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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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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존재 자체가 다양성의 상징”

녹색당 이유진 공동위원장과 당원의 만남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당원 1만 명이
상반기 목표… 재보선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세를 늘리는 통합은 매력적이지 않아”
등록 2015-03-11 05:58 수정 2022-11-08 10:03

녹색당 창당 3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3월3일 이유진 녹색당 공동위원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 종로에 있는 녹색당사를 찾은 신영수(21·대학생) 당원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신씨는 2011년 고3 때 수능 시험을 치르자마자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 발기인으로 참여해 각종 선거운동과 환경 캠페인에 참여하는 등 열혈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 당에 참여한 계기는 “동물권과 생명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채식주의자다. 인터뷰 도중 이유진 공동위원장은 “녹색당은 채식하는 정당이라고 생각해 부담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아니라 ‘채식하는 사람도 배려하는 정당’이라고 보면 된다”며 웃었다.
이 위원장은 다른 진보정당들이 통합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세를 늘리는 방식의 물리적인 진보 진영의 통합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고 했다. 지금은 “각 진보정당이 표방했던 것을 더 명확하게 내세워서 각각의 색깔과 콘텐츠를 채워가면서 당원들의 힘을 모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직접 정치를 한다면 녹색당이 제격
‘녹색당’이라는 당명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이미지가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운동을 할 때 녹색당 포스터를 보던 초등학생들이 “쓰레기 줍고 청소하는 당인가보다”라고 하더라. 그럴듯하다 싶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당명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나.

당명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한도 있고 자부심도 있다. ‘녹색’이 상징하는 게 생명이다. 그래서 녹색당이라고 하면 초등학생들도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정당이라고 생각한다는 의미에서 좋은 당명이다. 그런데 총선이 끝난 뒤 득표율 2%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당법에 의해 등록이 취소되는 일을 겪었다. 더 이상 녹색당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게 된 우리는 정당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지난해 당명을 되찾는 성과를 이뤘다.

정용일 기자

정용일 기자

내년 총선을 준비하면서 당 이름들을 찾아보니 야당 중에 지난 19대 총선 때 썼던 이름이 남아 있는 정당이 한 곳도 없더라. 이름이 다 바뀌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그렇고, 정의당도 총선 이후에 생겼다. 진보신당도 노동당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통합진보당의 경우 참 아픈 상황이지만 없어졌다. 결국 19대 총선에서 나왔던 정당 중에 이름이 남은 야당은 녹색당밖에 없는 거다. 총선 직전에 새누리당도 당명을 바꾼 것까지 생각하면 여야를 합해 녹색당이 이름이 남아 있는 유일한 당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 정치의 안타까운 모습이다. 그런 면에서 녹색당의 이름을 지켜냈다는 것에 상당한 자부심을 느낀다. 어렵게 찾은 만큼 녹색당은 100년이 지나도 절대 이름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대학교 교양 수업에서 지지 정당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새정치연합이나 새누리당에 대해 발표했는데 내가 녹색당에 대해 발표하니 다들 많은 관심을 갖더라. 또래 청년들에게 녹색당의 어떤 점을 어필할 수 있을까.

녹색당에는 많은 당원 기구가 있는데 청년녹색당에 많은 권한을 주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여는 운영위 회의에서도 청년녹색당은 4명까지 참여해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청년의 목소리가 당에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청년들의 직접 정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청년녹색당에 권한을 많이 부여하고 활동을 지원해주려는 측면이 있다. 녹색당이 (선거에 출마할) 후보를 뽑을 때도 돈이나 세력으로 뽑지 않는다. 당원들의 의사에 따라 후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정치를 하고 싶다면 녹색당이 제격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청년층의 빈곤 문제가 심각한데 그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논의하고 있다. 올해 우리 당에서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 기본소득이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일정 금액을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고 해서 기본소득을 당론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청년들이 자신의 꿈에 기반한 미래를 계획하는 데도 기본소득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기본소득이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줄지 당에 와서 같이 논의했으면 좋겠다.

