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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재현하는 영광의 백제



‘잃어버린 왕국’ 의 문화와 가치 재조명은 글로벌 시대의 책무
등록 2010-09-14 06:24 수정 2020-05-02 19:26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 세계대백제전 개·폐막식 총감독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 세계대백제전 개·폐막식 총감독

흔히 백제를 ‘잃어버린 왕국’이라고 한다. ‘사비’로 수도를 천도하고 동아시아의 중심으로 최전성기를 맞이했던 백제의 영광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희미하게 자리잡고 있다. 방탕한 의자왕과 삼천궁녀의 낙화암이 백제의 찬란한 문화보다 더 유명하게 된 이유는 역사의 패배자로서 백제가 남긴 희미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비전과 실용을 갖춘 문화 강국

그러나 백제는 한반도 고대 삼국 중 가장 활발한 해상활동을 펼쳤고, 동북아 교류의 중심이었다. 백제는 일본 고대문화인 아스카 문화의 원류였고,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국제 질서와 문화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특히 글로벌 강국의 비전을 갖고 웅진에서 사비로 천도한 성왕 시대는 백제의 최전성기를 이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의 부여 땅에 자리했던 사비성은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과 실용의 철학이 담긴 도시였다.

세계대백제전의 개막식은 백제의 천제 의식인 ‘영고’를 통해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문화강국인 백제의 문화를 재조명하고 있다. ‘맞두들이’란 뜻을 가진 영고는 하늘과 땅, 다스리는 자와 백성들이 함께 하늘의 뜻을 받는 의식이다. 의례적인 개막식이 진행된 뒤 펼쳐지는 ‘주제 공연 및 개문 퍼포먼스’는 웅진(공주), 사비(부여), 위례(천안), 한성(송파) 등 고대 백제의 숨결이 담긴 도시의 성화 봉송대가 각 도시에서 채화한 혼불을 금동대향로에 합화하는 의식으로 시작된다.

그 뒤 신녀와 천관의 주재로 맞두들이, 축복의 예언, 시련의 예언, 환란의 탈춤, 혼란의 깃발춤, 봉황의 승천, 부활의 대합창 등 상징적인 무용과 노래의 향연이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사비궁의 문이 활짝 열리며 웅장한 사비궁과 백제 역사문화단지와 대백제전의 출발이 선포된다. 고대 왕궁을 배경으로 화려하고 웅장하게 펼쳐지는 개막식의 주제 공연을 통해 고대 백제의 찬란한 영광과 그 몰락과 고난, 그 고난을 이겨내는 백성들의 염원을 담아 현재와 미래까지 이어지는 백제의 부활이 그려질 것이다.

승자의 왜곡된 역사, 균형 되잡도록

찬란했던 문화강국 대백제의 역사문화 자원은 보존 가치를 넘어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왕성한 문화 창조력과 진취적인 기상으로 바다를 누볐던 백제의 가치와 문화를 재인식하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삼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신라의 일반적 시각으로 진행된 역사 서술로 기울어진 백제 역사의 균형을 되잡아주는 역할도 대백제전에 주어진 중요한 역사적 책무다. 이런 시점에 2010년 세계대백제전은 ‘잃어버린 왕국’ 대백제를 현대에 되살리고 재창조하는 데 그 현재적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 세계대백제전 개·폐막식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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