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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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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3개 더” 통합당 “18개 다”

‘독수리 5형제’ 배출한 부산 지역구 민심 르포
등록 2020-04-04 05:26 수정 2020-05-07 01:35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유채꽃밭에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조성한 기표 마크 탐방로. 연합뉴스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유채꽃밭에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조성한 기표 마크 탐방로. 연합뉴스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연기해주세요.” “총선 연기를 안 할 거면 선거공보물에 마스크를 보내고 투표일에 쓰고 나올 수 있게 해주세요.”
숱한 ‘총선 연기’ 주장에도, 예정대로 4월15일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집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4월2일부터 13일 뒤면, 새로운 국회의원 300명이 탄생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치르는 총선이지만 어느 때보다 결과는 안갯속입니다. 후보자 당락을 결정할 변수인 인물도, 정책도, 바람도 완전히 묻혔습니다.
그래도 253개 지역구를 한곳 한곳 들여다보면 치열한 접전이 벌어집니다. 그중에서도 시민들의 마음이 가장 역동적으로 출렁이는 부산을 돌아봤습니다. 4년 전, ‘3당 합당’(1990년) 이후 보수정당의 표밭에 처음으로 파란 깃발을 꽂은 ‘민주당 독수리 오형제’가 있는 5개 지역구에선 ‘벼랑 끝 승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 번 더 시민들을 붙잡으려는 힘과 다시 이들의 마음을 앗아오려는 힘이 정면충돌합니다. 남은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두고선 꼼수와 꼼수의 대결이 한창입니다. 나름의 뜨거움이 지역구 대결 못지않습니다.
우리의 생활이 위태로워진 상황에선 선거가 더 중요합니다. 일상은 잠시 멈춰섰지만, 삶은 계속되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누구에게, 어떤 정당에 투표해야 하냐고요? 5개 지역구의 시민들, 그리고 48.1㎝짜리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에 적힌 35개 정당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당신의 마음이 한곳으로 기울지도요.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5곳. 18개 지역구에서 5곳은 많다고 할 수 없는 수다. 하지만 부산이라면 다르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부산 선거구 18곳 중 5곳에 파란 깃발을 꽂았다. 2004년 조경태 열린우리당 후보, 2012년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당선 이후 최대 성과였다. 그렇게 ‘부산이 디비졌다(뒤집어졌다)’. 많게는 십수년씩 지역을 닦아온 민주당 후보들이 박근혜 정권을 향한 실망, 새누리당의 ‘진박 공천’에 대한 분노의 민심을 파고든 덕분이었다. 이듬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부산의 촛불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었다. 또, 이듬해 지방선거에선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 오거돈 부산시장을 탄생시켰다. 기초단체장 선거구 16곳 가운데 민주당이 13곳을 가져갔다. 같이 치른 재보궐선거에서 해운대을 국회의원으로 윤준호 의원이 당선되며, 민주당 의석은 6석으로 늘었다. 부산 민심은 민주당에는 기회를 주고 미래통합당(옛 자유한국당)에는 채찍을 들었다.

4월2일 공식선거 운동이 시작되며 부산 민심은 다시 요동친다. 2년여 전부터 대통령의 고향 부산은 문 대통령과 여당에 다시 냉정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민주당 전성시대’의 시작점인 ‘부산의 독수리 5형제’ 지역구부터 심상치 않다.

*4월1일 기준 최신 여론조사. 부산진구갑은 3월30일 <부산일보>, 남구을은 3월31일 SBS, 연제구는 3월29일 <부산일보>, 사하구갑은 3월30일 <부산일보>, 북구강서구갑은 3월30일 <부산일보> 발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4월1일 기준 최신 여론조사. 부산진구갑은 3월30일 <부산일보>, 남구을은 3월31일 SBS, 연제구는 3월29일 <부산일보>, 사하구갑은 3월30일 <부산일보>, 북구강서구갑은 3월30일 <부산일보> 발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위기 때마다 지지율 크게 출렁거려

<한겨레21>은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을 3월31일~4월1일 이틀간 찾아 유권자들의 마음을 들어봤다. 남구을, 북구강서구갑, 사하구갑, 연제구, 부산진구갑.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는 5곳의 지역구에선 보수·중도층을 한 번 더 붙잡아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여당과, 떠난 이들을 다시 붙잡아 ‘보수의 도시’로 회귀하려는 야당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부산 민심의 흐름은 가까운 울산·경남부터 수도권·충청까지, 또 다른 격전지에서 표류하는 표심과 공명한다.

