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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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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한다, 고로 존재한다

사납금에 시달리던 택시기사·일자리가 필요한 장애인 등 약자들이 택한 협동의 출구전략, 법 시행 뒤 8211개 생겨나… 자본에 휘둘리는 ‘즐길 권리’도 회복
등록 2015-11-19 07:02 수정 2020-05-02 19:28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됐다. 그동안 8211개의 협동조합이 새로 생겨났다. 한 조합에 최소 5명의 조합원이 있다고 가정하면(100명 이상인 조합도 있다), 어림잡아 4만여 명이 협동조합에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 놀라운 숫자는 팽창의 속도를 입증하지만,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돈을 벌고 싶으면 주식회사를 차리면 된다. 좋은 일을 하고 싶으면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을 설립하면 된다. 그런데 왜 하필 협동조합에 발을 들여놓는 이가 급증했을까.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3주년을 맞아, 협동조합을 ‘희망의 기획’이라 부르는 이들이 그 길에 뛰어든 이유를 들여다봤다. _편집자

최근 서울 시민들은 낯선 택시를 종종 마주친다. 모범택시는 검다. 일반택시는 주홍색이고 개인택시는 하얗다. 그런데 밝은 개나리색 택시가 등장했다. 허리에는 ‘Coop Taxi’라고 써붙였다. 한국에선 처음이자 아직까진 유일한 택시협동조합 소속 택시들이다.

노란 택시가 태어난 배경에는 사납금 제도의 폐해가 있다. 하루 12시간 주말 없이 일해도 택시기사의 월평균 소득은 대략 130만원. 소득 가운데 일부는 차량정비와 사고처리비에도 써야 한다. 2013년 2인 가구 평균 생활비가 230만원이니 한 가족이 생계를 꾸리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쿱택시 석 달여 만에 반석에 올라
교대 시간을 맞은 한국택시협동조합의 택시들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차고지를 오가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영업용 택시를 운영하는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게 이들의 꿈이자 계획이다. 김진수 기자

교대 시간을 맞은 한국택시협동조합의 택시들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차고지를 오가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영업용 택시를 운영하는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게 이들의 꿈이자 계획이다. 김진수 기자

택시기사는 매일 10만~12만 원 정도를 사납금 명목으로 회사에 내야 한다. 그 이상을 벌면 자신의 소득이 되지만, 그 이하라면 기사의 개인 비용으로 사납금을 채운다. 이 때문에 휴무 승차, 승차 거부, 신호 위반, 난폭 운전, 장시간 운전 등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2013년 3월 MBC 의 출연자들은 10시간 동안 택시를 몰며 부지런히 서울 시내를 달렸지만 사납금을 채운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택시기사들은 이 무모한 도전을 일상의 생계로 이어가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에게도 돌아간다.

개인택시 면허를 받는다면 사납금을 피할 수 있겠지만, 택시 수를 제한하는 총량제 도입 이후 신규 면허를 얻는 것이 어려워졌다. 오랫동안 무사고로 법인택시를 몰았다 해도, 기존 개인택시 면허자로부터 이를 양도받으려면 1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택시기사에겐 언감생심이다.

전직 국회의원이자 한때 택시기사이기도 했던 박계동 한국택시협동조합 이사장은 “그렇다면 협동조합이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하고 가스충전소에서 전단지를 나눠줬다. 157명이 모였다. 그들 대부분은 출자금을 낼 형편이 아니었다. 저신용자라 대출도 어려웠다. 협동조합 책을 싸들고 설명하러 다닌 끝에 하나은행·서울보증보험·한국택시협동조합이 3자 협약을 맺고 은행 대출을 승인했다. 우여곡절을 거듭하며 2015년 7월14일, 서울시청 앞에서 출범식을 열고 운행을 시작했다.

한국 최초의 택시협동조합은 탄생 석 달여 만에 반석에 오르고 있다. 조합의 수익은 사주나 주주가 아닌 조합원에게 배당된다. 한국택시협동조합은 7월에는 기본급과 더불어 50만원, 8월에 60만원, 9월에 63만원을 택시기사들에게 배당했다. 기본급은 다른 택시회사와 동일하지만 배당 때문에 임금이 늘었다. 택시기사에게는 50만원 상당의 복지카드도 제공된다.

