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44대 대통령의 임기가 ‘4년 더’ 늘었다. 11월6일 치러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6066만여 표(50.4%)를 얻어, 총 선거인단의 절반(270명)을 훌쩍 뛰어넘는 303명을 확보했다. 5782만여 표(48%)를 얻은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206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표차는 약 284만 표였다.
선거 막판까지, 오바마 대통령의 승리를 장담한 이는 많지 않았다. 유례없는 ‘초박빙’이리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되레 롬니 후보의 ‘선전’을 점치는 이가 늘기도 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그랬다. 앞선 2008년 대선 때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52.9%, 확보한 선거인단은 365명이었다. 4년 전과 견주면, ‘격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제법 여유 있는 승리로 평가할 만하다.
오바마 정부, 지난 4년 250만 개 일자리 창출돌아보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34대) 이래 임기 8년을 모두 채운 미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40대), 빌 클린턴(42대), 조지 ‘아들’ 부시(43대) 등 단 3명뿐이다. 존 케네디(35대)는 집권 2년10개월여 만에 암살됐고, 린든 존슨(36대)은 거센 반전 여론에 밀려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 리처드 닉슨(37대)은 재선에 성공한 직후 ‘워터게이트’의 여파로 자진해 물러났다. 제럴드 포드(38대)와 지미 카터(39대), 조지 ‘아버지’ 부시(41대)는 재선에 나섰다가 쓴잔을 마셨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갖는 무게감이다.
솔직해지자.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재선’이란 수식은 더 이상 울 림이 없다. 캔자스 출신 백인 여성과 케냐 출신 흑인 남성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서아프리카 출신 흑인 노예들이 지은 워싱턴 펜실베이 니아 대로 1600번지 ‘허연 건물’의 주인이 된 것도 벌써 4년 전이다. 청 명한 하늘에 추위가 매서웠던 2009년 1월20일 열린 그의 취임식에 참석했던 150만 인파의 감동이 여전하기를 바랄 순 없다. 그래서 묻 게 된다. 2012년 11월6일, 미 유권자들의 ‘선택’은 무엇을 뜻하는가?
“(2008년 금융위기로) 무너졌던 경제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이 시점에 잘못된 정책을 추진한다면 다시 경기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보수 진영에선 2010년 통과된 건강보험 개혁법을 흔들기 위한 이념 공세가 한창이다.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을 법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역사적인 민권법이 통과된 게 반 세기 전임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일부는 결혼할 수 있는 권리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11월6일 선거를 앞둔 미국 사회의 현주소다.”
는 10월27일치 사설에서 이렇게 썼다. 선거를 열흘 앞둔 날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롬니 후보가 3% 안팎으로 오바 마 대통령을 앞질렀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도전을 열렬히 지지한다”는 얘기를 꺼내놓기 쉽지 않은 시점이 었다. A4용지 4쪽을 꽉 채운 긴 글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건강 보험 △경제정책 △인권정책 등 크게 3가지 분야다. 모두 이번 선거 결과와 고스란히 맞닿아 있다. 한 가지씩 더듬어보자.
신문은 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 개혁법’(이른바 ‘오바마 케어’) 통과를 “1965년 노인(메디케어)·빈민층(메디케이드) 의료보장법 통 과 이후 최대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전 국민 의료보장 시대로 한발 다가선 개혁”이라는 게다. 공화당과 롬니 후보의 생각은 전혀 달랐 다. 롬니 후보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취임식 다음날 아침 일과를 ‘오 바마 케어’ 폐기 법안에 서명하는 것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호언해왔 다. 왜? 건강보험 가입 여부는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하며, 정부가 섣불리 건강보험 시장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게다. 말하자면, ‘작은 정부론’이다.
