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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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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대 친노, 친노 넘기 경쟁

친노·PK 겹치는 문재인 vs 김두관, 친노 이미지 누가 먼저 털어내느냐 대선 향배 갈려
…후발주자 김두관, 문재인에 ‘친노 패밀리’ 선방 날리고 ‘권력 의지’ 강조하며 차별화 나서
등록 2012-06-15 09:29 수정 2020-05-02 19:26
해외출장 중이던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급히 귀국한 15일 저녁 경남 창원 경남도청 별관 프레스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가고 있다. 창원/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해외출장 중이던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급히 귀국한 15일 저녁 경남 창원 경남도청 별관 프레스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나가고 있다. 창원/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친노이자 영남(PK) 후보. 사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이것뿐이다. 정치적 분류법이고, 그마저 좀더 들여다보면 같은 듯 다르다. 양쪽 모두 ‘동지적 경쟁’을 강조한다. 모든 걸 걸어야 하는 대선 후보 경쟁에서 ‘동지적 경쟁’이 가능할까? 이미 총성은 울렸다.

6월9일 막을 내린 민주통합당 대표 선거는 대선 후보 경선의 전초전 양상으로 치러졌다. 부산에선 이해찬 후보, 경남에선 김한길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영남의 맹주’는 둘이 됐다. 후발주자인 김두관 경남지사는 유력주자인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을 겨냥해 ‘친노 패밀리’라며 치고 나왔다. 김 지사는 당내 대권 흐름이 문 상임고문에게 쏠리는 것을 막으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문 상임고문은 6월17~18일께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김 지사는 6월12일 경남 창원에서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열고 사실상 출마를 공식화한다.

“문재인은 동문회, 김두관은 동호회”

두 사람은 5월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이후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노무현의 친구’인 문 상임고문은 5월24일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정치인 문재인은 정치인 노무현을 넘어서겠다”고 선언했다.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 지사는 여러 인터뷰에서 ‘비욘드(beyond) 노무현’을 얘기했다. 두 사람 모두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 계승을 강조하며 ‘친노 프레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김 지사가 더 적극적이다. 그는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참모나 부하는 아니었다. 참모들과 나는 삶의 궤적이 다르다. 패밀리가 아니라 범친노”라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문 상임고문 쪽은 ‘친노 패밀리’라는 규정에 불쾌해하면서도, 굳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김경수 공보특보는 “문재인 캠프에 대한 오해가 있다. 친노·부산 출신이 아니면 대접을 못 받는다거나, 이미 다 짜여서 들어갈 틈이 없다는 말들이다. 지금은 공식 출마 이전 단계여서 노무현을 넘어서는 콘텐츠와 사람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선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조직, 달리 말하면 사람이다. 친노 세력은 늘 확장력이 없다고 지적받아왔다. 지난 5월30일 출범한 ‘담쟁이포럼’은 문 상임고문의 싱크탱크 성격을 띤 단체다. 한완상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대표를, 이정우 경북대 교수(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가 연구위원장을 맡았다. 소설가 공지영, 시인 안도현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눈에 띈다. 발기인 300명에 이름을 올린 민주당 의원 23명 가운데는 이상민·임수경 등 친노로 분류되지 않는 이들도 있다. 김경수 특보는 “담쟁이포럼으로 시작해서 개문발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상임고문 쪽은 김부겸·박영선 의원 등을 대선 캠프에 영입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자치분권연구소, 생활정치포럼 등 대선 캠프를 가동 중이다. 친노 중진인 원혜영 의원이 멘토 노릇을 하고 있다. 이강철·윤승용 전 청와대 수석, 김태랑·김재홍 전 의원 등도 합류했다. 김 지사 캠프의 한 참모는 “문재인은 동문회, 김두관은 동호회”라고 말했다. 김 지사 캠프에는 친노뿐 아니라 다양한 세력이 참여했다는 것이다.

‘노무현을 넘어서는 미래비전’도 이들의 행보와 발언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문 상임고문은 당 민생특위 좋은일자리본부장을 맡는 등 일자리 문제에 관심이 많다. 트위터를 통해 시민들로부터 출마선언문에 담을 정책과 비전, 시대정신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있다. 그는 와의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를 경제적 민주주의까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게 시대정신”이라며 “노무현 정부의 성과와 한계를 온몸으로 직접 겪었다. 국민의 따가운 비판과 질책을 다 받으며 성찰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게 내 강점”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양극화 등 참여정부의 ‘과’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만들겠다는 태세다.



두 사람은 5월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이후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노무현의 친구’인 문재인 상임고문은 5월24일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정치인 문재인은 정치인 노무현을 넘어서겠다”고 선언했다.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두관 지사는 여러 인터뷰에서 ‘비욘드(beyond) 노무현’을 얘기했다.
호남에선 오히려 손학규 전 대표 우세

김 지사는 ‘계층이동이 자유로운 공평사회’를 화두로 제시했다(6월7일 국가비전연구소 주최 강연회). “공평은 경제적 차별을 완화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계씨 편에 나오는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백성은 가난함을 걱정하기보다 불공평함에 분노한다)이라는 구절도 종종 인용한다. 자서전에서는 “재임 기간에 국민의 10%를 서민에서 중산층으로 끌어올린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을 자신의 정책적 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대선에서는 미래지향적 이미지와 비전을 누가 더 제시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누가 친노 이미지를 빨리, 더 많이 털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PK 후보라는 야권에서 유리한 입지를 공유하고 있는 두 사람이 ‘맹주’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도 관전 포인트다. 국가비전연구소(이사장 박명광 전 의원)가 6월4일 민주당 대의원 2286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대선주자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PK 지역에서 문 상임고문(36.1%)과 김 지사(34.5%)에 대한 호감도가 엇비슷했다. 두 사람 모두 약점이 있다. 문 상임고문은 총선 이후 ‘부산에 갇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PK 지역에서 이미 한계를 보인 게 아니냐는 얘기였다. 김 지사는 경남지사 중도 하차라는 큰 부담을 지고 있다. 김 지사는 “도민과의 약속을 어기게 되는 것 같아서 굉장히 마음 부담이 된다. 지사직을 그만두면 새누리당으로 넘어간다는 우려도 있다”(5월21일 인터뷰)고 말했다. 영남 민심이 누구를 선택할지 더 지켜봐야 한다.

