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방사능 공포를 없애줄 수 있는 건, 정부뿐이죠. 우리 역할은 아주 적은 부분이니까요.”
시민방사능감시센터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김혜정(49) 운영위원장은 이렇게 답했다.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출신 탈핵 운동가인 그는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임명됐다. 지난 4월 환경운동연합·차일드세이브·한살림협동조합 등 7개 시민·사회단체가 세운 감시센터는 시민들이 직접 생활 방사능, 핵발전소 방사능 유출 등을 감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감시센터에는 2년 동안 모금으로 모인 1억3천만원으로 구입한 전문가용 방사능 핵종분석기가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능에 대한 위협이 커졌는데, 정작 방사능 조사를 할 곳은 없었죠. 맡아주는 곳도 없고 정부는 신뢰하기 힘드니 저희가 직접 나선 것이죠.”
감시센터는 현재 자체적으로 일본산 식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시민과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능 위협이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는 괴담이라고 대응하니 말 그대로 ‘블랙코미디’인 거죠.”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샘플 1개당 3시간이 걸려 하루에 많아야 서너 가지만 조사하는 수준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는 10여 대의 장비가 있죠. 정부가 적극적으로 방사능 조사에 나서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김 위원장이 값비싼 분석기 구입을 추진하기로 마음을 먹게된 건, 2011년 서울 노원구의 아스팔트 방사능 검출 사건을 겪으면서부터다. 당시 한 주부가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방사능 수치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또 다른 주부가 가지고 있던 1500만원짜리 핵종분석기로 아스팔트에 인공 방사능인 방사성 세슘이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는 “만약 우리가 세슘이라는 핵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문제제기를 했다면, 정부에서 자연 방사능이라고 반박했을 때 대응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결국 대등하게 싸우려면 무기가 있어야 하겠더라”고 말했다. 현재 감시센터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방사능 측정 의뢰도 받고 있다. “어제는 한 미술가가 후쿠시마산 캔버스의 조사를 의뢰하셨어요. 어떤 분은 국내산 표고버섯의 방사능 수치를 재고 싶다고 문의하시더라고요.”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웠던 방사능 측정이 대중화하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 체르노빌 사고 당시, 오스트리아에서는 정부가 라디오 방송을 통해 구체적인 방사능 관련 정보를 줘 피해를 줄였다”며 “우리도 정부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정부가 실시간으로 일본발 방사능 오염 현황을 공개하고, 일본산 식품의 수입 중단 조치부터 취해야 합니다. 이러면 문제 해결의 절반은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음부터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다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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