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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불허했다면

국내 2008~2015년 망막·고막 부상, 의식불명 사태 초래… 영국은 한국 피해 사례 근거로 살수차 도입 안해
등록 2016-07-06 08:04 수정 2020-05-02 19:28
2015년 11월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의 시위 진압 현장. 차벽, 최루액, 물대포가 골고루 등장했다. 한겨레 김봉규 기자

2015년 11월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의 시위 진압 현장. 차벽, 최루액, 물대포가 골고루 등장했다. 한겨레 김봉규 기자

시위 진압용 물대포는 세계 곳곳에서 ‘무기’로 기능해왔다. 1996년 4월 인도네시아에선 영국산 물대포 장갑차가 대학 캠퍼스 안에서 폭력적 공격에 사용돼,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대학생 3명이 사망했다. 2007년 짐바브웨에선 시위 군중 1만 명을 향해 발사된 물대포로 3명이 사망했다. 2013년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경찰이 화학물질을 섞은 물대포를 발사해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에선 한겨울에 물대포를 사용해 폐렴에 걸린 한 시위자가 사망했다.

국내 피해 사례 2008년부터 ‘가시화’

6월28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 공권력감시대응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참여연대 등이 공동 주최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집회에서 물포 사용 문제와 경찰의 집회 대응 개선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최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서울의대 인문의학교실)은 ‘물대포의 위험성’에 대해 세계 사례와 한국 사례를 의학적 관점에서 발표했다.

굳이 시선을 외국으로 돌리지 않더라도, 국내에도 이미 많은 물대포 피해 사례가 있다. 1989년 경찰이 이스라엘에서 대당 4억2천만원에 사들인 물대포는 2005년부터 간헐적으로 시위 현장에 등장했다.

2005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반대집회에 물대포가 발사됐다. 2007년 여름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 집회에 살수차가 등장했고, 경기도 노점상 생존권 쟁취 대회나 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 통일선봉대 국토순례 준비모임 등에서도 사용됐다.

물대포 피해가 본격적으로 발생한 것은 2008년 촛불집회 때부터였다. 이때부터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을 향해 살수가 이루어졌는데, 한 30대 중반 남성이 물대포로 인한 망막 출혈로 병원 진료를 받았고 고막에 구멍이 난 피해자도 발생했다. 2011년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집회에선 박희진씨가 물대포 직사 살수에 맞아 고막이 찢어졌다.

한국의 피해 사례는 영국이 잉글랜드·웨일스 지방에서 물대포 사용 도입을 불허하는 근거로 사용됐다. 영국 테레사 메이 내무부 장관은 ‘위해성 무기의 의학적 영향 검토 과학자문위원회’의 보고서 등을 토대로 지난해 7월 영국 본토에서 살수차 사용을 불허했다. 이 문서에는 물대포가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근거로 한국의 피해자 사례, 독일에서 물대포를 맞고 실명한 디트리히 바그너 사례 등을 들고 있다.

최규진 국장은 “독일의 2010년 피해 사례와 한국의 2011년 피해 사례를 토대로 영국은 2015년 물대포를 금지했다. 한국에선 피해 사례가 있음에도 물대포를 계속 사용해 결국 지난해 11월 백남기 농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해 매우 안타깝고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국민 생명권 위협하는 물대포

이번 심포지엄에 참가한 샘 호크 영국 인권단체 ‘리버티’(Liberty) 활동가는 “영국에선 심각한 종교 갈등이 있는 북아일랜드 지방에서 물대포가 사용되는데, 북아일랜드 경찰청장을 지낸 휴 오드 경도 ‘물대포가 치명적으로 위험할 뿐만 아니라 흩어지는 시위대에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며 “국민의 생명권을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서 물대포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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