경제는 어떤가? 2009년 1월 취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물려받은 미국 경제는 붕괴 직전 상황이었다. 위기의 진앙인 금융권은 물론, 줄이 막혀 도산 직전으로 내몰린 자동차 업계에도 막대한 공적자금 이 투입됐다. 성과는 지표로 확인된다. 지난 4년여 새로 만들어진 일 자리가 250만 개에 이른다. 12%에 다가서던 실업률이 8%대로 떨어 진 것도 이 덕분이다. ‘금융소비자보호국’ 창설을 촉발한 이른바 ‘도 드-프랭크 법’으로 대표되는 금융개혁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파생 금융상품 시장 규제와 은행권의 자기자본 비율 확대는 성과로 꼽을 만하다.
롬니 후보의 반응은 어땠을까? 자동차 업계 구제금융에 대해 그 는 비판의 날을 세워왔다. “시장의 판단에 맡겨야지, 정부가 간여할 일이 아니다”란 게다. ‘도드-프랭크 법’에 대해서도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을 규제해선 안 된다. 당선되면 즉각 폐기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귀에 익은 주장이다.
롬니, 부자감세·낙수효과 등 작은 정부론
2001년과 2003년 부시 행정부가 도입한 ‘부자감세’ 정책은 올해 말 효력을 잃게 된다. 그간 오바마 대통령은 “연간 25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가구에 대한 세금을 높이겠다”고 별러왔다. 지난 8월 의 회예산처(CBO)가 추산한 자료를 보면, ‘부자감세’를 연장할 경우 연 방정부가 떠안게 될 재정적자 규모는 세수 부족분 2조7400억달러와 금융비용 등 무려 3조1800억달러에 이른단다.
지난 4년 남짓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오바마 행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의 발목을 잡을 때마다 내세운 명분은 ‘재정적자 축소’ 였다. 그럼에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롬니 후보와 공화당 쪽은 “오는 2022년까지 ‘부자감세’ 정책을 10년 더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자감세를 통해 소비 수요를 늘리고, 이를 통해 신규 고용을 창출 할 수 있다”는 게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유행했던 이른바 ‘낙수효과’를 떠올리면 되겠다. 역시, 낯설지 않다.
재정·경제 정책 측면에서 ‘작은 정부’를 외쳤던 롬니 후보는 사회· 인권 정책 분야에선 전혀 딴소리를 했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대법 관 인선’ 문제에 대한 언급이 대표적이다. 선거운동 기간에 그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해 앤터닌 스캘리아,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 얼 얼리토 대법관 등과 맥을 같이하는 인물들을 대법관으로 임명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 가 언급한 인물들은 ‘미 대법원 역사상 가장 보수적인 대법관’ 으로 통한다. 는 “롬니 후보가 당선돼 새 대법관 을 지명하게 되면 (낙태를 합법 화한) ‘로 대 웨이드 사건’에 대 한 대법원의 판례가 뒤집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공화당은 지난 8월 말 열린 전당대회에서 “성폭행으 로 인한 임신을 포함해 어떤 경우에도 낙태에 반대한다”는 규정을 정강·정책에 포함시켰다. 롬니 후보는 “여성의 건강이 위태로운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는 관점이지만, ‘가족계획’을 위한 연방정부 지원 예산 삭감에는 찬성했다. ‘피임’마저 금하겠다는 뜻이다. 시장은 풀고, 개인은 옥죈다. 하긴 동성결혼 반대와 불법이민자 일괄 추방 등 이번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쪽이 내세운 사회정책 기조는 가히 ‘극우적’이라 부를 만했다. 롬니 후보가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47%’를 “자기 책임은 다하지 않고 정부에 바라기만 하는 사람들”로 몰아세운 것도 무리는 아니었던 게다.