“박근혜(전 대통령) 늘 찍고 우리 다 보수우파였는데, 박근혜한테 돌아섰단 말이야. 여기 (민주당) 5석이나 했다 아이가. 민주당이… 시의원, 구의원도 싹 다 돼붓다(돼버렸다). 나도 문재인(대통령), 오거돈(부산시장) 찍고 다 했지…. 그럼 문재인이 잘해야 될 거 아이가.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선거법 통과시키고 조국 같은 사람 장관 앉히고 잘 모한다고(잘 못한다고) 생각해. 영춘이(김영춘 부산진구갑 민주당 의원)는 똑똑하지. 그 친구 점잖거든, 인물이야. 그런데 그것도 같이 미워지는 기라. 미래통합당도 인물도 없고 서병수도 시장 떨어지고 여기 나왔잖아. 그래도 영춘이 또 찍어주면 이 정권이 또 간단 말이야.” 부산진구 초읍동 부산어린이대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최아무개(72)씨는 지역구 여당(김영춘 현 민주당 의원) 후보가 좋다면서도 민주당을 찍을 수 없는 ‘명분’을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부산진구는 원도심으로 부산의 중심 상권인 서면이 자리해 ‘부산의 심장부’라고 한다. 14~19대 총선 24년 동안 부산진구 갑·을 모두 미래통합당 계열 정당 의원이 당선됐다. 김영춘 현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제동을 걸었다. 1990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 이후 부산진구에서 처음 당선된 민주당계 의원이었다. 이번 21대 총선에선 당 부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부산 전체 선거도 이끌고 있다. 설욕을 벼르던 통합당은 ‘낙하산 공천’ 논란을 무릅쓰고 4선 국회의원(해운대·기장갑)과 부산시장을 지낸 서병수 후보를 전략 공천해 선대위원장을 맡겨 부산 선거를 이끌게 했다.

최씨 같은 유권자가 많아서일까. 3월30일 발표된 <부산일보> 여론조사(한국사회여론연구소 3월25~26일 511명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3%포인트)에서 김영춘 후보는 32.9%로 서병수 후보(41.1%)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선 정근 후보의 지지율(14.9%)까지 고려하면 민주당 처지에선 아픈 결과다.

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민주당 “사상구·북구강서구·중구영도구 추가”

민주당의 고전은 지난 2년간 부산에 차곡차곡 쌓여온 ‘정권 심판’ 정서와 닿아 있다. 현지 민주당 관계자는 “조국 전 장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등에 대한 유권자의 반감이 바닥에 짙게 깔렸다”고 말한다. 부산의 민심은 문재인 정부가 정책이나 인사에서 위기를 겪을 때마다 다른 지역보다 크게 출렁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정례 조사에서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응답자 수는 150명 안팎에 불과하지만, 민심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 80%대 높은 지지를 보내던 부울경 지역은 빠르게 전체 지지율 곡선에서 이탈해나갔다. 북한 비핵화를 두고 북한과 미국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최저임금 인상을 포함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보수 정당·언론의 공격이 거세던 2018년 9월 초, 문 대통령의 지지율 50%가 처음 붕괴됐을 때 부울경의 지지는 40%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며 지지·규탄 도심 집회가 벌어지던 2019년 10월 셋째 주에는 34%로 최저점을 찍었다. 정부·여당 지지자들의 마음도 흔들렸다. “나는 문 대통령이 다 잘했다고 보는데 조국 때는 좀 구린 냄새가 나기는 했죠.”(남구 용호동에서 만난 60대 남성) 올해 3월 첫째 주까지도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지지율은 35%까지 떨어졌다. 민주당 지지율은 27%까지 추락해 통합당(30%)에 밀리기 시작했다.

“코로나 악수로 할까요.” 3월31일 오후 김영춘 후보는 부산진구 부전동 부전농수산물 새벽시장 상인들을 만날 때마다 주먹을 부딪치며 인사했다. 가게 안을 들어가야 할지, 마스크를 벗어야 할지 ‘코로나 총선’ 선거운동은 쉽지 않다. 그에게 4년 전 <한겨레21>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아직도 유효하냐고 물었다. 그는 4년 전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선전에 대해 “어느 정당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투표한 독립적 투표층이 일으킨 선거 혁명”이라며 이들을 “(새누리당이 쳐놓은 거대한) 그물을 찢고 나온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숨을 고른 뒤 답했다. “어… 저는 (독립된 투표층이) 살아 있다고 봐요. 그 투표층이 4년 전, 혹은 2년 전보다 더 줄어들었을 수도 있죠. 민주당 지지로 갔다가 다른 당 지지로 갔다가 스윙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는 여당에 불리하게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저희(민주당 부산시당) 자체 여론조사로는 꼭 그렇지 않다. 완만하지만 서서히 상승하는 추세”라고 반박했다.

