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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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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적 없는 대선 징크스, 이번에는?

선거의 꽃 대선 TV광고, 장미 대선에 포지티브 꽃 필까
등록 2017-04-19 06:17 수정 2020-05-02 19:28
이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나오는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어떤 질문이어도 좋습니다. 질문이 있으면 전자우편(khsong@hani.co.kr)으로 보내주세요. 다음 카카오 1boon 페이지(http://1boon.kakao.com/h21)에서 더 많은 대선 궁금증 풀이를 보실 수 있습니다. _편집자

질문1. 대선에도 징크스가 있을까요?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내 코트에서 국회의원, 각료들과 함께 농구를 즐기고 있다. Getty Images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내 코트에서 국회의원, 각료들과 함께 농구를 즐기고 있다. Getty Images

중요한 일을 앞두고선 사소한 부분에서도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이죠. 불길한 징후, ‘징크스’를 피하려면 행동을 주의하게 됩니다. 특히 스포츠 선수들은 자신만의 징크스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 실력도 중요하지만 당일의 컨디션이나 운도 승패에 큰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정치권에도 징크스가 있습니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선거 당일에 농구를 하면 승리한다는 징크스가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농구를 했던 제45대 대선날 힐러리 클린턴이 패배하면서 깨졌지만요. 한국의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징크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1. 충북에서 지면 낙선한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여섯 차례 대선을 치르는 동안 충북에서 패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노무현 후보는 충북에서 당시 경쟁자인 이회창 후보보다 25만 표를 더 얻고 대선에서 승리했습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보다 충북에서 12만 표 정도 더 얻었죠. 충북은 약 15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작은 지역이지만, 영호남에 비해 지역색이 약해 당선자 향방을 가르는 ‘대선 풍향계’ 구실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정권심판론’이 대두된 이번 선거에선 지역주의에 기댄 투표 경향이 약화돼 ‘충북 징크스’가 깨질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2. 고위 관료 출신 인사는 완주하지 못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3월15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앞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대권 도전을 포기했죠. ‘퍼블릭 서번트(public servant·공무원) 징크스’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2007년 이후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정치인인 정통 고위 관료 출신 인사가 대선 유력 주자로 회자되다 끝내 출마를 포기하는 현상입니다. 고건,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대표적 예죠. 관료 출신이 정치세력화에 약하고 권력의지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이 이들의 대권 도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3. 경기도지사는 낙선한다

경기도지사가 대권에 도전하면 반드시 낙선한다는 ‘경기도지사 징크스’ 현상은 1997년 이인제, 2007년 손학규가 나란히 대권 도전에 실패하며 정설화됐습니다. 경기도지사의 관사 터가 좋지 않아 자꾸 선거에서 미끄러진다는 농담 섞인 푸념도 있습니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경우 관사를 일반에 공개하고 용인시에 직접 마련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요. 이를 두고 ‘징크스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서울과 달리, 경기도는 면적이 넓고 인구가 분산돼 아무리 많은 업적을 남겨도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데서 비롯된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결국 남경필 지사도 바른정당 대선 경선에서 탈락하며 징크스를 깨지 못했습니다. 이인제 자유한국당 후보, 손학규 국민의당 후보까지 모두 경선에서 탈락해 징크스의 공고함을 증명했습니다.

천다민 객원기자 abeairy@gmail.com

질문2. 대선 TV광고에 숨은 1분 법칙은 뭘까요?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대선 TV광고 ‘기타 치는 대통령’ 편을 촬영하고 있다. 노무현사료관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대선 TV광고 ‘기타 치는 대통령’ 편을 촬영하고 있다. 노무현사료관

짧은 시간에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광고는 ‘15초의 미학’이라고 불립니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는 유권자에게 이미지와 메시지를 어필하기 위해 다양한 광고를 내놓습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겨 보는 TV광고는 ‘승부수’를 던지는 홍보 수단이죠. 선거에서 TV광고는 ‘60초의 미학’입니다. 공직선거법 제70조를 보면, 후보자의 TV광고 시간은 1분으로 제한됩니다. 후보들은 단 60초 안에 유권자 마음을 흔들어야 하죠. 마법의 60초, 역대 대선 후보들은 어떤 필승 전략을 세웠을까요?

