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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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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해 감세의 종은 울렸나



고용 창출·양극화 해소 등 목표 달성 못하고 대기업만 배불린 MB 정부 감세 정책…

감세철회론 제기되지만 정답은 ‘부자 증세’에 있어
등록 2010-11-25 17:07 수정 2020-05-03 04:26

“1980년대 이래로 우리는 부자들에게 파이에서 더 큰 조각을 주면 그들이 더 많은 부를 창출해서 장기적으로 파이를 더욱 키울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부자들에게 더 큰 조각을 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들은 그렇게 받고 나서 실제로는 파이가 커지는 속도를 줄여버렸다. 문제는 이른바 ‘투자자’의 손에 소득을 몰아주는 것만으로는 더 높은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중략) 실제로 1980년대 이후 소득 불평등이 심해졌는데도(즉 돈을 부자에게 몰아줬는데도) 미국, 일본, 독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캐나다 등 G7 국가 모두와 대다수의 개발도상국에서 국민총생산 대비 투자 비율은 감소했다.”(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중에서)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부자들에게 소득세를 감면해주면서 경제가 성장할 테니 재정적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동화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미국은 지난 30년간 세금 납부에 관한 사회적 윤리를 잃었으며 오히려 꼼꼼히 뜯어보면 해마다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세금 감면 비율은 높아졌다.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부유층 세금을 늘리고 교육과 공공 인프라, 지속 가능한 에너지, 기술개발 등에 더 많은 정부 투자를 해야 한다.”(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장, 11월8일 서울대 강연에서)

대·중소기업 평균 감세액, 123억원 vs 2125만원

» 진보신당 당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종합부동산세의 철회를 요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진보신당 당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종합부동산세의 철회를 요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인 2008년부터 감세를 밀어붙였다. 2008년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재도약 세제’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법인세·소득세 등의 세율을 낮추고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는 것이었다.

정부의 바람은 실현됐을까? 먼저 감세의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갔는지부터 살펴보자.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실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감세 혜택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돌아갔다. 2008년 법인세 감면을 받은 기업은 13만3107개며 금액은 6조6988억원이다. 이 가운데 57.9%인 3조8767억원이 매출 5천억원이 넘는 316개 대기업에 돌아갔다. 절반에도 못 미치는 2조8221원은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13만2791개 기업에 돌아갔다. 즉 매출 5천억원이 넘는 대기업은 한 곳당 123억원의 세금을 면제받았지만, 매출 5천억원 이하의 기업은 한 곳당 2125만원밖에 면제를 받지 못한 것이다.

실제 세금을 내는 비율인 실효법인세율(과세 전 이익 대비 실제 법인세 비용)을 따질 경우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훨씬 많은 혜택을 봤다. 삼성전자는 2008년 한 해 동안 1조382억원의 세금 감면을 받았다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바 있다. 이는 같은해 전체 감면 금액의 15.5%에 달한다. 삼성의 2008년 실효법인세율은 6.47%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해 매출 5천억원 이하 기업은 3배 가량 높은 21.29%의 실효법인세율을 기록했다.

<font color="#C21A8D">감세가 ‘부자’에게 집중된 만큼 정부의 바람대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는 늘어났을까? 경실련 분석을 보면, 15대 재벌의 2005~2009년 순이익은 13.7%(4조697억원) 늘었지만 고용은 0.83%(4407명)만 늘어났다. 번 돈을 ‘곳간’에 쌓아두고 투자와 고용에는 인색했다는 것이다. </font>

‘월급쟁이’의 감세 혜택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해 근로소득자는 2007년보다 605억원이 늘어난 2조5326억원의 세금을 면제받았다. 이 가운데 상위 10%는 추가 감면액의 절반인 303억원을 가져간 반면, 하위 10%는 오히려 전년보다 세금을 1억원 더 냈다.