실제 민주당은 3월 중순 넘어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외국과 비교되면서 지지율이 반등하고 있다고 본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번 선거에서 6석 이상 당선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한다. 사상구 현 의원인 장제원 통합당 후보와 경쟁하는 배재정 후보, 북구강서구을 현 의원인 김도읍 후보와 맞붙은 최지은 후보, 중진인 김무성 통합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중구영도구에 나온 김비오 후보가 새로 의석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3월 중순 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는 추세고, 코로나19의 정부 대처에 대한 최근 여론조사들도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를 10%포인트 이상 앞선다.

3월31일 부산진구갑 국회의원선거에 나서는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 박승화 기자

3월31일 부산진구갑 국회의원선거에 나서는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 박승화 기자

파란 깃발 재도전에 보수 전사 출사표

통합당은 민주당의 반등세를 차단하기 위해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확산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3월31일 저녁 6시 서병수 후보는 부산진구 부암동 부암교차로에 서서 ‘뭉치자! 바꾸자! 문재인 심판’이라고 쓰인 팻말을 목에 걸고 퇴근길 인사를 했다. 응답하는 이 없어도 지나가는 차량에 경례하거나 손가락 두 개(기호 2번)를 계속 흔들었다. 그는 기자에게 “18개 모든 선거구를 다 얻겠다”고 자신했다. “이번 선거 성격 자체가 문재인 정권 심판입니다. 문재인 정권 3년 동안 경제, 외교, 안보 모두 실패했습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었던 사람들이 많이 돌아오고 있어요. 현 정부와 민주당이 과거에 집착하면서 미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권 심판론’이 전면에 부각된 지역은 남구을이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현 의원 박재호 민주당 후보와 ‘보수 전사’ 이언주 통합당 후보(현 경기 광명을 의원)가 맞붙은 곳이기 때문이다. 4년 전 보수 텃밭인 이 지역에 처음 파란 깃발을 꽂은 박재호 후보가 “지역주민과 소통하며 권리를 지켜주는 일꾼”을 내세우는 데 맞서, 통합당에서 전략 공천된 이 후보는 “내 상대는 박재호 의원이 아닌 문재인 정권”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현 의원과 지역구를 옮긴 후발 주자와의 대결이지만, 접전으로 가는 분위기다. 3월31일 SBS가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3월28~30일 500명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에선 박 후보(51.2%)가 이 후보(37.2%)를 앞지르는 것으로 나왔으나, 둘이 오차범위 안에서 경합하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무조건 2번, 4번이요.” 남구 대연동에 있는 공원 벤치에서 반려견과 쉬고 있던 40대 여성은 망설임 없이 손가락으로 기호를 만들어 보였다. 줄곧 보수정당만 뽑아왔다는 그는 이언주 후보가 싫지만 “차악이라서 뽑는다”고 했다. 반면 같은 공원에서 부지런히 걷기 운동을 하던 70대 남성은 ‘기호 2번을 찍을 거냐’는 물음에 “그건 꼰대들이나 하는 소리”라고 큰소리쳤다. “문재인 정부가 나름대로 방향은 옳은데 보수 언론이나 재벌 같은 기득권이 워낙 세서 (거기에) 부딪히는 거예요. 진보세력이 20년은 집권해야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평등해지지.”

“부산 경제가 엉망” vs “세계 경제 다 힘들어”

다른 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은 통합당 후보가 아닌 ‘반문재인’ 평가 혹은 정서와 싸운다. 애초에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보니 남북대화, 조국 사태, 얼어붙은 경기,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응에서 빚어지는 논란은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의 지지 철회를 위한 ‘불쏘시개’가 되곤 한다. 특히 조선·자동차 등 제조업 부진의 여파로 부울경 지역은 경기침체에 신음하고 있다. 부산은 지난 몇 년간 고용률 전국 최하위를 기록할 정도다. 코로나19와 그에 따른 경제적 타격에 민심은 사납다. 결국 두 당의 승패는 핵심 지지층 바깥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켜보며 투표장에 나갈지 말지 고민하는 이들의 마음을 잡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잘해온 거 같아서 기회를 주고 싶긴 한데 마음이 확 가지는 않아요. 처음부터 중국인 입국을 막지 않아서 일이 커진 거잖아요.”(남구 대연동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여성) “부산 경제가 제일 엉망이거든요. 코로나19 전에도. 경제에 대해서는 너무 모르는 거 같아요. 그냥 모르는 게 아니라 너무 이거는 아니다 싶어서….”(해운대에서 사는 60대 택시기사)

