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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정도 성공했을까요”

중국에서 단기간에 시장점유율 3위 오른 베이징현대차 노재만 사장… “결정된 것은 바로 이행해서 중국과의 신뢰 구축해”
등록 2011-12-15 06:35 수정 2020-05-02 19:26
노재만 베이징현대차 사장. 베이징현대차 제공

노재만 베이징현대차 사장. 베이징현대차 제공

“중국 자동차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조만간 베이징현대차 제4공장 건설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재만 베이징현대차 사장은 지난 10월28일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구에 위치한 베이징현대차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모두들 대성공이라고 평가하는 현대차의 중국 사업에 대해 “절반 정도 성공했을까요”라며 추가 확장 의지를 비쳤다.

4년 만에 다시 만난 노 사장의 얼굴은 최근의 호조세를 반영하듯 밝아 보였다. 베이징현대차의 올해 예상 판매량은 73만 대다. 2003년의 5만 대에 견줘 8년간 15배로 늘어났다. 연간 생산능력 60만 대인 1·2공장의 가동률을 주말특근을 통해 120% 끌어올린 결과다. 내년 7월 연산 40만 대의 3공장이 완공되면 물량 부족은 어느 정도 해소된다. 이렇게 되면 현대·기아차의 중국 전체 생산능력은 143만 대로 늘어난다. 정몽구(MK) 회장이 최근 중국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해 내년 하반기 30만 대 규모의 기아차 3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치 않은 상황인 듯하다.

엔지니어 출신인 노 사장은 2002년 베이징현대차 1공장을 건설할 때 처음 부임해 지난 10년간 현대차의 중국 시장 성공기를 직접 쓴 주인공이다.

판매만 늘어난 게 아니라 소비자의 평가가 급상승하고 있다는데.
‘현대차는 싸구려 차’라는 인식이 없어졌다. 최근 중국의 신차 구매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브랜드 파워 및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 현대차가 2등급 중에서도 도요타를 앞질러 최상위 수준으로 평가됐다. 1등급과 격차도 거의 없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5위로 올라선 성공 요인으로는 품질경영이 첫 번째로 꼽힌다. 다른 요인이 있다면.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과거 현대차의 이미지가 실용적이었다면, 지금은 혁신적이고 스타일리시하다는 평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또 하나는 MK 회장의 아이디어로 파일럿 공장을 만든 것이다. 자동차 개발이 끝나면 공장에서 생산하기 전에, 미리 여러 대를 시험 제작한다. 이렇게 하니까 공장 생산을 시작해서 바로 가동률이 90% 이상 올라가는 것이다.

현대차는 2005년 중국의 자동차 대중화(모토라이제이션)가 본격화하기 직전에 공장을 지어 적기 투자가 이루어졌다. 그렇다 해도 다른 외국 업체보다 늦게 중국 시장에 진출한 현대차가 단기간에 시장점유율 3위(10%)까지 오른 비결은.
빠른 의사 결정이다. 결정된 것은 바로 이행해서 중국과 약속을 지켰다. MK 회장이 2002년 5월 베이징시 당서기인 자칭린(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과 전략협의서를 맺으며 그해 12월까지 차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결국 지켰다. 2003년에 2만 대 생산 계획을 보고했는데, MK 회장은 5만 대를 지시했고 실제 그렇게 실행됐다. 중국인들은 이를 두고 ‘현대속도’라고 혀를 내두른다.

최신 제품을 바로 투입하고 중국형 모델을 개발한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은 어떤까.
중국에 먼저 진출한 외국 업체들은 한참 전에 나온 구닥다리 모델을 들여와 팔았다. 하지만 현대차는 최신 모델을 바로 들여와 차별화에 성공했다. 또 중국인의 의견을 반영한 현지형 모델을 개발했다. 위에둥(중국형 아반떼)의 경우 차량 앞부분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램프를 중국인 취향에 맞춰 크고 화려하게 바꾸었다.

현대차 중국 공장이 미국 공장보다 수익성이 더 좋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찻값이 한국이나 미국보다 비싸다. 또 현지 경비가 상대적으로 싸다. 반면 생산성은 비용 대비 산출 기준으로 한국이나 미국보다 더 좋다.

중국 자동차시장 전망은.
지난해 중국의 승용차 내수판매는 한국의 8.5배 규모였다. 하지만 전체 인구 대비 자동차 보급대수에서는 한국이 인구 2.22명당 1대꼴인 반면 중국은 17명당 1대꼴로 아직 보급률이 낮다. 예측기관들은 올해 1150만 대 수준인 중국의 승용차시장이 2016년 2천만 대, 2020년 3천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베이징(중국)=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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