우연치곤 절묘하다. 지난 8월 말~9월 초 각각 열린 공화·민주 양당의 전당대회는 때마침 불어닥친 ‘허리케인 아이작’으로 어수선했다. 공화당은 전당대회 개막일을 늦췄고, 민주당은 대규모 야외행사를 포기해야 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들끓었던 수많은 논쟁을 막판에 하나로 모아낸 것도 허리케인이었다.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짓 앞두고 뉴욕·뉴저지 등 동부 해안지역을 강타한 ‘샌디’ 말이다.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E7E7E2"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F7F6F4"><tr><td class="news_text02" style="padding:10px"><font color="#991900">지난 4년 남짓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오바마 행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의 발목을 잡을 때마다 내세운 명분은 ‘재정적자 축소’였다. 그럼에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롬니 후보와 공화당 쪽은 “오는 2022년까지 ‘부자감세’ 정책을 10년 더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ont></td></tr></table></td></tr><tr><td height="23px"></td></tr></table>허리케인이 흔든 ‘데이비스-베이컨 법’
한쪽에선 “큰 재난에 대처하려면 큰 정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쪽에선 “파산한 정부와 절망에 빠진 이재민을 동시에 구하는 유일한 길은 시장에 맡기는 것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대형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방법을 두고 워싱턴 정가 안팎에서 벌어진 치열한 논쟁 속에 2012년 미 대선 독해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미국에 ‘Pub. L. 71-798’이란 일련번호를 가진 법이 있다. ‘Pub. L.’은 연방의회가 제정한 ‘공법’을 상징한다. ‘71-798’은 제71차 의회에서 798번째로 제정한 법률이란 뜻이다. 이른바 ‘데이비스-베이컨 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1931년 3월 발효됐다. ‘연방정부가 발주하는 공사를 따낸 업체는 고용노동자의 임금을, 최소한 해당 지역 노동자 평균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게 뼈대다. 몇 차례 일시적인 효력 정지 기간이 있긴 했지만, ‘데이비스-베이컨 법’은 미 건설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을 보장해준 버팀목이었다.
반면 건설업체로선 ‘규제’로 받아들이는 게 당연했다. 공화당이 틈만 나면 법 폐기를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1월에도 공화당 쪽은 향후 10년 동안 2조5천억달러의 연방정부 재정적자 감소 방안의 일환으로 이 법의 폐기를 거론했다. “임금 제한 규정이 사라지면 공사비 자체가 줄어들어 해마다 적어도 10억달러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허리케인 샌디가 휩쓸고 지나간 직후에도, 를 비롯한 보수매체에서 비슷한 주장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빠른 복구 작업을 위해서라도 ‘데이비스-베이컨 법’ 같은 연방정부 차원의 낡은 규제 조항을 즉각 철폐해야 한다”는 게다.
조금 뜬금없는 논쟁도 있었다. 재난 복구와 관련해 ‘월마트 역할론’이 떠오른 게다. 세계 최대 규모의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미국에서만 무려 4천여 곳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업체가 유독 발을 들여놓지 못한 곳이 있다. 미 최대 도시로 꼽히는 뉴욕이다. 이 업체는 최근에도 뉴욕 브루클린 지역에서 공사가 한창인 대형 쇼핑몰 ‘게이트웨이 2’ 입점을 추진했다. 하지만 ‘월마트 없는 뉴욕’을 비롯한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뉴욕 시의회까지 나서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벌이자 결국 입점 포기를 선언했다. 허리케인 샌디와는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영세업자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점포(이른바 ‘맘 앤드 팝 스토어’)는 대규모 재해가 터졌을 때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대형 유통업체(이른바 ‘빅 박스 스토어’)는 다르다. (2005년 8월 말 뉴올리언스를 비롯한 멕시코만 연안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 이재민들이 물과 비상식량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도 월마트 덕분이었다.” 이언 머레이 기업경쟁력연구소(CEI) 경제자유센터장은 11월1일 경제지 인터넷판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이어 “월마트를 거부해온 뉴욕 시민들이 이번 재난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미 의회가 1968년 통과시킨 ‘연방 홍수피해 지원 프로그램’(NFIP)도 여지없이 표적이 됐다. NFIP는 홍수 피해가 잦은 지역 주민들의 파손주택 복구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일종의 공적 보험이다. 