통합했던 다양한 정당들, 결국 나눠져
4월29일 재·보궐 선거가 있고, 내년에는 총선이 있다.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올해 녹색당의 키워드는 ‘도약’이다. 가장 중요한 건 당원을 늘리는 것이다. 현재 약 6400명의 당원이 있는데 올해 상반기를 통틀어 당원이 1만 명을 넘어서면 당원들의 힘으로 총선 준비 등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곳곳에 녹색당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탈핵을 위해 ‘10만 탈핵 시민행동’을 조직하고 탈핵학교, 탈핵깃발달기, 탈핵콘서트 등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 나갈 녹색당의 주요 정책으로 기본소득을 제안하기 위한 당내 토론, 공청회, 강의 등도 계속할 것이다.

4월 재보선과 관련해서는 논의를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재보선의 명분 자체가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으로 진행된다는 점, 녹색당의 현재 상황으로서는 내년 총선에 집중하고 내실 있게 준비해야 한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정의당이나 노동당, 국민모임 등에서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녹색당의 입장은 무엇인가.

세를 늘리는 방식의 물리적인 진보 진영의 통합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이 독주하고 새정치연합은 대안이 되지 못하니 제3당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흩어져 있기보다는 세력을 키워보자’고 했던 것이 아직까지도 성공하지 못했다. 다양한 정당들이 갖고 있던 생각을 하나로 통합했더니 결국 나눠지더라. 지금 또다시 한 우산 아래 모인다고 해서 잘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각 정당이 표방했던 것을 더 명확하게 내세워서 각자의 색깔과 콘텐츠를 채워가면서 당원들의 힘을 모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대표적인 게 지난 총선 이후 이름이 남아 있는 정당이 없다는 점이다. 정당 이름을 지을 때 좋은 메시지, 노동 등 진보적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데 그게 자리도 잡기 전에 또 다른 이름으로 바뀐다는 것은 한국 정치의 슬픔이다. 녹색당은 “뭐하는 정당이냐”고 물어볼 때 “우리 이거 하는 정당이다”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을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고, 이를 통해 우리 스스로가 대안이 되면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고 싶다.

한국 양당체계를 제3정당으로서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녹색당의 존재 자체가 한국의 양당 구조를 깨는 다양성의 상징이다. 한국의 다양한 정치 활동 가운데 녹색당이 있다는 점을 알리면서 외연을 키우고 당원을 모으고 우리가 하나씩 성과를 보는 게 양당 구조를 깨는 가장 큰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3년을 활동하다보니 한국의 선거제도, 정치제도에는 한이 쌓이는 게 있다. 선거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존 양당에만 유리하게 만들어진 제도 개혁 부분을 열심히 얘기할 예정이다. 그렇게 제도 개혁을 하기 위해서도 양당이 아닌 다른 당들이 함께 논의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일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한국 국민도 다양한 정치세력을 원하는 것 같다. 그 목소리에 정당들이 화답할 필요가 있다.

국민경선제도 법제화, 강력 반대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석패율 도입, 비례대표 확대, 완전국민경선제도 도입 방안 등을 발표했다. 선관위 제도 개편 방안에 대한 녹색당의 의견은 무엇인가.

선관위의 개정 의견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안고 있다. 긍정적인 면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한다는 원칙을 확대한 것이다. 그러나 선관위의 안은 개악의 위험성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권역별로 정당별 의석수를 할당할 때 지역구를 제외하고 비례대표 의석만 할당하는 것으로 변경만 되더라도 소수 정당에 불리하다. 석패율제도도 유력 정치인의 당선을 돕는 제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본 사례에서 드러나는 등 정치 개혁의 핵심 의제가 아니다. 특히 녹색당은 기득권 양당 구조를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국민경선제도의 법제화에 강력하게 반대한다. 선거제도 개혁안은 기득권 양당 중심으로 국회에서 졸속으로 논의돼서는 안 되며 범시민적 공론의 장을 만들어 논의해야 한다. 한다.

진행 신영수 녹색당 당원·정리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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