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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공격하는 ‘흥분독소’

등록 2007-04-06 00:00 수정 2020-05-03 04:24

▣ 안병수 지은이 baseahn@korea.com

‘뉴트라스위트’(NutraSweet)라는 회사가 있다. 미국 시카고에 본사가 있다. 인공감미료를 대표하는 아스파탐 생산업체다. 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누구든 단맛에 대한 향수로 침샘이 축축해짐을 느낄 것이다. 이런 이미지 광고 문구도 눈에 들어온다. “마음껏 달콤한 맛을 즐기세요. 칼로리 걱정, 혈당 걱정은 붙들어매시고요.”

광고가 자랑하듯 아스파탐은 꽤 매력적인 감미료다. 매력의 원천은 강력한 단맛. 설탕에 비해 감미가 약 200배나 된다. 식품에 설탕이 보통 10% 남짓 사용된다고 보면 이 감미료는 0.05% 수준에서도 톡톡히 제 몫을 해낼 수 있다. 맛만 있고 실체는 없는 셈이니 칼로리 걱정을 할 이유가 없다. 혈당 문제도 마찬가지. 게다가 친근한 맛 또한 매력으로서 빼놓을 수 없다. 흔히 ‘설탕과 유사한 감미 패턴을 지닌다’고 표현한다. 이런 아스파탐만의 강점이 오늘날 ‘인공감미료 지존’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게 해준 원동력인데….

문제는 안전성이다. 허가 당시부터 터져나온 잡음이 20년이 훨씬 지난 오늘까지 줄기차게 계속되고 있다. “아스파탐에 대한 유해성 보고가 만 건은 될 겁니다.” 미국 첨가물 전문가 도리스 사전트의 설명이다. 이 영웅적인 감미료에 어떤 흠이 있단 말인가.

페닐알라닌 50%, 아스파라긴산 40%, 메탄올 10%. 아스파탐의 신상명세서다. 이 세 가지 물질로만 구성된 것이 신기하게 강한 단맛을 낸다. 무엇이 문제일까. 일단 가장 뒤에 보이는 물질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메탄올은 유독성 물질로 익히 알려져 있지 않은가. 이 물질은 체내에서 포름알데히드로 변한다. 뇌종양과 망막세포 손상, 바로 포름알데히드 짓이다. 그 정도 적은 양에서도 문제가 되냐고? 1ℓ짜리 다이어트 음료 한 병에 들어 있는 아스파탐은 섭취 허용량의 7배에 해당하는 메탄올을 만든다는 게 미국 의학자 하이만 로버츠 박사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메탄올 문제는 아스파탐이 가진 흠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겁나는 건 앞의 두 물질이다. 페닐알라닌과 아스파라긴산. 혹시 식품 지식이 있는 분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겠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평범한 아미노산이기 때문이다. 이 물질들도 해롭단 말인가.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상식이 하나 있다. 일반 식품의 아미노산과 아스파탐의 아미노산은 천지 차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몸에 들어오면 전혀 다르게 행동한다. 아스파탐에서 유리된 페닐알라닌과 아스파라긴산은 혈류를 타고 뇌세포로 모여든다. 뇌의 특정 부위에 유리 아미노산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한다. 그 결과는? 뇌호르몬 교란, 신경세포 파괴 등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뇌에서의 이와 같은 무질서는 비단 아스파탐에서만 관측되는 게 아니다.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가 인공조미료다. MSG로 알려져 있는 글루타민산나트륨. 주 구성물질이 글루타민산이다. 역시 아미노산이다. 우리 몸에 들어오면 똑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뇌세포를 공격하고 정신건강을 해친다.

아스파탐과 MSG는 맛은 다르지만 결국 한집안 자손이다. 이런 물질을 미국의 신경학자 러셀 블레이록 박사는 ‘흥분독소’(excitotoxin)라 부른다. 뇌와 신경 세포를 쓸데없이 흥분시켜 해를 입힌다는 뜻이다. 첨가물 법정이 있다면 가장 먼저 흥분독소를 제소하고 싶다. 정신 건강과 관련한 각종 사회문제의 원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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