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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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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력 가해자 중 성도착증 환자는 적다”

아동 성폭력 사건 전담 박은정 검사,

‘화학적 거세’ 같은 사후약방문보다 ‘아동 안전망 구축’ 등 예방책 강조
등록 2010-08-06 15:50 수정 2020-05-03 04:26

박은정(39·사법연수원 29기) 검사는 현재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에서 성폭력·아동 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2000년에 신임 검사로 임관한 뒤 11년간 아동 성폭력 사건을 다뤄온 그는 2006년에는 국가청소년위원회 중앙점검단장을 맡아 성매매 청소년들을 만나기도 했다. 그에게 아동 성폭력 대응 방법을 물었다.

박은정 검사

박은정 검사

아동 성폭력 사건은 어느 정도 발생하나.

2009년 한 해 동안 서대문·은평·마포·용산 등 서울 서부지역에서 발생해 내가 맡게 된 13살 미만 아동 성폭력 사건만 80여 건에 달한다.

그동안 만나본 가해자는 어떤 사람들이었나.

아동 성폭력의 가해자는 대부분 친족 등 아는 사람이다. 만나보면 겉으로는 멀쩡한 회사원, 성실한 가장인 경우가 많다.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은 지속적으로 반복해 발생하고 은폐되기도 쉽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가해자 중 소아성기호증이나 그 밖의 성도착증 증상을 보이는 이들은 얼마나 되나.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다고 해서 무조건 소아성기호증 환자인 것은 아니다. 단지 쉬운 타깃이기에 아동을 성폭행하는 경우가 많다. 검사로 일한 지난 11년간 수백 건의 성폭력 사건을 다루면서 소아성기호증이 있는 범죄자를 본 것은 단 1건뿐이었다. 출소한 지 몇 달 만에 또 6살짜리 아이를 성폭행해 붙잡혀온 40대 남성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내와 아버지가 성관계하는 장면을 목격한 20대 후반 이후로 성인 여성에 대한 분노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아동 성폭력과 관련해 ‘화학적 거세’ 등 강경한 대응책이 쏟아지고 있다.

정책 방향이 가해자 처벌 쪽으로만 가는데, 사실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하다. 혼자 있는 아동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고, 가해자도 성교육과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19살 미만 소년들의 윤간이 늘고 있다.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이 음란물을 통해 가학적·폭력적으로 남성성을 과시하는 방식의 왜곡된 성의식을 주입받은 결과다.

지난 4월부터 13살 미만 아동 성폭행죄의 법정형도 종전 징역 7년 이상에서 10년 이상으로 높아졌다.

2006~2007년 2년간 13살 미만 아동 성폭력 사건의 40%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술이나 약물에 취한 상태였다며 ‘심신미약’을 참작해 형량을 감경하고 자백이나 반성 등을 이유로 또 감경하니까 집행유예가 나온다. 법정에서 형량을 감경하는 한, 최저 기본형만을 강화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부모들의 불안이 크다. 자녀가 성폭력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하면 안 되는 행동부터 짚어보자. 아이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면 흥분해 목욕부터 시키는 부모가 여전히 많다. 동시에 “그러게 왜 거기에 갔어”와 같은 말로 아이를 다그치기 쉽다. “그 아저씨가 여기도 만졌지?”라는 식으로 자신의 상상을 아이에게 주입해서도 안 된다. 부모가 윽박지르면 아이는 죄의식에 휩싸이고 기억도 오염돼 이후 증언은 증거 능력을 잃기 쉽다.

그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의 첫 진술이 중요하다. 아이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느껴지면 ‘예, 아니요’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닌 개방형 질문을 던져야 한다. “팬티에서 냄새가 많이 나는데 왜 그럴까?” 하는 식이다. 아이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말하는 순간에는 아이의 말을 그대로 메모하거나 녹음하는 것이 좋다. 이후 아이와 함께 경찰서나 해바라기아동센터(www.child1375.or.kr) 등 아동 성폭력 상담 전문기관을 찾아가면 놀이치료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진술을 이끌어내면서 영상 녹화를 한다. 이 영상은 이후 법정에서 증언으로 채택된다. 아이의 심리치료도 전문기관을 통해 제공받을 수 있다.

글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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