할 것이다.

바깥 온도 40도, 실내는 영하 1~2도

1990년대 말만 해도 중동은 심심한 곳이었다. 손에 꼽을 만한 문화공간이 드물었다. 영화관이나 간단한 놀이시설이 딸려 있는 놀이공원이 고작이었다. 관광명소들이 이집트나 레바논 같은 곳에 있지만 그것은 문화공간의 의미는 아니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도 이런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그런 중동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제는 중동을 그리는 이미지에 4륜구동 자동차에 스키 장비를 싣고 가는 장면이 더해져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이 가고 싶은 곳이 늘고,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도 늘어나고 있다.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에 등장하는 알라딘의 마술램프가 빚어내는 신비한 이야기 같은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심심하지 않은 테마공원이 곳곳에 가득 차오르고 있다. 볼거리와 놀거리가 많은 곳에 사는 유럽인들조차 이 지역으로 줄지어 유람을 오기에 이르렀다. 이 사막지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중동 최대의 관광국가 하면 이집트와 이스라엘, 레바논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700만 명의 관광객을 맞이한 나라가 있다. 이 관광지는 언제나 성수기다. 그래서 언제나 마땅한 숙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아랍 젊은이들이 ‘가장 살고 싶은 나라’로 꼽는 곳이기도 하다. 말도 잘 통하고 자유롭고 먹고 마시는 데 불편함이 없고, 볼거리와 놀러갈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곳에 넘쳐나는 쇼핑몰, 사막의 황금빛 모래언덕을 대신한 거리마다 펼쳐지는 푸른 천연 잔디밭과 공원, 요트 타기와 윈드서핑, 각종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수상공원, 사막의 넉넉함과 어우러지는 완전 100% 그린에서 즐기는 골프, 3성급 이상의 호텔에서 즐길 수 있는 나이트클럽의 밤 문화…. 아라비아 연안 아랍에미레트 두바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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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 때마다 두바이는 많이 변했다. 더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놀라운 속도로 무한질주를 했다. 두바이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새로운 문화공간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어 신기루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 정도다.

최근에 한국인들의 눈길을 끈 것은 두바이 실내 스키장(http://www.skidxb.com)이다. 눈이 내리지 않는, 언제나 찌는 듯한 여름의 나라에 스키장이 들어선 것이다. 이 스키장에는 약 10억달러(약 1조500억원)가 투자됐다. 높이 62m, 길이 400m, 면적 3천㎡, 수용인원 1500여 명 규모로 다양한 난이도의 스키 코스 5개도 갖추고 있다. 실내 스키장 천장에서는 제설기가 끊임없이 눈을 만들어낸다. 덕분에 인공 슬로프에 50cm의 두께로 깔린 눈은 6천t에 이른다. 바깥의 온도는 40도가 기본이지만 실내온도는 항상 영하 1~2도가 유지된다. 일교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온도 적응 시설도 갖췄다.

지금도 두바이는 꿈을 꾸고 있다. 땅과 바다에서 동시에 펼쳐지고, 허허벌판이었던 사막은 꿈을 만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 디즈니랜드보다 8배나 크고 올랜도 디즈니랜드의 1.5배에 달하는 ‘두바이랜드’가 1만5천ha의 사막 한가운데에 올라가고 있다. 투자 규모가 60억달러에 달한다.

디즈니랜드보다 8배나 큰 두바이랜드

아무것도 거칠 것 없던 바다에는 섬이 들어서고 신대륙이 열리고 있다. 이미 인공섬 위에 돛단배 모양으로 지어진 7성급 호텔 부르즈 알 아랍은 구경만 하는 데도 10만원의 관람료를 받는다. 하루 숙박비가 750만원이나 되지만 빈 방이 없다. 바다 위의 인공섬 개발 프로젝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주거·레저·휴양시설 등을 아울러 꾸미는 야자수 잎사귀 모양의 ‘팜 아일랜드’를 3개 건설하는 ‘더 월드’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300여 개의 인공섬을 세계지도 모양으로 만들고 있는 ‘더 월드’는 2008년 완공할 계획인데 이미 85%가 분양됐다. 이들 4개의 인공섬으로 새롭게 조성되는 것이 해변이다. 1100km로 경부고속도로의 3배에 이르는 인공 해변이 함께 조성된다. 수심 20m의 해저호텔 ‘하이드로 폴리스’ 건설 계획도 구상 중이다. 지금 두바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와 같은 각종 프로젝트의 비용은 얼마나 될까? 약 300억달러로 100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대규모 오페라하우스도 인공섬 위에 지어지고 있다. 두바이 크릭(포구)에 있는 인공섬에 건평 100만㎡, 수용인원 2500여 명 규모로 지어지고 있다. 크기는 중간 규모지만 부대시설은 최고를 지향한다. 도서관, 음악학교, 실외극장, 발레공연장, 미술관, 선착장까지 갖춘 고급 호텔이 함께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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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에서는 주거문화도 하나의 문화상품이다. 고급 주택단지와 레저문화 공간을 결합한 수많은 별장형 주택 건설이 그것이다. 이른바 아랍 문화와 친환경적 콘셉트와 쾌적한 생활 공간을 잘 버무린 것이다. 두바이에서 40여 분 떨어진 사막 한가운데에 자리한 알 마하 사막 리조트 & 스파(Al Maha Desert Resort & Spa)가 대표적이다.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각종 고급 사막 주택은 분양 계획이 나오기 무섭게 매진된다. 두바이에서는 쇼핑도 하나의 문화상품이다. 쇼핑 문화의 선두에 두바이가 있다. 때를 따라 쇼핑 축제가 연출된다. 쇼핑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문화상품이다. 이븐 바투타 몰(http://www.ibnbattutamall.com/)이 대표적이다. 모로코, 이집트, 튀니지, 인도, 이란, 중국 등 6개국 풍으로 지은 이 쇼핑몰은 전시회를 연상시키는 이국풍의 볼거리들로 꾸며져 있다. 두바이의 쇼핑몰은 각종 이벤트와 문화 공연이 이어지면서 복합 문화공간으로 새로운 쇼핑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다.

지난해 두바이 공항을 이용한 사람은 2100만 명. 관광 등을 위해 두바이를 찾은 사람은 700만 명이라고 한다. 2010년에는 그 수가 1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바이 드림’은 2018년까지 연간 관광객 1억 명을 두바이에 끌어들인다는 야심찬 ‘꿈’이다. 이것은 2011년까지 두바이를 석유 의존 경제에서 완전히 탈피시킨다는 구상으로 이어진다. 이미 지난해 국내총생산 중 비석유 부문의 비중이 93%를 차지한 것에서 그 꿈은 이미 현실이 됐다.

인근 국가들마다 두바이 벤치마킹

두바이는 흔히들 ‘주식회사 두바이’로 일컫는다. 두바이 주식회사의 좌우명은 “당신은 상상하라. 우리는 그것을 현실로 바꿔준다”는 것이다. 지난 1월4일 주식회사 두바이 최고 경영자를 자처하던 알막툼 국왕이 서거했다. 이제까지의 두바이 드림이 막툼 국왕의 주도로 이뤄졌다. 그래서 앞으로가 문제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두바이 드림은 자생력을 가진 생명체마냥 이미 탄력을 얻어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 새로운 국왕 셰이크 모하메드는 이미 막툼을 대신해 그동안에도 두바이 개혁·개방 정책의 사령탑 역할을 충실히 하며 두바이를 중동지역 무역·금융·관광의 허브로 꽃피워왔다. 지금도 두바이는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의 실현을 맛보고 있는 인근 중동 국가들도 저마다 두바이 벤치마킹에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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