임금이 올라가자 변화가 생겼다. 사고부터 눈에 띄게 줄었다. 이 정도 규모의 택시회사에선 월 10건 정도의 교통사고가 발생하지만, 한국택시협동조합 소속 택시는 지금껏 한 건의 사고도 겪지 않았다. “조합원들이 정말 자기 회사처럼 여기기 때문”이라고 박계동 이사장은 말했다. 한국택시협동조합 김수혁 본부장은 “택시기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결국 기사와 승객 모두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지만, 협동조합에선 전혀 다르다”라고 말했다. 출범 100일을 넘긴 한국택시협동조합은 이 모델을 부산·대구·광주 등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행복한 일터 실천한 해피브릿지협동조합
국수나무 등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는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은 조합원인 직원들의 창업을 적극 돕고 있다. 국수나무 아현점에서 한 직원이 음식을 나르고 있다. 김진수 기자

국수나무 등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는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은 조합원인 직원들의 창업을 적극 돕고 있다. 국수나무 아현점에서 한 직원이 음식을 나르고 있다. 김진수 기자

먹고사는 문제의 출구를 협동조합에서 찾는 것은 택시기사만이 아니다.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은 안정적이고 품위 있는 일자리 제공을 목표로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사례다. 이 조합의 뿌리는 ‘주식회사’다. 당시 송인창 사장은 ‘행복한 일터’를 만들고 싶었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대안적 고용모델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다. 3년 전 협동조합기본법이 생기자마자 주식회사를 접고 협동조합으로 변신했다. 이제 사장이 아니라 협동조합 이사장이 됐다. 사원·대리·과장·부장 등 직원 140여 명 모두 회사의 주인이다.

주요 사업은 외식 프랜차이즈다. 대표 브랜드로는 국수나무, 화평동 왕냉면 등이 있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 조합원들을 해외 협동조합 선진지로 연수를 보내고 직원 5명만 모이면 누구나 배울 수 있도록 교육지원도 하고 있다. 2014년 한 해에만 교육비로 2억원을 지출했다.

“사람이 중요하니 사람에게 투자해야죠.” 그 돈은 인건비가 아니라 조합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라고 송 이사장은 생각한다. 많은 기업들이 말하는 인간 중심, 사람 중심 경영이 해피브릿지에서는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다. 경영의 구조와 관점을 바꾸는 동력이 되고 있다.

해피브릿지는 조합원, 즉 사원들의 창업도 적극 권장한다. 조합원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외식 창업을 하면 해피브릿지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한다. 성공하면 새로운 가맹사업을 할 수 있으니 해피브릿지의 새로운 먹거리 사업이 된다.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조합원에게 소득과 복지로 재투자되니 조합원들의 자발성과 적극성을 더욱 강화하는 선순환 고리가 완성된다. 동료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과 연대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것이 송 이사장의 포부다.


경쟁에 매달리는 시대에 협동을 선택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가능한 차선’을 넘어 ‘불가능한 최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노동자협동조합인 몬드라곤협동조합은 자국 내 재계 7위이고 고용 순위는 3위예요. 몬드라곤협동조합은 다양한 협동조합 기업들과 연대해 어려울 때 서로 지탱해줍니다. 어렵다고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재교육해 다른 협동조합으로 배치하는 거죠.”

일자리를 제공하고, 원한다면 창업도 돕고, 모든 수익은 조합원에게 재투자되며, 실직 위기가 닥쳐도 다른 협동조합과 연대해 안전망을 제공하는 꿈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송 이사장은 몬드라곤 모델을 한국에 적용하기 위해 몬드라곤대학교의 교수를 한국에 불러와 해피브릿지연구소를 설립했다. 한국의 다른 노동자협동조합과도 연대하기 위해 대안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도 세웠다. 송 이사장은 연합회의 초대 회장이기도 하다.