TV 정치광고가 처음 허용된 때는 14대 대선이었습니다. 당시 김영삼 후보는 자택 ‘상도동 7번지’에서 운동화끈을 매는 장면으로 광고를 시작합니다. 이어 김 후보가 동네 사람들과 조깅하는 장면 사이에 “집 한 칸, 땅 한 평을 늘려본 적이 없다”는 내레이션이 깔립니다. 김 후보의 성실함을 강조하며 ‘깨끗한 사람’ ‘정직한 사람’ 이미지를 부각시켰죠. 자신의 강점을 어필하는 ‘포지티브’ 전략을 사용한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15대 대선에선 김대중 후보가 DJ DOC의 노래 [DOC와 춤을]을 개사해 ‘DJ와 춤을’이라는 광고를 제작했습니다. 김 후보의 이니셜 ‘DJ’를 활용한 “DJ와 함께라면 든든해요” “준비되어 있는 우리 대통령 DJ로 만들어봐요, 2번에(이번에)” 등의 가사는 어쩐지 몸이 들썩거리고 자꾸만 따라 부르게 되는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남녀노소 함께 어울리는 김 후보의 친근한 모습을 확실히 각인시킨 거죠. 이전의 무겁고 딱딱한 대선 TV광고의 틀을 깬 ‘포지티브’ 광고였습니다.

포지티브 광고가 있다면 ‘네거티브’ 광고도 있겠죠? 15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는 김대중 후보의 정계 은퇴 번복 발언 등을 모은 ‘거짓말 시리즈’로 1분의 광고시간 중 무려 31초 동안 네거티브에 힘을 쏟았습니다. 이 후보는 “이회창은 다릅니다!”라고 말하며 김 후보와의 차별점을 제시했습니다.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다양한 형식으로 TV광고의 ‘혁신’을 시도해 ‘보는 재미’를 주었습니다. 소탈한 차림으로 통기타를 연주하며 직접 를 부르는 노 후보의 모습은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죠. 이색적으로 애니메이션 기법도 도입했습니다. 노 후보는 여기서 추운 겨울에 높은 언덕을 오르는 환경미화원으로 등장합니다. 힘든 오르막길을 국민과 함께 헤쳐나간다는 메시지를 광고에 담았죠.

후보의 친서민적 이미지는 광고의 단골 소재입니다. 17대 대선 이명박 후보의 광고 ‘욕쟁이 할머니’ 편은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할 정도로 널리 회자됐습니다. ‘후루룩 후루룩’ 국밥을 크게 떠먹는 이 후보의 ‘먹방’이 일품이었던 광고입니다.

국민의 감성에 호소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광고는 18대 대선에서 정점을 찍었는데요. 박근혜 후보는 2006년 ‘커터칼 피습 사건’을 자료 화면으로 보여주며 “내 상처를 극복했듯이 국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겠다”는 메시지를 드러냈습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시장에서 어린 소녀와 대화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자신의 일대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꾸몄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이제는 TV뿐 아니라 온라인과 모바일에서도 톡톡 튀는 대선 후보들의 광고를 만나게 됐습니다. 혹시, 아시나요? 지난 대선에도 증강현실 기법을 도입한 스마트폰 대선 광고가 있었다는 사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1만원권 지폐 한 장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화면을 비추면 언제 어디서든 후보의 광고를 볼 수 있게 했습니다. 3차원(3D) 속 문 후보 캐릭터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이벤트식 광고도 활용했습니다.

흔히 광고를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죠. 그런 의미에서 정치광고는 ‘선거의 꽃’ 아닐까요? 얼마 남지 않은 5월9일 장미 대선, 유권자의 눈과 귀를 감동시킬 광고가 꽃필 수 있을까요? 후보의 이미지와 메시지를 적절히 담은 좋은 광고를 통해 선의의 경쟁 펼치기를 기대합니다.

이은주 객원기자 dmswn56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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