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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핵 위력 예측은 왜 다를까

남한이 50kt으로 추정한 폭발력 외국에선 160~300kt 예측…

위력 정확히 알아야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어
등록 2017-09-12 17:10 수정 2020-05-03 04:28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신형 수소탄으로 보이는 물체를 시찰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6차 핵실험이 이뤄진 당일 이 사진을 관영 언론에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 A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신형 수소탄으로 보이는 물체를 시찰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6차 핵실험이 이뤄진 당일 이 사진을 관영 언론에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 AP 연합뉴스

9월3일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했다. 핵실험 단행날 아침 일찍 북한은 관영 언론을 통해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탄두에 장착할 신형 수소탄을 시찰하는 사진을 먼저 공개했다. 사진 속 장구형 물체는 다단계 핵무기의 전형적 형태였다. 모양만으로는 우리가 통상 수소폭탄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보였다. 핵실험을 한 것이 이와 동일하다면 6차 핵실험은 수소탄 실험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존보다 진보된 ‘다단계 방사능 내폭’으로 보여

핵무기는 파괴에너지가 발생하는 핵반응에 따라 크게 핵분열무기와 핵융합무기로 분류한다. 통상 핵분열무기를 원자폭탄(Atomic Bombs·A-Bombs)이라 하고, 핵융합무기를 수소폭탄(Hydrogen Bombs·H-Bombs)이라 부른다. 과거 핵무기 개발 초기 원자폭탄은 원자 반응에 의해 에너지가 발생하고 수소폭탄은 이중수소(2H)를 핵융합 연료로 사용한 것에서 유래했다. 북한이 말하는 열핵무기는 핵융합무기의 또 다른 이름으로 핵융합을 위해 높은 열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핵무기 개발 초기 가장 원시적 방식이 핵분열탄이었다. 그러나 초기 단계를 넘어서면 거의 모든 핵폭탄이 파괴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핵융합반응을 사용한다. 이때 핵융합 에너지원을 핵분열로부터 얻는다. 원자폭탄이라 불리는 핵분열탄을 폭발시켜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는 1억℃ 이상의 고온을 얻어낸다. 지금 우리가 수소탄이라고 부르는 것은 핵융합에너지를 이용해 분열을 극대화하는 ‘증폭 핵분열’(Boosted Fission)과 ‘다단계 방사능 내폭’(Staged Radiation Implosion) 방식의 핵폭탄을 통칭한다. 아직 순수 핵융합탄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증폭 핵분열은 핵분열 물질 중심에 이중, 삼중 수소를 넣고 핵분열로 인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중성자를 만들어 더 많은 핵분열을 유도하는 것이다. 순수 핵분열 무기보다 2배 이상 효율을 증가시켜 핵무기를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오늘날 거의 모든 핵분열 무기는 증폭 핵분열 방식이다.

이보다 더 진보된 다단계 방사능 내폭은 핵분열이 일어나는 부분과 핵융합이 일어나는 부분이 분리돼 있다. 이는 또다시 두 가지로 나뉜다. 핵분열로 일어난 핵융합 에너지를 폭발력으로 이용한 분열-융합 2단계와 핵융합에서 나온 중성자로 다시 강력한 핵분열이 일어나게 만드는 분열-융합-분열 3단계 방식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가장 큰 핵실험이 바로 3단계형인 1961년 소련의 차르 봄마(Tsar Bomba·폭탄의 왕)로 폭발력은 약 50Mt(메가톤)이다.

엇갈리는 지진파 규모 무엇이 맞나

북한은 여섯 차례 핵실험 가운데 초기 세 차례는 일반적인 핵분열탄 시험을 실시했고, 4·5차는 증폭 핵분열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이번 6차 핵실험은 당일 아침 공개한 장구형 물체로 보아 다단계 방식으로 판단된다. 북한도 6차 핵실험 뒤 이날 시험이 2단열핵무기이며 1차 분열과 2차 융합을 언급하고 있다. 분열-융합 2단계라는 주장이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고민스럽다.

현재까지 북한 6차 핵실험 결과를 예측·평가할 방법은 핵실험으로 발생한 지진 규모가 유일하다. 기상청이 발표한 리히터 규모 5.7 지진을 기준으로 국방부는 폭발력을 약 50kt(킬로톤) 수준으로 예측했다. 5차 핵실험 때보다 5배, 일본에 떨어진 두 차례 핵폭탄과 비교해도 3배가량 높은 위력이다. 그럼에도 이번 실험이 수소탄인지 논란 중이다. 규모 5.7 지진과 50kt만으로 완전한 수소탄으로 보기에는 위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예측대로 이번 핵실험 규모가 50kt이 맞다고 해도 이것이 북한이 가진 핵무기 위력의 최대치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북한이 안전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폭발력을 낮춰 실험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도 핵실험 뒤 “핵탄의 위력을 타격 대상과 목적에 따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높은 수준에 도달하였다”고 발표했다.

지진파만으로 실제 폭발력을 단정하기 어렵다. 핵실험 실시 지역과 차폐 상태에 따라 외부로 전달되는 에너지가 줄어들 수 있다. 이미 일부에서는 지진 규모를 6.0 이상 6.3까지 본다. 이는 300kt에 이르는 엄청난 위력이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CTBTO)가 이번 북한의 핵실험 위력을 리히터 규모 6.1로 최종 판단했다”며 폭발력이 160kt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진파는 죄가 없다.

갑자기 얼마 전 있었던 방사포와 탄도미사일 논란이 떠오른다. 지난 북한 핵실험 때도 세계 여러 국가와 기관에서 발표한 지진 규모나 폭발력 가운데 우리가 제시한 것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순수한 마음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번 발표에 대해 터무니없는 의혹이나 음모론을 제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위기 관리’지만 ‘진실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 피하고 외면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사실 50kt이라는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확인한 마당에 이게 수소탄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정도 폭발 위력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위협과 공포감은 상상 이상이다. 그러나 핵무기는 단순히 핵탄두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실어나를 미사일이 결합돼야 한다. 미사일에 탑재 가능하도록 작고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수소탄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다음 순서는 ICBM 결합

만약 6차 핵실험에 사용된 핵폭발 장치가 북한이 당일 아침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한 장구형 물체와 동일하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50kt 위력의 폭발체를 갖게 되었다고 해석해야 한다. 북의 핵 보유는 기술적으로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6차 핵실험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기술적으로는 마지막 핵실험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보여줄 다음 순서는 이를 ICBM인 화성 14형에 실어 멀리 태평양으로 5천km 이상 날려보내는 것일 수 있다. 이는 북한 6차 핵실험에 대한 객관적이고 솔직한 평가가 중요한 이유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외국에선 160~ 300kt로 보는 핵폭탄 위력을 왜 우린 50kt으로 예측했을까. 북한 핵폭탄 위력은 누가, 왜 다 먹었을까?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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