취향 공동체를 일구고 확산하는 역할도

협동조합이 밥벌이의 문제만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취향의 공동체’를 일구고 이를 더 확산하는 진앙지 구실도 하고 있다. 취향의 영역에도 자본 논리가 침투해 있는데, 이를 걷어내는 방법으로 협동조합을 택한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영국 에 따르면 2013년 한국인의 1인당 영화 관람 편수는 4.12편으로 세계 1위다. 할리우드가 위치한 미국보다 많고 최초의 영화를 탄생시킨 프랑스보다 많은 수다. 그런데 2013년 전국 244개 기초자치단체 중 영화관이 하나도 없는 지역은 전체의 45%인 109개 지역에 달했다. 영화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는 나라의 절반 지역에 영화관이 없는 것이다. 자본의 논리 때문이다. 영화관이 보기에 투자가치가 없는 곳은 문화의 사막이 된다.

모두를위한극장공정영화협동조합(모극장)은 시민들에게 다양한 영화를 제공해 문화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협동조합이다. 독립영화 배급과 영화 교육사업을 한다. 멀티플렉스에서는 상영되지 않지만 의미와 재미가 있는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기업 자본으로 만들어진 3개 멀티플렉스가 전국 영화관 스크린의 80%를 점유하고 있어요. 이 상태로는 좋은 영화라 할지라도 수익이 될 것 같지 않으면 관객을 만날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는 거죠.” 모극장의 김남훈 상임이사의 말이다.

자본의 논리가 아닌 문화의 논리로 돌아가자며, 영화를 보고 싶다는 뜻을 가진 시민과 영화제작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팝업시네마(popupcinema.kr) 플랫폼을 개발했다. 지역에서 영화를 보고 싶은데 영화관에서 틀어주지 않는다면, 혹은 영화관 자체가 없다면, 시민들이 ‘공동체 상영회’를 열어 영화를 배급받을 수 있다. 모극장은 110편에 달하는 영화 목록을 인터넷에 올려 시민들이 영화의 기획·배급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간소화했다. 유통뿐만 아니라 지방에서 대관이 가능한 극장 정보도 함께 제공한다. 시민이 모이면 어느 곳에서든 영화관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해되는 가격’의 믿을 만한 동물병원

취향은 삶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어떤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취미가 아니라 삶 그 자체다. 그런데 여기에도 신자유주의의 손이 닿았다. 1999년 동물병원의 담합을 막고 자율 경쟁을 도입한다는 취지로 의료수가제를 폐지했는데, 오히려 병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로 달라져 소비자의 불신만 높아졌다. 높아진 진료비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 거리에 버려지는 유기동물도 늘어났다.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물병원은 없을까?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우리동생)은 창립총회를 2013년 5월에 열고 2015년 6월 병원을 개원했다. 협동조합이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선례가 없으니 어려움이 많았다.

우리동생의 밑그림을 그린 정경섭 이사장은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강좌부터 열었다. 조합원을 모으고 2억원의 출자를 받고, 여기에 더해 아이쿱(iCOOP)생협과 한국사회투자지원재단으로부터 1억원을 융자받아 병원 문을 열었다. 10월 현재 조합원 수는 1376명. 이들은 모두 5만원씩을 출자했지만 병원 개원을 위해 1천만원 가까이 출자한 조합원도 있다.

운영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다. 동물병원이 과도한 진료비를 청구한다고 생각했는데, 각종 의료기기를 구매하고 임대료를 내다보니 진료비를 낮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진료비 책정 과정에 조합원들이 최대한 참여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김현주 사무국장이 설명했다. 1인 1표의 민주적 운영과 투명한 정보공개로 불신을 해소하고 무조건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이해되는 가격’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동물병원을 매개로 지역 공동체에도 변화가 생겼다. 1인 또는 2인 가구들이 지역에 등장했다. 자녀를 매개로 부모들이 교류하듯 동물을 매개로 1인 또는 2인 가구들이 교류하며 관계망을 넓혔다. 조합원들은 동물병원 외에도 새로운 모임을 만들자는 의견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자신과 같은 취향,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때 신뢰는 더 빠르게 재생산돼 교류망이 더욱 촘촘해지기 때문이다.

맹학교 동문이 뭉친 안마사 협동조합
시각장애인들이 만든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이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안마 업소를 열었다. 직원이자 조합원인 시각장애인들이 정경연 이사장(맨 오른쪽)과 함께 족욕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시각장애인들이 만든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이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안마 업소를 열었다. 직원이자 조합원인 시각장애인들이 정경연 이사장(맨 오른쪽)과 함께 족욕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동물을 함께 보살피려는 세상에서도 장애인의 자리는 비좁다. 결국 그들끼리 뭉쳤다. 서울맹학교 출신 동문들이 모여 안마사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미 안마업은 시각장애인에게 배타적인 취업권으로 보장되어 있는데, 이들은 왜 협동조합 설립에 나섰을까?

