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단점을 고칠 시간은 없다

포스트시즌 진출한 ‘최후의 10팀’

2016 정규리그 대장정 기간 남긴 기록
등록 2016-10-12 12:46 수정 2020-05-02 19:28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10월4일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승리했다. 에드윈 엔카르나시온 선수가 3점 홈런에 성공한 뒤 팀 동료들이 몰려들어 기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10월4일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승리했다. 에드윈 엔카르나시온 선수가 3점 홈런에 성공한 뒤 팀 동료들이 몰려들어 기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해마다 가을이 되면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최후의 10팀’이 별들의 전쟁을 벌인다. 정규리그 162경기의 대장정을 이겨낸 팀들이 ‘정규리그 뒤’를 일컫는 포스트시즌에서 진검승부를 벌이기 때문에 흥미로운 사실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올 시즌도 예년 이상으로 흥미로운 일이 많다.

2016 시즌 정규리그에서 시카고 컵스는 103승58패로 유일한 ‘100승대 팀’이 됐다. 승률도 6할4푼에 이른다. 승률 2위권 팀들이 5할8푼대인 점을 보면, 얼마나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컵스의 마운드가 상대팀에 허용한 피안타율이 2할9리밖에 되지 않는다. 1900년 이후 내셔널리그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현재 최고 기록 역시 컵스가 1906년에 세운 2할6푼이다. 컵스의 높디높은 마운드 전통을 실감케 하는 기록이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추신수가 소속된 텍사스 레인저스는 올 시즌 ‘1점 차 승부’에서 무려 36승11패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1점 차 경기에서 승률이 무려 7할6푼6리에 이른다. 이 역시 1900년 이후 1점 차 경기에서 최고 승률이다. 텍사스의 끈끈함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주는 기록이다.

클리블랜드는 꾸준함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정규리그 162경기를 치르다보면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기 마련이다. 슬럼프에 빠진 팀들은 5연패를 당하는 일도 잦다. 이런 식으로 두어 차례 연패하면 시즌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 클리블랜드는 올 시즌 3경기 이상 연패를 당한 적이 없다. 그만큼 기복 없이 시즌을 잘 끌고 왔다고 볼 수 있는 수치다.

LA 다저스는 2016 시즌 선발진에서 류현진의 부재와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의 부상 등으로 선발진 유지에 안간힘을 썼다. 그럼에도 여유 있게 지구 1위를 차지했다. 불펜과 타선의 덕이다. 일반적으로 선발이 빠르게 강판되면 그 경기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다저스는 올 시즌 선발투수가 5회 이상을 버티지 못한 경기에서 무려 39승을 거뒀다. 종전 콜로라도 로키스가 갖고 있던 역대 기록(2012년)보다 4승이나 많다.

다저스 투수진보다 더 놀라운 것은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발투수진이다. 토론토는 올 시즌 단 한 번도 완투 경기를 해낸 선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들이 던진 이닝은 995.1이닝에 이른다. 메이저리그팀들 중 선발투수가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팀이 됐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이런 기록은 13번밖에 없다.

타자들은 어떨까? 3루타가 홈런보다 어렵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 경기에서 한 선수가 1루타-2루타-3루타-홈런을 모두 기록하는 ‘사이클링 히트’가 있는데, 여기서 가장 어려운 기록이 바로 3루타란 점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래도 이번 시즌 볼티모어는 너무 심했다. 시즌 내내 팀 내 3루타가 6개에 불과하다. 140년의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 한 팀 최소 3루타 기록이다. 볼티모어는 팀도루도 19개로 꼴찌였는데, 팀홈런이 메이저리그 1위였다. 결국 볼티모어는 홈런을 쳐야 이기는 팀이란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긴 시즌을 오는데 왜 사연이 없고 이야깃거리가 없을까. 메이저리그 모든 팀들은 다양한 사연만큼, 많은 기록을 만들어낸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부각해야 ‘가을야구’에서 왕좌를 다툴 수 있다. 포스트시즌에선 초단기전이 벌어진다. 단점을 고쳐나갈 시간은 없다. 올 시즌 과연 어느 팀이 자신만의 강점을 앞세워 우승의 영예를 안을지 지켜보자.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야구 해설위원



독자  퍼스트  언론,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