아무래도 청와대가 3월30일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중위소득 하위 70%에 4인 가구 기준 100만원 지급)이 선거를 앞두고 도마 위에 오른다. 정부와 여당에 우호적인 이들은 “일단 주기로 한 것은 잘했다”고 하지만, 비판적인 이들은 불편한 시선을 보낸다. “나랏빚만 늘어나지 받아봐야 쓰고 나면 똑같아요. 정부 빚만 더 생기지. 선거 때문에 더 지랄한다 아입니까. 지들 표 얻으려고. 다 우리 2세들이 힘든 거 아닌교.”(연제구 연산역 앞에서 만난 60대 남성)

특히 코로나19로 매출이 뚝 떨어져 당장 생계가 곤란한 자영업자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은 논란이 된다. 부산은 ‘자영업 밀집도’(인구 1천 명당 사업체 수)가 전국 평균보다 높고, 그중에서도 ‘영세 자영업자, 고령 자영업자’ 비중이 높기(‘동남권 자영업 현황 및 시사점’, 2019년) 때문이다. 북구 구포시장 상인들에게 물으니 혜택을 볼 것 같은 이는 ‘실효성’을, 혜택을 못 볼 것 같은 이는 ‘형평성’을 이유로 정부 대책에 의구심을 보냈다. “우리나라 상위 10% 아니면 다 그 돈이 필요한데 30% 안에 들면 안 준다? 우리가 매출이 80% 떨어졌는데 당장 100만원도 커요. 그런데 받을지 안 받을지도 몰라요.” 지난 총선에서 여야 모두 맘에 안 들어 투표장에 안 갔다는 음식점 여성 사장은 이번에는 2번을 찍겠노라 했다. “100만원을 받으면 도움은 되겠지만 솔직히 여기 한 달 치 자릿세 정도나 되겠습니까. 경제가 돌아가게 해야죠, 경제를. 코로나 전에도 돈을 써야 하는 40대 일자리를 만들어야 했는데, 60~70대 노인 일자리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음식점 옆에서 수산물을 파는 40대 남성도 “무조건 2번”을 외쳤다.

3월31일 부산진구갑 국회의원선거에 나서는 서병수 미래통합당 후보. 박승화 기자

3월31일 부산진구갑 국회의원선거에 나서는 서병수 미래통합당 후보. 박승화 기자

전통적인 ‘야도’?

물론 부산의 경제 침체를 정부 실정을 부각하려는 ‘야당의 프레임’과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부산진구 범전동 시장에서 딸기 장사를 하는 50대 초반 김아무개씨는 “방역은 우리가 잘하지 않았나. 경제도 한국만 나쁜 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쁜 건데 통합당이 경제 실정으로 자꾸 몰고 가다보니 나이 많은 분들은 거기에 휩쓸린다. 일단 뭐(긴급재난지원금)라도 주면 낫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제구 연산동에서 만난 직장인 박아무개(28)씨도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는 아무래도 코로나 대처를 잘하고 있다. 경제도 전세계적인 위기다. 통합당이 나 같은 서민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쉽게 마음이 가지 않는다. 세월호·박근혜 이후 반성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범전동의 한 구둣방에 앉아 구두 손질을 기다리던 김아무개(70)씨는 선거 이야기를 꺼내자 “부산은 야당세 아닌교? 부산은 골수 야당이니께…”라고만 답했다. 현 야당인 통합당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의 말대로 부산은 부마항쟁(1979년 10월)의 중심지로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 거세게 저항했던 ‘야도’였다. 부산 민심이 과거 ‘야도’를 잇는 세력을 자부하는 이들(민주당)의 손을 들어줄지, 현재 ‘야도’를 외치는 이들(통합당)의 손을 잡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코로나19와 투표율이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4월2일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유권자 의식 조사(3월23~24일 1500명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에서 유권자 10명 중 7명(72.7%)이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4년 전 이맘때 같은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63.9%)와 비교하면 8.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로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조사 결과다.

부산=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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