“안마업이 뷰티산업으로 성장하면서 비장애인이 운영하는 타이·발·경락·스포츠 마사지 업소를 거리에서 보는 건 흔한 일이 돼버렸어요. 경쟁이 심해진 거죠.”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의 정경연 이사장에 따르면 이들 사업은 모두 현행법상 불법이다.

의료법에 따라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업의 독점적 사업권이 보장된다. 비장애인이 마사지업이나 유사한 사업을 하는 경우 벌금 300만원을 부과한다. 하지만 안마의 수요는 증가하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다보니 불법 마사지 업소는 빠르게 번지고 있다. 법으로는 배타적 업종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미 경쟁의 한복판에 놓인 것이다.

“시각장애인은 안마학교에서 2천 시간 이상 수련을 해요. 기술력은 뛰어나죠.” 문제는 자본이다. 뷰티산업이 5천억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자본금을 쏟아부으며 손님을 끌어모았다. 2013년 발 마사지를 하는 한 회사의 가맹점 수는 150개를 넘기도 했다. 시각장애인 혼자 극복할 수 없는 격차다.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은 시각장애인 조합원이 각자 1천만원씩 출자해 그 돈으로 임대료를 내고 제법 큰 매장을 열었다. 인테리어도 어느 업소 못지않다. 최근에는 서울 사당점에 이어 강남 대치동에 50평 규모의 2호점도 개설했다. 10월1일 문을 연 대치점은 보름 만에 1호점 사당점의 매출을 추월했다.

사당점과 대치점에서 일하는 시각장애인 조합원 수는 모두 22명. 쾌적한 공간에서 안마를 받을 수 있어 젊은 여성 고객들이 꾸준히 찾는다는 게 정경연 이사장의 설명이다. 조합원들은 각자 자신이 일한 만큼 급여로 가져가고 조합원으로서 의사결정에 참여해 배당의 규모와 운영 시스템을 통제한다. 급여는 평균과 비교했을 때 조금 나은 정도지만 시각장애인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동반자처럼 일을 한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참손길공동체협동조합은 그 목표와 뜻에 공감하는 누구나 소정의 교육을 거쳐 1천만원을 출자하면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발달장애아 부모들의 울타리 ‘연리지’

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협동조합은 울타리가 된다. 대전에 위치한 연리지장애가족사회적협동조합(연리지)은 발달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이 모인 협동조합이다. 발달장애 자녀를 가진 부모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에서 시작됐다. “오죽하면 부모가 나섰겠어요. 부모가 나서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발달장애인의 미래가 불안하거든요.”

연리지의 최명진 이사장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되면서 부모 스스로 학교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자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그전에는 학교에서 아이를 거부하면 왈칵 울면서 뒤돌아섰거든요. 이제는 당당히 요구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된 거죠.”

하지만 학교를 졸업해도 장애인의 삶은 계속된다. 현재 한국의 장애인 복지 시스템에선 20대 이후의 삶을 돕지 않는다. 그래서 연리지는 발달장애 청소년이 졸업 뒤 일할 수 있도록 세차사업을 시작했다. 세차는 분업이 가능한데다 집중 시간이 짧기 때문에 발달장애인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장애인도 일할 수 있구나, 지역사회에서 평범하게 살 수 있구나’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 그게 저희가 사업을 하는 이유예요.” 이들은 잘 먹고 잘 사는 일을 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협동조합을 택했다.

대부분이 경쟁에 매달리는 시대임에도 협동을 선택하는 이들이 있다. 경쟁으로 상처 입을수록 협동이 아니고서는 살아갈 방법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간절함은 ‘가능한 차선’을 뛰어넘어 ‘불가능한 최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 인간의 인식은 새롭게 정의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코기토 에르고 쿱’(Cogito Ergo Coop). 협동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경쟁으로 분열된 시대에 협동을 삶의 원리로 삼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 8211개의 협동조합을 응원한다.

김현하 아이쿱(iCOOP)협동조합지원센터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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