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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금지법’이 정말 타다를 세웠나

사회적 합의 대신 타협 없는 전쟁만… 타다 논란이 남긴 것
등록 2020-03-21 11:10 수정 2020-05-05 02:50
서울 중구 거리를 다니는 타다 차량. 연합뉴스

서울 중구 거리를 다니는 타다 차량. 연합뉴스

“타다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3월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타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VCNC의 박재욱 대표는 서비스 중단을 선언한다. 이틀 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VCNC는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4월11일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VCNC의 모회사이자 타다 서비스에 렌터카 차량을 공급하는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어쨌든 저는 졌습니다”라며 경영 일선 복귀 2년 만에 대표이사를 사임한다. 2018년 10월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타다는 택시·모빌리티 시장은 물론 사회에 많은 파급을 낳았다. 강제 배차, 승객에게 말 걸지 않기 같은 ‘이동의 기준’부터, 여객자동차운송사업, 면허제도, 플랫폼노동자의 노동자성, 검찰의 공소권 남용, 혁신 등에서 다양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도 극명하게 갈렸다.
모든 분야가 그러하듯, 우리 사회는 논쟁을 거쳐 나온 결과에 따라 조금 더 나아져야 한다. 개정된 여객법 내용을 바탕으로 타다가 멈춰서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논란 끝에 통과된 법 이후에 모빌리티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내다봤다. 카풀 서비스 출시로 숱한 논란을 낳았다가 택시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는 카카오모빌리티 쪽 이야기도 들어봤다.

출발과 성장에 거침이 없었던 만큼, 사업 중단에도 거침이 없었다. VCNC가 운영하는 기사 알선 승합렌터카 실시간 호출 서비스 ‘타다’는 3월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렌터카 기사 알선 요건을 강화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곧바로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다. 10대 남짓 운영되던 장애인 서비스 ‘타다 어시스트’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3월6일 곧바로 중단했고, 3월10일 운행 대수가 1400대로 알려진 실시간 승합렌터카 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은 4월11일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2018년 4월 투자자에서 경영 일선으로 복귀한 지 2년 만에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

일회용품 전락한 1만2천 명 드라이버

쏘카와 VCNC는 사업 중단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애초 공유경제를 표방해 기획한 서비스인 만큼 철수 방법도 그 기획에 충실한 모양새다. 타다 차량이 주차돼 있던 서울·수도권 주요 거점의 차고지는 쏘카가 대형주차장 일부를 빌린 것이다. 쏘카는 주차장 대여 계약을 하나둘 종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쏘카 소유의 자산인 카니발 렌터카는 경기도 수원으로 탁송돼 매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차량 이동 작업 역시 쏘카의 렌터카 탁송 플랫폼 ‘쏘카 핸들러’를 통해 플랫폼 노동자들이 담당한다.

타다를 운전했던 드라이버들 역시 마찬가지다. 타다가 약 1만2천 명이라고 밝혔던 기사들은 애초 근로기준법의 근로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프리랜서’로 계약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노동자로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아무런 노동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들이 근로기준법의 노동자라면 타다 베이직 서비스 중단에 따른 근로계약 종료는 ‘경영상 해고’에 해당한다. 근로기준법을 보면 경영상 해고를 하려는 사용자는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해야 하고, 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과반수 노동자를 대표하는 자(근로자 대표)와 해고 예정 시점 50일 전부터 해고의 기준과 대상자 선정을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이런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해고로부터 노동자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타다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1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를 위한 퇴직금이나 실업급여 역시 마찬가지다.

