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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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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여행이 가장 설렌다지!

아직 가보지 못한,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마음먹게 되는 아시아의 바다
등록 2015-03-04 07:08 수정 2020-05-02 19:27

“세상에는 두 종류의 스노클러가 있다. 멘장안(Menjangan)에서 스노클링을 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홍길동이 향한 율도국이라는 설도 있는 이시가키 주변 바다는 산호 군락의 화려함과 물빛의 아름다움이 동시에 빼어나다. 오키나와 나하 등을 경유해 비행시간 4시간이면 닿는다. 위키미디어

홍길동이 향한 율도국이라는 설도 있는 이시가키 주변 바다는 산호 군락의 화려함과 물빛의 아름다움이 동시에 빼어나다. 오키나와 나하 등을 경유해 비행시간 4시간이면 닿는다. 위키미디어

발리 가이드북에 나오는 문구다. 언젠가 발리에 다시 간다면 공항에 내려서 막바로 멘장안으로 가겠다. 발리 응우라이 공항에서 차로 5시간 걸리는 북부 멘장안은 아직 개발이 덜 된 곳이지만, 수중 환경은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멘장안 바다 속을 찍은 사진만 보아도 산호색의 화려함에 입이 벌어진다. 인도네시아 해상국립공원으로 보호되는 멘장안 인근의 숙소는 시설이 좋지 않지만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

여름에 떠난다면 말레이반도 동부로

아직 만나지 못한 인연처럼 가지 못한 여행지가 가장 설렌다. 그래서 ‘손가락 여행’이 최고라는 이들도 있다. 게다가 아시아는 넓고, 갈 만한 바다는 많다. 여름에 동남아 바다로 휴가를 간다면, 말레이시아 동부 해안에 늘어선 섬들이 좋은 후보지다. 말레이반도 동쪽 섬들은 서쪽 안다만섬들과 달리 여름이 건기다. 지리적으로 멀지 않은 타이 서해안과 말레이 동해안의 우기와 건기가 반대인 것이다. 꼬끄라단을 다녀오는 호핑투어 배에서 만난 독일인 부부는 “페렌티안(Perhentian)에서는 리조트 앞바다에 거북이가 막 지나다닌다”고 말했다. 그만큼 수중 환경이 좋다는 것이다. 지금은 예전 같지 않다지만 흔히 ‘쁘렌띠안’이라고 불리는 페렌티안 바닷가는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곳이다. 쿠알라룸푸르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코타바루로 가서 들어간다. 페렌티안 아래 르당이나 티오만도 여름에 가기 좋은 섬이다. 티오만은 싱가포르의 창이 공항에서 버스로 4~5시간, 보트로 1시간이면 닿아 접근성이 좋다. 페렌티안이 배낭여행자의 섬이라면 르당은 트렁크족의 섬이다. 페렌티안에서 성수기에 보트로 연결되는 르당에는 가족 단위 여행객이 머물기 좋은 중·고급 리조트가 많다.

꼬끄라단에서 만난 슈나이처 할아버지가 만면에 미소를 잔뜩 머금은 순간은 “아포에서 스노클링만으로 상어 사진을 찍었다”고 말할 때였다. 필리핀 세부나 두마게티에서 연결되는 아포섬 역시 수중 환경이 좋기로 유명하다. 세부를 최종 목적지로 삼지 않고 이동한다면 사방팔방으로 연결되는 아름다운 스노클링 포인트가 많다. 세부섬의 북쪽 말라파스쿠아, 서쪽 모알보알은 물론 페리를 타고 반나절 이동하면 닿는 아름다운 섬들이 널렸다. 이슬람 반군의 활동 지역으로 위험하다고 알려진 민다나오섬의 주도인 다바오는 오히려 필리핀에서 안전한 편에 속한다. 최근 외교부가 한국인에게 민다나오에서 ‘즉시 철수’를 권고하는 적색경보를 발령했지만 다바오는 제외다. 이렇게 스노클링 포인트를 따라가다보면 필리핀과 말레이시아가 생각보다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필리핀 남단이 말레이시아 이슬람 문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지도로 보인다.

동남아 뺨치는 일본 남부의 수중 환경

일본이 이만큼 길구나 증명하는 섬들도 있다. 오키나와 본섬에서 남쪽으로 비행기로 1시간을 가면 이르는 야에야마제도의 이시가키섬은 동남아 뺨치는 수중 환경을 자랑한다. 이시가키는 대만과 매우 가깝다. 이시가키섬에는 가비라만을 비롯해 아름다운 스노클링 포인트들이 있다. 이시가키 시내를 거점 삼아 공용 페리로 연결되는 다케토미, 이리오모테, 구로시마 같은 야에야마섬들로 여행을 다니는 것도 좋다. 다만 일본이나 필리핀에 가기 전에 태풍이 피해가기를 기도하는 것만 잊지 않으면 된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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