이렇게 감세가 ‘부자’에게 집중된 만큼 정부의 바람대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는 늘어났을까? 경실련은 삼성그룹·LG그룹·현대차그룹·SK그룹·두산그룹 등 15대 재벌의 2005~2009년 순이익, 사내유보금, 고용, 투자 등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이를 살펴보면, 15대 재벌의 5년간 순이익은 13.7%(4조697억원), 사내유보금은 20.3%(6조5385억원) 늘었다. 반면 고용은 0.83%(4407명), 투자는 8.4%(2조7196억원)만 늘렸다. 돈을 많이 벌어들였지만 ‘곳간’에 쌓아두고 투자와 고용에는 인색했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해 17개 계열사를 거느린 삼성그룹은 2008년 11조8267억원을 투자해 전년도 투자(10조3357억원)보다 1조4910억원이 늘었다. 같은해 감면받은 세금은 삼성전자 한 곳만 해도 1조382억원이나 되지만, 늘어난 투자는 17개 계열사를 모두 합해야 삼성전자의 세금 감면액을 조금 웃도는 정도였다. 고용은 2008년 15만1815명의 임직원이 일한 것으로 나타나 전년도(15만2184명)보다 오히려 369명 줄어들었다.

건전 재정? 서민 위한 예산 씀씀이 줄여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감세 정책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대기업에 혜택만 준 꼴이다. 그렇다면 감세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없었을까? 정부 예산을 들여다보면 피해자의 모습이 드러난다.

정부는 2011년 예산으로 총수입 314조6천억원(2010년보다 8.2% 증가), 총지출 309조6천억원(5.7% 증가)을 편성했다. 또 기본 방향으로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예산 △미래 성장기반을 확충하는 예산 △건전 재정을 실현하는 예산 등을 내걸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복지지출은 크게 늘지 않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중소기업 예산은 오히려 줄어드는 등 서민에게 희망을 주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우선 세입 목표 달성부터 걱정이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5%로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책기관이나 민간 경제연구소 모두 이보다 낮은 경제성장률을 전망한다. 한국은행은 4%대 중반으로 내다보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회예산정책처는 각각 4.4%, 3.9%로 예상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8%,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은 각각 4%와 4.1%를 예상했다. 결국 정부의 바람대로 총수입이 8.2% 늘어나긴 힘들다는 것이다. 조승수 의원은 “세계 경제위기 이전 4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평균 4.7%였는데, 이 시기는 세계경제가 거품 탓에 비정상적으로 좋았던 시기”라며 “향후 세계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경제성장률을 5%로 전망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과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세수입이 크게 늘어난다고 전망한 것과 달리 ‘건전 재정’이라는 목표를 위해 씀씀이는 크게 늘리지 않았다. 이를 통해 재정수지를 올해 30조1천억원 적자에서 2011년 25조3천억원 적자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309조6천억원에 이르는 정부 지출 가운데 이미 쓸 곳이 정해져있는 의무지출은 전년보다 9% 늘어난 144조9천억원을, 재량지출은 3% 늘어난 164조7천억원을 차지했다. 결국 정부의 정책 의지를 펼칠 수 있는 재량지출이 내년 물가상승률(2.6%)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거의 늘지 않은 것이다.

<font color="#C21A8D">“사회복지세는 고소득층이나 대기업을 대상으로 납부세액의 15~30%를 추가로 부과하는 것이다. 납부 소득세액이 400만원 이하인 개인과 납부 법인세액이 5억원 이하인 법인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를 통해 연간 15조원 내외의 사회복지 재원이 새롭게 마련된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font>

줄어든 씀씀이는 복지예산 등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복지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86조3천억원(2010년 81조2천억원)으로 5조1천억원 가량 늘려 서민 생활의 어려움을 확실하게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회공공연구소와 참여연대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의무적으로 늘어나는 기초노령연금, 보육료 지원 등 의무지출 증가액(3조6천억원)과 애초 예정됐던 보금자리주택 등 주택지출 증가액(5조1천억원) 등을 제외하면 늘어난 복지지출은 거의 없다. 오히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163만2천 명에서 160만5천 명으로 2만7천 명 줄여 예산을 32억2300만원 삭감했다. 또 저소득 장애인 자녀 학비 지원, 경로당 난방비 지원, 노인 일자리 확충, 국공립 보육시설 신축 등의 사업 예산이 전년보다 줄었다. 내년 복지예산 증가율(6.2%)은 2005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 13.1%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청의 예산도 2010년 1조9297억원에서 2011년에는 1조7548억원으로 9.1%(1749억원) 줄었다.

