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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지시하고 대기업이 각출해 보수단체로 흘러든 돈

특검 “삼성 등 기업들 보수단체에 70억여원 지원”…

점점 드러나는 ‘청와대-보수단체-대기업’ 삼각동맹
등록 2017-02-07 16:42 수정 2020-05-03 04:28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1월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면서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1월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면서 발언하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청와대-보수단체-대기업의 삼각동맹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는 1월31일 청와대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재계 서열 1~4위 기업들이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엄마부대봉사단 등 10여 개 보수단체에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70억여원에 달하는 돈을 지원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다.

보수단체 활동의 배후

자금 전달 통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였고 입금은 각 보수단체의 차명 계좌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는 또 청와대가 2014년 1월 15개 보수단체 명단과 지원 금액이 담긴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지원단체 명단)를 작성해 전경련에 지원 요청을 했고, 전경련 쪽은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된 한국자유총연맹,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대한민국재향경우회의 경우 국가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정치활동이 금지된 점을 들어 12개 단체만 지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보수단체 지원 과정에서 청와대와 전경련 사이에 활발한 의견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전경련과 보수단체의 커넥션은 2016년에도 불거진 적이 있다. 지난해 전경련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벧엘복지재단을 통해 어버이연합에 5억여원을 지원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보수단체 자금 지원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청와대는 이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이번 특검 수사로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가 여러 보수단체에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자금 지원이 이뤄지도록 나선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대기업들이 지원 과정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 역시 하나씩 나오고 있다.


전경련과 보수단체의 커넥션은 2016년에도 불거진 적이 있다. 지난해 전경련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벧엘복지재단을 통해 어버이연합에 5억여원을 지원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보수단체가 정권 입맛에 맞는 활동을 해오며 각종 지원을 받아왔다는 의혹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불거져나왔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팀은 2013년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박아무개씨의 전자우편을 압수했다. 박씨는 여러 보수단체 관계자들에게 무상급식 반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비판 등 정부와 여권, 보수단체의 입장을 담은 광고 문구나 기사 등을 작성해 전자우편으로 전달했다. 박씨 손을 거쳐 전달된 문구들은 실제 신문에 의견 광고 형태로 실리기도 했다. 국정원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보수단체 관리가 이뤄졌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의 핵심 실세가 주축이 돼 이런 활동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정부 비판적인 개인과 단체에 대한 지원을 막은 혐의로 특검이 구속 기소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공소장을 보면 김 전 실장은 2014년 초 신동철 당시 대통령실 소통비서관에게 “좌파에 대한 지원은 많은데 우파에 대한 지원은 너무 없다. 중앙정부라도 나서서 지원해야 한다”며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좌파들은 잘 먹고 사는 데 비해 우파는 배고프다”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김 전 실장의 이런 인식은 국정원 대선 여론 조작 사건, 세월호 참사, 정윤회 비선 실세 의혹 등 주요 고비마다 거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보위해온 보수단체들에 대한 적극적인 자금 지원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우파는 배고프다”

하지만 전경련에서 자금 지원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보수단체 관계자들은 이 의혹을 부인했다. 주옥순 엄마부대봉사단 대표는 과의 통화에서 “(전경련에서) 지원받은 것은 없다”며 “엄마들이 활동하는데 무슨 돈이 많이 들어가겠나”라고 말했다. 주 대표는 다른 단체 명의로 차명 지원을 받은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것 없다”고 밝혔다.

김기춘 전 실장에게 직접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서경석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행동’ 집행위원장(목사)은 에 “김 전 실장을 직접 찾아간 적은 없다. 미팅 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만났다. 보수단체 대표들과 만났는데 시간이 오래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누가 참석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서 목사는 자신이 관련된 단체에 전경련 자금이 들어온 적 있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바쁘다며 전화를 끊었다.

기업들은 책임 없나

기업은 전경련에 책임을 미뤘다. 보수단체에 지원된 70억원 중 가장 많은 액수를 낸 것으로 알려진 삼성그룹은 관련 보도 이후 “청와대가 보수단체 지원 대상과 금액을 확정해 전경련에 통보했고 전경련에서 각 기업 회비 분담 비율에 따라 금액을 정했다”고 밝혔다. 또 “70억원 중 50억원은 전경련의 기존 사회공헌기금에서 지출했고, 2015년 말 4대 기업이 추가로 21억원을 특별회비 형식으로 낸 적이 있는데 이때 삼성은 9억원을 부담했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모은 돈 수십억원이 보수단체로 흘러든 사실은 있지만, 이런 지원을 주도한 것은 청와대와 전경련이지 삼성이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전경련의 의사결정에는 대기업들이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보수단체 지원에 나선 각 기업들이 이 의혹과 관련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 보인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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