법이 정하고 있는 NFIP의 기금 상한선은 208억달러, 이미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여파로 이 가운데 180억달러가 소진된 상태란다. 은 10월31일 보수적 싱크탱크 ‘R스트리트 연구소’의 레이 레번 선임연구원의 말을 따 이렇게 전했다.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E7E7E2"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F7F6F4"><tr><td class="news_text02" style="padding:10px"><font color="#991900">2008년 경제위기는 고삐 풀린 금융시장이 불러왔다. ‘재난’에 빠진 경제를 되살린 것은 ‘큰 정부’였다. ‘작은 정부’를 원하는 이들도 있다. ‘재난’이 닥쳐도 스스로 헤쳐나갈 힘이 있는 이들이다. 경제위기 속에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 1기는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막을 내렸다. 둘 다 ‘재난’이다.</font></td></tr></table></td></tr><tr><td height="23px"></td></tr></table>롬니의 ‘FEMA 폐지론’ 날려버린 ‘샌디’
“허리케인 샌디로 인한 피해 규모는 최소한 524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NFIP 기금이 바닥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기금 상한을 높이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의회에서 관련 논쟁이 벌어진다면, 그간 (재해보험) 시장을 왜곡시켜온 연방정부의 역할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재난 대비와 관련한 보험시장이 전면 민영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레번 연구원보다 한술 더 뜬 이도 있다. 러셀 소벨 시타델대학 방문교수(경영학)는 10월31일 인터넷판에 기고한 글에서 “연방정부 차원에서 재난지역을 일종의 ‘자유무역지대’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각종 규제와 인허가 절차 해제는 물론 세금까지 동결시킨다면, 이재민들에게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 공급이 훨씬 원활해질 것”이란 게다. 시장이 알아서 모든 것을 해결할 테니, 정부는 뒷짐 지고 물러나 있으란 얘기다.
생뚱맞은 주장은 끝없이 이어졌다. 금융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가 은행권의 신속한 재난 지원자금 대출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지나치게 가격을 통제하면, 업체들이 공급량을 한꺼번에 늘리지 않아 재난 복구용 물품 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이 모든 논란의 정점은 ‘연방재난관리청’(FEMA)으로 모아진다. 따져보면, FEMA의 역사 자체가 ‘정부의 역할’을 둘러싼 미국 사회 논쟁의 축소판이다.
FEMA는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인 1978년 연방정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재난 대비 업무를 한데 모아 창설됐다. 냉전이 불을 뿜던 1980년대를 거치며 ‘핵전쟁 이후’를 대비하는 데 힘을 빼던 FEMA가 제 기능을 찾은 것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장관급 독립기구로 격상되면서부터다. 오래가지 못했다. 9·11 동시테러 이후 조지 부시 행정부는 FEMA를 신설한 국토안보부에 딸린 차관급 부서로 격하시켰다. 그 시절 FEMA 청장을 지낸 인물은 부시 대통령의 선거참모였던 조 얼바우와 그의 친구인 변호사 출신 마이클 브라운이었다. 두 사람 모두 재난 업무와 관련된 경력은 전무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 규모가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플로리다주 재난관리국장 출신인 크레이그 퍼게이트가 청장에 임명되자 FEMA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하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문제였다. 지난 2년 동안 공화당은 FEMA의 재난 대비용 예산을 43%나 삭감했다. 롬니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아예 ‘FEMA 폐지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선거 막판 ‘샌디’가 위세를 떨치리라 예상하지 못한 게다. 자연재해가 늘 그런 식이다.
재난에 빠진 경제 살린 건 ‘큰 정부’2008년 경제위기는 고삐 풀린 금융시장이 불러왔다. ‘재난’에 빠진 경제를 되살린 것은 ‘큰 정부’였다. ‘작은 정부’를 원하는 이들도 있다. ‘재난’이 닥쳐도 스스로 헤쳐나갈 힘이 있는 이들이다. 경제위기 속에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 1기는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막을 내렸다. 둘 다 ‘재난’이다. 그러니 분명해진다. 2012년 미 대선 결과는 ‘재난’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미국인들의 대답이다. 어디 미국뿐일까?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지금, 우리도 물을 만하다. 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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