재정 건전성이라는 이유로 지출을 통제하고 서민을 위한 예산을 크게 늘지 않은 원인으로 2008년부터 시행된 ‘부자 감세’가 꼽힌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08년 정부가 종부세와 법인세·소득세 등을 감면하면서 2010~2012년 3년간 17조4872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고 밝혔다. 2009년 법인세·소득세 최고 구간의 세율 인하를 2013년 이후로 유예하면서 같은 기간 10조4900억원의 세수가 늘어나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약 7조원(6조9972억원)의 세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한나라당, 총선·대선 앞두고 감세 철회안 제기

»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안상수(대통령왼쪽) 한나라당 대표 일행과 월레조찬회동을 하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안상수(대통령왼쪽) 한나라당 대표 일행과 월레조찬회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현 정부 들어 추진돼온 ‘부자 감세’의 성적표가 확인되면서 정치권에서도 ‘부자 감세’와 관련한 격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안에서도 ‘감세 철회론’이 점점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 9월 감세 철회론을 처음 꺼내든 정두언 최고위원은 연일 “감세 효과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개혁적 초선의원 그룹인 ‘민본21’은 물론 박근혜 전 대표와 안상수 대표까지 나서 감세 철회를 주장한다. 소득 양극화와 재정 건전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감세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엔 다음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적인 이유도 깔려 있다. ‘부자 정당’으로 불리는 한나라당으로선 감세 혜택이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집중된다는 ‘부자 감세’ 꼬리표가 못내 부담스러운 것이다. 이런 속내는 지난 10월26일 정두언 최고위원이 낸 보도자료에서 정확히 드러난다.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야당의 주요 공격 포인트는 ‘부자 정권 종식’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 정부에서 시행하지도 않는(2013년부터 시행하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하 때문에 굳이 부자 감세라는 오해를 받을 필요가 없다. 한나라당이 중간층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도우파 정당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상징적으로 감세 철회 정책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 안에서 거론되는 감세 철회안은 정말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말끔히 정리할 수 있는 내용일까? 한나라당에서 제기된 감세 철회안은 △소득세·법인세 감면 계획을 모두 철회하고 현행 최고세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정두언안’ △소득세 감면은 철회하되 법인세 감면은 계획대로 실행하자는 ‘박근혜안’ △소득세·법인세 감면을 계획대로 실행하되, 과세 대상 소득 1억원 또는 1억2천만원 이상의 구간을 하나 더 만들어 현재의 최고세율 35%를 적용하자는 ‘안상수안’ 이렇게 세 가지다.

‘안상수안’은 감세 철회안으로서 의미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행 8800만원인 최고세율 과세 대상 소득 기준을 1억2천만원으로 올릴 경우 최고세율 납세자의 현재의 약 4분의 1인 5만여 명으로 줄어든다. 어차피 부자 감세인 셈이다.

‘박근혜안’은 법인세를 손대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박 전 대표는 “기업들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염두에 두고 투자 계획을 세웠는데 이를 변경하면 이미 세운 계획을 바꾸게 된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예정대로 추진하는 게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대기업이 조세처럼 기본적인 경영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거나, 대비를 잘 못할 수 있다는 가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앞서 지적했듯 법인세를 낮춰줘도 투자와 고용은 그대로였고, 기업의 사내유보금만 늘어났다. 그뿐만 아니라 법인세는 소득세의 네 배에 이르는 규모이기 때문에 법인세를 건드리지 않고선 재정건전성 문제를 풀 수 없다.

