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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정당 ‘다윗’들의 도전

6월 지방선거 기초·광역의원 출마 예정 더불어민주당 청년당원 이경환·주무열·신정현씨
등록 2018-02-06 17:28 수정 2020-05-03 04:28
1월25일 서울 관악구노동복지센터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청년 당원 주무열(33·왼쪽)씨와 이경환(32)씨는 6·13 지방선거에서 관악구 구의원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다.

1월25일 서울 관악구노동복지센터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청년 당원 주무열(33·왼쪽)씨와 이경환(32)씨는 6·13 지방선거에서 관악구 구의원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다.

2016년 촛불집회로 대통령을 직접 권좌에서 끌어내린 ‘촛불 청년’들의 정치 참여 욕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그전부터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며 정치 꿈을 키워온 청년들도 있다. 한국 정당들은 이들의 열정을 제대로 받아안고 있을까.

오롯이 혼자 힘으로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은 지난 1월28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의 독립책방 ‘퇴근길 책한잔’에서 열린 강연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정당의 역할이다. 정당은 지역 현실에 관심이 없다. 일상생활에서 터져나오는 시민들의 요구가 지역에서 민주주의적으로 분출되고, 주민들이 지역의 주인으로 살아가도록 지원하지 않는다. 한국의 정당은 그냥 그 위에서 부유하고 군림한다”고 말했다. 이 강연의 청중은 ‘무소속’으로 구의원 출마를 준비하는 청년들이었다. 김 구청장은 이들의 도전을 “적극 응원한다”고 말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기존 정당 구조에서 정치에 뜻을 둔 청년들이 공천을 따내기 쉽지 않음을 인정한 말이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에서 승리가 예상되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하는 ‘정치 개혁’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이란 틀 안에서 정치인이 되길 꿈꾸는 청년들 역시 “당이 우리를 위해 해주는 것이 거의 없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결국 민주당의 청년 당원들은 자기 힘으로 기득권을 가진 당내 장년 세대와 대결해 제 몫을 쟁취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지역 조직이 거의 없어 부실해진 정당에 풀뿌리 조직이 스며들도록 애쓰고 있었다.

은 1월25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관악구 구의원 출마 준비를 하는 이경환(32)·주무열(33)씨를 만났다. 둘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했고, 지금은 관악마을발전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들은 대학 때부터 서울대 노동자, 서울대 주변 상인, 배달 노동자 등과 꾸준히 관계를 맺어왔다. 이들은 직업정치인이 되기 위해 지난해 민주당에 가입했다. 주씨는 관악갑 라 지역구, 이씨는 관악갑 가 지역구 구의원에 출마할 계획이다. 그러나 당선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당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주씨는 민주당 입당 결심을 한 이유를 “민주당이 텅 비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민주당은 명사 정당에 가까워요. 이념적·철학적으로 체계화된 정당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내가 그 공간에 들어가서 할 수 있는 일이 많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네에서 제대로 정당 활동을 할 때 지역 공동체가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어요.” 이씨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과거 민주노동당(현 정의당) 당원이던 전통적인 ‘운동권 학생’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민주당 당원이 됐다. “운동의 길과 정치의 길 사이에 왜 괴리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민주당을 선택했어요. 청년이고 장애인이라는 당사자성을 가지고 지역정치를 하면서 지역의 정당 문화를 바꿔보고 싶습니다. 다른 계층, 특성을 가진 사람도 의회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거예요.”

그러나 이들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주씨의 지역구에 민주당 공천을 받아 선거에 나서려는 이가 현역 의원을 포함해 5명이나 된다. 그는 오롯이 혼자 힘으로 이 장벽을 뚫어야 한다. “(당협위원장에) 줄서기를 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권리당원을 많이 모으는 방법밖에 없어요. 저는 지금까지 700명 정도 모았어요. 기존 룰로 싸워서 한번 이겨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청년당원 전폭 지원하는 정의당과 녹색당

주씨는 당원 투표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선 과정에서 이례적이게도 유리한 고지에 있다. 하지만 모두가 주씨처럼 수백 명의 권리당원을 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현역 의원 등 기존 세력이 지역 당원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정치 신인이 자기 세력을 모으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도의원으로 출마할 예정인 민주당 청년 당원 신정현(37)씨의 예를 보자. 그는 고양시에서 6~7년간 시민운동을 해왔다. 대부분 민주당 당원들은 철저히 기성 정치인 중심으로 조직돼 있다. “청년에게 20%의 가산점을 준다고 하지만 기성 정치인을 이기기는 쉽지 않아요.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들을 보면 20대 0%, 30대 4% 정도밖에 없어요. 당내에서 청년을 배려한다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뜻입니다.” 신씨는 조만간 지역에서 청년 정치 축제를 열 계획이다. 이런 이벤트를 열어야 지역사회에 자신을 알릴 수 있다. “그동안 활동해온 지역 청년 운동을 정당에 접목하는 방식의 정치 축제를 기획해 청년들이 변화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해요.”

청년에게 각박한 거대 정당과 달리, 정의당이나 녹색당 등 소규모 정당들은 정치 참여를 원하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활발히 내놓고 있다. 정의당은 최근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청년들에게 30% 가산점을 주고, 여기에 더해 당내 정치 아카데미 교육을 수료한 이에게는 30%를 더 얹어주는 혁신안을 통과시켰다. 이렇게 되면 청년 후보들은 기존 정치인보다 최대 60%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정혜연 정의당 부대표는 “지난해 촛불 이후 세상을 바꾸자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청년이 출마하면 기탁금부터 선거운동까지 다른 후보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 신인에게 기회를!

녹색당은 1월28일 서울시당 전당원 투표를 통해 이번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자로 신지예(27)씨를 선출했다. 신씨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사회적기업 ‘오늘공작소’를 운영하는 청년 사회적기업가다. 제20대 총선 때 녹색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고, 현재 녹색당 서울특별시당의 공동운영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시당 유권자 1190명이 투표에 참여해 이 가운데 1134명(95.3%)이 신씨의 공천에 찬성했다.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네덜란드에서는 30살의 예서 클라버르가 2017년 총선에서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 또 지난 10월 뉴질랜드 녹색당원인 23살의 클로에 스워브릭은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젊은 나이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한국 정치는 여전히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시위는 ‘청년들의 정치 참여’라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기득권을 놓지 못하는 거대 정당들은 변화의 움직임을 거부하고 있다. 열정을 가진 정치 신인에게 기회를 넓혀주는 것은 거대 정당들이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혁신을 위한 지름길이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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