타다는 여객법 통과 반대의 근거로 “타다 기사 1만2천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애초에 타다가 보호할 수 없고, 보호할 의무도 없는 일자리라는 사실이 사업 중단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드러났다. 타다는 운영 효율화를 이유로 차고지와 차량 대수를 조정해왔고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이도 숱했다. 타다 드라이버 170여 명은 ‘타다 드라이버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이재웅 쏘카 전 대표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3월19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타다 정상화를 촉구하면서 “드라이버들을 일회용품 취급해온 점을 규탄하며,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 여객법은 시행되기까지 1년6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어 그때까지는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 타다 비대위 역시 “사업 중단을 철회하고 국토교통부와 협의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타다가 사업 중단을 서두른 이유는 이후 사업을 지속할 의사가 없는데다 적자인 사업을 유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VCNC가 장애인용 호출 서비스 ‘타다 어시스트’를 가장 먼저 중단하면서 밝힌 것처럼 “투자 유치가 불분명해져 서비스 유지가 어렵게” 돼서다. 우버나 리프트를 포함해 대부분의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초기 대규모 자금을 투자받아 서비스를 확장한 뒤, 규모의 경제와 운영 효율화를 통해 이익을 달성한다는 계획으로 시작한다. 쏘카와 타다도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전제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뒤 벤처투자사, 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씩 투자받았다. 하지만 타다 서비스 전체에서 많은 규모를 차지하던 베이직 서비스의 여객법 근거 조항인 11인승 승합렌터카 기사 알선 허용 요건이 법 개정으로 6시간 이상을 대여하거나 출발지가 공항·항만으로 제한되면서 추가 투자 유치가 어렵다고 타다는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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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낮아도 타다가 출발한 이유

이런 상황은 왜 벌어진 것일까? 타다가 사업을 지속할 방법은 정말 없었을까? 이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법안의 내용과 논의 경과를 봐야 한다. 여객법 개정으로 타다가 운영하던 기사 포함 승합렌터카 실시간 호출 서비스가 불가능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법안이 개정된 것을 두고 ‘기득권’인 택시업계가 반발했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타다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에도 택시업계 매출이 줄지 않았고, 타다와 택시는 경쟁 상대가 아니라는 논리도 근거로 제시된다. 그러나 택시업계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타다를 금지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택시와 타다의 서비스가 유사할뿐더러, 종국에는 경쟁할 수밖에 없다. 또한 택시는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 타다와 경쟁 열위에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국가의 면허 대수 총량을 제한받는 택시와 달리, 타다 같은 렌터카 사업자는 대수 총량 제한이 없다. 택시는 차종·연료·기사자격·요금·차고지 등에서 다양한 규제를 받지만, 타다는 그렇지 않다. 이 때문에 타다를 그대로 허용할 경우 대기업을 포함한 많은 렌터카 사업자가 같은 서비스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물론 연료와 차량의 가격이 비싼 디젤 카니발을 일반 중형택시보다 20~30% 비싼 요금을 받으면서 운영하는 타다의 모델은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 유력한 분석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업자가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가 있다. ‘데이터’ 때문이다. 이재웅 전 대표는 늘 모빌리티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누가, 언제, 어디에서, 어디까지, 어떤 차를, 왜 타는지를 알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자율주행차가 있더라도 효율적으로 배차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데, 데이터가 없다면 이런 작업이 불가능하다.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이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플랫폼 사업자와 손잡는 이유도, 카카오모빌리티가 수년 동안 별다른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던 카카오택시 플랫폼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며 유지해왔던 이유도 데이터 때문이다.

여객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타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택시 기반으로 사업을 펼치던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사 알선 렌터카 사업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타다의 사업모델이 전면 허용된다면 다른 경쟁업체들이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 규모가 큰 사업자들이 타다와 같은 모델로 경쟁을 시작하면 도로에 줄지어 선 택시 행렬에 카니발이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 기반의 효율적인 배차를 강조하지만, 경쟁 상황에선 이런 원칙이 뒷전에 놓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2019년 2월 ‘타다 프리미엄’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웅 쏘카 대표가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2월 ‘타다 프리미엄’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웅 쏘카 대표가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합의’ 초심은 사라지고

