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의지는 있다, 공약이 없다

14년간 9개 공직선거 ‘20대 투표율’ 분석… 최근 들어 소폭 증가세, 50%선 돌파할까
등록 2016-03-24 16:07 수정 2020-05-03 04:28
4월13일 치러지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고단한 삶을 사는 청년들은 적극적인 투표 참여 방식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까, 혹은 침묵과 외면의 방법으로 또 다른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할까. 2000년대 들어 치른 총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이 50%를 넘은 적이 없다. ‘20대에게 50%’는 청년과 정치권의 벌어진 간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인 셈이다.
은 지난 14년간 9차례 선거에서 나타난 20대 투표율의 흐름을 살폈다. 최근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았던 20대 청년들에게 그 이유를 들었다. 투표 거부의 방법을 넘어 정치 참여의 방식으로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는 20대 청년들도 만나보았다. _편집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운동을 했던 이들이 지난 3월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올해 국회의원 선거 투표를 독려하는 홍보를 하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운동을 했던 이들이 지난 3월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올해 국회의원 선거 투표를 독려하는 홍보를 하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선거가 끝날 때마다 ‘20대 투표율’은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탓이다. 청년들의 정치 참여 의식이 낮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정치가 청년들에게 희망을 보여주지 못해서란 반박도 만만치 않다.

은 청년 투표율의 흐름을 살피기 위해 지난 14년간 치러진 주요 9개 선거(대통령선거·지방선거·국회의원선거)에서 나타난 20대 투표율을 들여다보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가 끝날 때마다 전체 유권자의 약 10%의 표본을 뽑아 투표율 등을 분석한 자료집 9권을 참고했다. 선관위는 선거 당일 유권자의 신원을 확인한 종이 장부가 방대해 이렇게 유권자 10%를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를 통해 투표율을 상세히 분석해왔다.

이 자료를 보면, 투표율의 변동폭이 적은 고연령층에 비해 20대 투표율은 선거의 특성마다 등락폭이 큰 흐름을 나타냈다. 눈에 띄는 것은 최근 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이 소폭이지만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여전히 ‘투표율 50%의 벽’을 완벽히 허물진 못하고 있었다. 고령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50살 이상 중·노년층 유권자가 늘어나는 반면 청년들의 투표율은 높지 않아 청년들의 의사가 정치권에 더욱 적게 반영(과소대표)되는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고령화 뚜렷, 청년층 과소대표

20대 투표율은 후보 인물군이 압축되고 여야 쟁점이 또렷하게 부딪히는 대통령선거 때 가장 높게 나타난다. 국회의원선거(총선)보다 지방선거 때 20대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특징이다. 총선보다 지방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이 높은 것은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인물들이 시도지사·교육감 선거에 많이 출마하는 이유 등이 복합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14년간 20대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선거는 박근혜·문재인 후보 등이 맞붙은 2012년 대선이다( 참조). 당시 20대 전반 연령대(20~24살) 투표율은 71.1%, 20대 후반(25~29살) 투표율은 65.7%였다. 2012년 대선 전체 투표율(75.8%)에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이명박 대세론’이 강했던 2007년 대선 때 20대 후반 투표율(42.9%)에 비하면 큰 폭의 상승이다.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선과 달리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20대 투표율은 50% 밑을 맴돈다. 특히 제18대 총선(2008년)에서 20대 후반 투표율은 24.2%였다. 당시 전체 투표율(46.1%)도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서 압승한 이후 치러진 선거였다. 당시 제1야당이던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이 얻은 의석은 100석에 미치지 못한 81석이었다.

제19대 총선(2012년)에서 20대 연령대 전체 투표율은 41.5%였고, 그중에서 20대 후반의 투표율은 37.9%에 머물렀다. 2014년 치러진 제6회 지방선거에선 20대 전반의 투표율이 50%(51.4%)를 조금 넘었으나 20대 후반의 투표율은 45.1%를 나타냈다. 20대 안에서도 20대 후반보다 20대 전반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그 연령대에 입대한 청년들이 군대에서 부재자투표에 대거 참여한 것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졸업, 취업 준비에 밀린 선거

20대 후반과 함께 30대 전반(31~34살) 연령대의 투표율도 2012년 총선(41.8%)과 2014년 지방선거(45.1%)에서 낮은 흐름을 보였다. 선관위 쪽은 “20대 후반과 30대 전반의 청년들이 졸업과 취업 준비 등으로 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16개 광역시·도별 투표율을 보면, 최근 2개 선거(2012년 총선·2014년 지방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모두 서울이었으며, 가장 낮았던 곳은 공통적으로 충남이었다( 참조). 여야가 첨예하게 붙는 격전지인 수도권에 비해 충남 지역 선거가 청년들의 관심을 덜 끌었기 때문이란 의견 등이 나온다.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50살 이상 중·노년층이 전체 선거인 수(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뿐 아니라 실제 투표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커진다는 점이다.