‘정두언안’은 민주당 안과 유사하다.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1월18일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는 ‘낙수(트리클 다운)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이미 시장에서 입증됐다. (대기업들의) 현금자산만 100조원에 이르는데 (투자 활성화를 이유로) 추가 감세를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2013년으로 예정된 감세 계획을 백지화하고 현행 세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패한 ‘부자 감세’대신 ‘부자 증세’로

진보 정당과 시민단체들은 감세를 철회하는 것은 물론, ‘부자 증세’ ‘복지 증세’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노동당은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 과세 기준을 신설해 높은 세율을 적용하자고 주장한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지난 10월 ‘법인세법 일부 개정안’과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인세의 경우 현재 2억원 초과(세율 22%) 또는 이하(10%)로만 구분된 과세기준에 ‘1천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30%의 세율을 적용하고, 소득세법 역시 현행 최고세율 과세 구간인 ‘8800만원 초과’보다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1억2천만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진보신당과 사회공공연구소는 새로운 세금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지난 3월 ‘사회복지세법안’을 발의했다. 조 대표의 사회복지세는 고소득층이나 대기업을 대상으로 소득세·법인세·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 등 납부세액의 15~30%를 추가로 부과하는 것이다. 조 대표는 “납부 소득세액이 400만원 이하인 개인과 납부 법인세액이 5억원 이하인 법인은 사회복지세 부담이 없도록 해 개인소득자의 95%와 법인의 99%는 사회복지세를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연간 15조원 내외의 사회복지 재원이 새롭게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회공공연구소는 중간계층까지 복지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오건호 연구실장은 “전체 노동자 가운데 절반이 면세자이므로, 중간계층 이상 모두에게 납부세액의 10~30%를 더 내도록 하는 일반 직접세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기업과 고소득층에게만 ‘내라’는 요구를 하기보다 ‘(나도) 낼 테니 (너희도) 내라’고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주요 논점이 되는 감세 계획을 철회하더라도 늘어나는 세금은 4조4천억원에 불과하다. 이같은 재원으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의 자연 증가분이나 지방재정 결손분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2009년 국내 복지지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9.51%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3.9%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 때문에 감세로 인한 세수 축소분을 회복하더라도 선진국 수준의 복지제도를 갖추려면 먼 길이 남아있는 셈이다. 특히 정부가 발표한 ‘2010~2014 국가재정 운용계획’을 보면, 재정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을 4.8%로 잡고 있어 복지예산이 대폭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는 힘든 형편이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과학부)는 “세금을 늘리지 않고 복지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사기에 가깝다”며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비중이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상황에서 서민을 위해서는 ‘복지 증세’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증세를 위해 새로운 세제를 만들 것인지, 기존 법률을 활용할지 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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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1153A4">커져만 가는 대기업 세금감면 특혜</font>

<font size="3"><font color="#008ABD">전체 감면세액의 58%, 3조8767억원 가져가</font></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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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지난 11월15일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냈다. ‘대법인 공제감면 혜택, 2007년보다 2008년 감소’라는 제목의 자료는 연매출 5천억원이 넘는 대기업의 세금면제 혜택이 전년보다 줄어든 반면, 연매출 5천억원 이하 기업의 혜택은 변함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자료를 보면, 연매출 5천억원이 넘는 대기업은 산출세액 25조9255억원 가운데 3조8767억원의 세금을 면제받아 감면 비율 14.95%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15.87%보다 0.92%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반면 연매출 5천억원 이하 기업은 18조165억원의 산출세액 가운데 2조8221억원을 감면받아 감면 비율은 15.66%를 기록했다. 전년(15.67%)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세청이 이같은 보도자료를 낸 이유는 뭘까? 최근 정치권에서 감세정책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한 통신사가 이날 이명박 정부 들어 감세정책의 혜택을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더 많이 누렸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이를 해명하기 위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내놓은 자료를 봐도 감세의 주요 혜택 대상이 대기업과 고소득층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2008년 감면세액은 전년에 비해 1조1103억원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63.4%인 7037억원을 연매출 5천억원 이상의 대기업이 가져갔다.

특히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실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국세청의 주장과는 달리 오히려 2006년 이후 3년 연속 대기업의 감세 혜택은 커져만 가고 있다. 2006년 전체 감면세액 5조3749억원 가운데 대기업이 2조9543억원(55%)을 차지했다. 이어 2007년에는 감면세액 5조5885억원 가운데 3조1730억원(56.8%)을, 2008년에는 감면세액 6조6988억원 가운데 3조8767억원(57.9%)을 가져갔다. 반대로 전체 감면세액에서 규모가 작은 기업이 차지하는 몫은 2006년 45%에서 2008년 42.1%로 줄어들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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