이 상황은 우버·리프트 같은 승차공유 기업을 운송네트워크기업(TNC)으로 제도화한 미국 뉴욕 사례에서 볼 수 있다. 총량 제한을 받지 않는 TNC 차량과 운전자는 우후죽순 늘어났고, 택시와의 경쟁, TNC 안의 경쟁으로 택시기사들이 자살하고 TNC 기사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여갔다. TNC 때문에 교통체증이 더욱 심각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2018년 뉴욕시는 TNC 총량을 제한하기로 했다. 기사들의 처우에 관해, 타다는 타다 드라이버가 수입이 좋기 때문에 택시 기사들을 흡수할 수 있고, 플랫폼 노동자의 문제점으로 꼽혔던 4대보험에 준하는 사회안전망 제도를 자체적으로 만들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투자금에 의존하는 ‘안전망’이 지속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승합렌터카 기사 알선 요건이 강화돼 현재 모델로 사업이 불가능해지더라도, 타다가 현재 같은 서비스, 즉 11인승 디젤 카니발 렌터카로, 승차 거부 없이 고객의 실시간 호출에 따라 태우는 서비스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개정된 여객법에 ‘플랫폼운송사업자’ 관련 규정이 신설돼, 현재 과잉공급 상태인 택시면허 총량 안에서 한 달에 30만~40만원 수준으로 거론되는 기여금을 내면 사업을 할 수 있다. 법 개정 이후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에 시간이 소요되고,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불확실하지만 이미 승객의 눈높이가 ‘타다’ 수준으로 맞춰진 상황에서 국토교통부는 규제 완화와 총량 확보, 기여금 인하 등 스타트업들의 요구를 무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타다는 ‘불확실성’을 이유로 이런 법 개정에 반대해왔다. 총량 내에서 사업을 하면 증차와 감차가 어려워지고, 현재도 ‘합법’인 타다 서비스에 기여금을 추가 납부해야 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회·정부와 협의하고 타협해야 하지만, 타다는 ‘벼랑 끝’ 전술을 썼다. 사실 이 전 대표가 쏘카에 복귀한 초기만 하더라도 이해관계자와의 대화·소통을 강조했다. 2018년 8월 <한겨레21>과 한 인터뷰(제1226호)에서 그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한국형 우버를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그동안 모빌리티 쪽 사람들은 택시 사업을 구닥다리라고 공격하고, 택시 쪽은 하나도 못 바꾼다고 받아치는 식이었다. 지금까지 모빌리티 쪽과 기존 택시 쪽이 머리를 맞댄 적도 거의 없다. 서로 소통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해 말,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로 인해 택시기사가 자살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서비스를 중단하고 국회 중심의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가동한 것에 이 전 대표는 시종일관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2019년 2월 홍남기 당시 경제부총리가 이해관계자와의 타협을 강조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어느 시대 부총리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하면서 “혁신을 하겠다고 하는 이해관계자와 혁신을 저지하겠다고 하는 이해관계자를 모아놓고 어떤 대타협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걸까요?”라거나, “카카오택시 서비스 개선 모임이나 택시산업 발전 연구모임이 더 어울릴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5월 타다에 반대하며 택시기사가 목숨을 끊었을 때는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말도 했다.

빛바랜 기업가정신·공유경제

“어찌 되었든 저는 졌습니다.” 이 전 대표가 쏘카 대표이사에서 사임하면서 한 말이다. 타다 관련 논쟁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진영 논리’로 흘러갔다. 택시와 택시 아닌 것, 기득권과 기득권 아닌 것, 혁신과 혁신 아닌 것으로 갈려 서로를 몰아세웠고 논쟁과 타협이 어려워졌다. 그 결과 누구는 이기고, 누구는 져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런 타협 없는 전쟁 속에 이 전 대표가 강조했던 ‘사회 혁신’에 기여하는 기업가정신, 공유경제의 가치도 빛이 바랬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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