야권의 전략지인 호남은 두 PK 후보에 대해 아직까지는 시큰둥한 분위기다. 전당대회 광주·전남 경선에서는 정세균 의원이 지원한 강기정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국가비전연구소 조사에서도 문 상임고문(17.6%)과 김 지사(17.2%) 모두 손학규 전 대표(27.7%)에게 밀렸다. 총선 공천과 패배 과정에서 친노 세력에 대한 호남 민심이 악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호남 민심은 전략적으로 될 만한 사람을 밀어준다. 민주당 주자만 놓고 보면 김두관 지사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재선 의원은 “전당대회 결과를 통해 드러난 호남 민심은 좀더 지켜보겠다는 것”이라며 “‘이해찬-박지원 담합’의 그늘을 잘 벗어나면 문재인 상임고문이 앞서갈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 PK 후보라는 공통점은 친노 이미지, 총선 패배 책임론이 상대적으로 덜한 김 지사에 의해 차별성을 드러내는 소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김 지사로서는 1등 후보인 문 상임고문을 넘지 못하면 대선주자로서 의미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치분권연구소 이사장인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김 지사는 친노라는 브랜드와 PK에서 문 상임고문의 우월성을 인정하는 자세를 갖고 임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후에 문 상임고문의 자산을 인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 문재인은 정말 권력의지 가졌나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 ‘권력의지’를 꼽는 사람이 많다. “국회 정문 앞에 ‘이장에서 청와대까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더군요. 이 주제는 주최 쪽이 정한 것인데, 끝에 물음표가 있네요. 그걸 느낌표로 만들어볼까 합니다.” 6월7일 국회에서 열린 한 초청 강연회에서 김 지사가 한 말이다. 공직·당직 선거에서 11전5승6패의 전적을 갖고 있는 김 지사는 끊임없는 권력의지를 나타내온 정치인으로 거론돼왔다. 그는 3차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고, 3번째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당선됐다. 반면 문 상임고문은 인터뷰 때마다 으레 ‘권력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는 “이번에 후보가 안 되면, 또는 대선에서 떨어지면 정치를 접고 양산(문 교수의 자택)에서 닭을 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그러면 사람들이 힘이 안 날 수 있다”는 질문(5월11일 조국 서울대 교수가 진행한 인터뷰)에 “그야말로 가정적 사안이라서 제 미래의 자유를 지금부터 압류당하긴 싫다”고 답했다. “어쨌든 이번엔 올인할 것”이라며 “개인적 권력의지는 꼭 중요한 게 아니다. 그야말로 보통 사람의 심성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경쟁이 본격화하자 변화 기류가 드러나고 있다. 한 핵심 참모는 “문 상임고문이 요즘에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명확히 말한다. 정권 교체를 반드시 해야 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으며,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했다.

‘정치인 문재인’과 ‘정치인 김두관’도 사뭇 다르다. 문 상임고문은 총선 때야 비로소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총선 이후 당내 중도강화론 논란, 이-박 담합 논란 과정에서 편드는 발언을 해 ‘정치력은 아마추어’라는 평가도 나왔다. 총선 패배 원인이 ‘좌클릭’ 때문이라는 주장에 동의한 게 아니라 중도까지 포함한 폭넓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데 동의한 것이고, 친노-비노 프레임을 넘어서야 한다는 ‘취지’에 동의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치적 평가는 냉혹했다. 김경수 공보특보는 “총선 때 불거진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사퇴 문제를 해결한 것은 문재인의 정치력이 아니었느냐. 대통령 수준에서의 국정 경험을 가진 게 최고 강점”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정치를 준비한 사람, 국민 속에서 정치를 익힌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게 맞다”(5월4일 민주당 정치개혁모임 초청 간담회)고 강조한다.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지만 국정 경험이 짧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를 돕고 있는 윤승용 전 청와대 수석은 “김 지사는 남해군수 시절부터 지금까지 (경남) 지역에서 섬 같은 존재였지만, 대화와 타협으로 의회와 소통해왔다. 훈련된 사람이고, 정치가 뭔지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누가 승자가 되든 일단 시너지 필요

5월26~27일 와 KSOI의 여론조사에서 문 상임고문은 11.1%, 김 지사는 1.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문 상임고문은 한풀 꺾인 바람을 다시 불게 해야 하고, 김 지사는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려 지지율로 연결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지지율은 22.6%였다. 김 지사가 민주당 대선 경쟁 구도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있지만, 두 사람의 지지율 합계는 한때 10% 후반대를 오가던 문 상임고문의 지지율에도 못 미친다. 동지적 경쟁이든 아니든, 누가 승자가 되든, 둘 중 하나가 안 원장을 만나려면 시너지 효과가 있어야 한다.



국가비전연구소(이사장 박명광 전 의원)가 6월4일 민주당 대의원 2286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대선주자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PK 지역에서는 문 상임고문(36.1%)과 김 지사(34.5%)에 대한 호감도가 엇비슷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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