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이기’ 하면 뭐가 떠오르시는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자동차를 생각할 것이고, 어떤 이는 TV나 휴대전화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식품 전문가에게 묻는다면 한 가지로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전자레인지’라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문명의 이기가 있기에.
전자레인지의 고향은 당연히 패스트푸드의 나라 미국이다. 가정용으로 정식 출생신고를 한 것이 1960년대 후반께. 태어나자마자 ‘편리함’이라는 찬사를 자양분으로 무럭무럭 자랐다. 미국 가정 내 보급률이 1970년대 초에 1%였던 것이 1980년대 중반 들어 25%로 크게 는다. 오늘날엔 몇%나 될까. 거의 100%? 예상과는 달리 9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10% 가까운 가정엔 전자레인지가 없다는 이야기다. 얼마나 궁핍하기에 그 흔한 것 하나 들여놓지 못할까.
그러나 그렇게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전자레인지를 쓰지 않는 가정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빈곤 때문이 아닐 터여서다. 그들은 오히려 고소득층일 가능성이 크다. 지식인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자레인지가 숨기고 싶은 치부가 들어 있다.
일설에 따르면 전자레인지의 원래 고향은 미국이 아니라고 한다. 처음 아이디어가 태동한 곳은 나치 치하의 독일이었다는 것이다. 나치가 전쟁에 패함에 따라 이 아이디어는 옛 소련 쪽으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소련은 전자레인지를 만들지 않았다. 이유는 소련의 과학자들이 극구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들이 전자레인지 제작을 반대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훗날 미국의 과학자인 윌리엄 코프가 해준다.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가열하면 우선 발암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각종 성분들이 비정상적으로 변하기 때문이죠. 또 여러 유용한 영양분들이 파괴되고 음식으로서 생명력을 잃게 됩니다. 이런 음식을 자주 먹게 되면 병약한 체질로 변하게 되죠. 굳이 음식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와 같은 기계를 부엌에 놓고 돌리는 건 재고해야 합니다. 새어나오는 전자파에 의해 인체 세포가 직접 손상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처럼 전자레인지의 유해성에 경종을 울리는 학자들은 그 밖에도 많다. 스위스의 한스 허텔 박사는 “전자레인지로 가열한 음식을 먹으면 혈액의 헤모글로빈이 감소하고 나쁜 콜레스테롤이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또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은 “전자레인지에 의해 인체 면역력이 약화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주장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나오고 있어 흥미를 끈다. 물 연구가로 유명한 김현원 연세대 교수는 자신이 만든 알칼리수를 전자레인지에서 가열하지 말도록 주문한다. 전자파에 의해 물의 치유 효능이 손상된다는 것이다.
전자레인지는 그야말로 생필품 중의 생필품이다. 그런 기계에 웬 황당한 잡음인가? 가열 방식을 알면 납득이 간다. 전자레인지는 열을 이용해 음식을 조리하는 일반 가열 방식과 전혀 다르다. 1초에 수십억 회 운동 방향을 바꾸는 강력한 전자파를 발생시킴으로써 음식의 구성분자들을 마구 뒤흔든다. 이때 순간적으로 열이 발생하고 온도가 빠르게 오르는 것이다. 음식이 만일 생명체라면 난데없이 몰매를 맞고 화병에 걸려 있는 꼴이라고 할까.
전자레인지는 음식을 가열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물품이다. 그런 것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일은 자연의 섭리에 위배되는 행위다. ‘슬로푸드’니 ‘로컬푸드’니 하는 말들이 더 자주 등장하는 요즘, ‘먹는다는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것은 단지 음식을 먹는 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음식을 만드는 일도 중요한 일부분이다. ‘만드는 일’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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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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