고령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2002년 대선 당시 3499만 명이던 유권자가 2014년 지방선거에선 4129만 명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총선 유권자는 42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전체 유권자에서 50살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을 보면, 2012년 총선 당시 전체 유권자에서 50대가 차지한 비율이 18.9%였지만 2014년엔 19.7%로 올라갔다. 60살 이상도 20.7%(2012년)에서 21.9%로 증가했다. 반면 20대는 16.4%(2012년 총선)에서 16%(2014년 지방선거)로, 30대는 20.4%에서 19.1%로 떨어졌다.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50살 이상 투표율, 매번 60% 넘겨

실제 투표자 수에서 청년층과 중·노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더 벌어진다. 중·노년층은 투표율이 높고, 이들에 비해 청년층의 투표율이 낮기 때문이다. 2012년 총선을 예로 들어보자.

당시 전체 유권자에서 20대가 차지한 비율은 16.4%였다. 하지만 이들 20대가 투표에 적극 참여하지 않아 2012년 총선에서 실제 투표한 사람들 중 20대가 차지한 비율은 12.5%로 하락했다. 20대 청년 유권자의 정치적 목소리가 반영된 비율이 투표 과정에서 더 떨어진 것이다.

반면 전체 유권자에서 50대의 비율은 18.9%였지만, 청년층의 투표율이 떨어지면서 실제 투표자 수에서 50대가 차지한 비율은 21.6%로 증가했다. 60살 이상 연령층도 전체 유권자에서 20.7%를 차지했지만, 실제 투표한 사람들 중 60살 이상의 비율은 26.1%로 더 올라갔다. 50살 이상 연령층이 전체 유권자에서 20대보다 많을 뿐 아니라, 실제 투표에선 더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대선, 지방선거, 총선 등 선거의 특성에 따라 20대 투표율의 변동폭이 큰 것과 달리 50살 이상 중·노년층의 투표율은 60% 이상으로 꾸준히 유지된다. 지난 14년간 치러진 9개의 큰 선거에서 50살 이상의 투표율은 6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2012년 대선에서 50대, 60대, 70살 이상 연령대 모두 80%대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2012년 총선과 2014년 지방선거에선 60~70%대 투표율 분포를 나타냈다.


<i>2000년대 이후 치러진 네 번의 총선만 보더라도 20대 청년들의 총선 투표율은 평균 30~40%대에 머물러 있다.</i>

20대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건 맞지만 최근 선거에서 소폭 상승하는 흐름은 간과할 수 없다. 2008년과 2012년 총선을 비교해보면, 20대 전반 연령의 투표율은 2008년(32.9%)보다 2012년(45.4%) 때 높게 나타났다. 20대 후반도 24.2%(2008년)에서 37.9%(2012년)로 증가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선 이보다 좀더 상승했다. 20대 전반은 51.4%로, 20대 후반은 45.1%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25살 이상부터 39살까지의 여성이 같은 연령대 남성보다 더 높은 투표율을 보이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올해 4월13일 치러지는 제20대 총선에서 20대 청년들의 투표율이 좀더 올라갈까? 2000년대 이후 치러진 네 번의 총선만 보더라도 20대 청년들의 총선 투표율은 평균 30~40%대에 머물러 있다. 이번 총선에서 ‘50% 선’을 넘을지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는 지난 2월26일부터 28일까지 20대 청년 500명을 상대로 유권자 여론조사를 한 결과 20대의 72.2%가 이번 총선에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지난 3월7일 보도했다. 고단한 청년들의 문제가 한국 사회의 중대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당사자인 청년들이 과거보다 정치적 해법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대, 고려대 등 전국 10개 대학 총학생회와 청년·대학생 단체 ‘청년하다’ 회원들은 최근 ‘반값 등록금’ 실현, 최저시급 1만원 보장 등 청년 6대 의제가 정치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청년들이 적극 투표에 참여하는 ‘투표혁명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 희망 주는 인물·공약 못 보여”

하지만 여야가 최근 공천 과정에서 극심한 갈등을 빚거나, 청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정책을 선거 쟁점으로 만들지 못하는 등 청년 투표율을 높일 만한 요소를 정치권이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20~30대에게 희망을 줄 만한 인물과 정책, 공약을 보여줘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치는 현재 벌어지는 사회 갈등을 조율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미래에 효과가 나타날 정책을 주요하게 결정짓는 구실을 한다. 결국 정치는 전 세대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다. 그리고 우리는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총선을 다시 앞두고 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