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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 ‘한명숙 무죄’ 책임 유야무야


대부분 언론의 ‘대대적 사정 위한 포진’ 분석과 달리 어정쩡한 인사… ‘노무현 수사팀 부활’ 눈에 띄어
등록 2010-08-06 14:45 수정 2020-05-03 04:26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무죄판결 뒤 검찰 내부에서 거센 인책론이 일었지만 어정쩡한 인사에 그치고 말았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한겨레 박종식 기자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무죄판결 뒤 검찰 내부에서 거센 인책론이 일었지만 어정쩡한 인사에 그치고 말았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한겨레 박종식 기자

“특수통 전진 배치, 하반기 사정 태풍?”()

“특수통 부활… 대대적 사정 예고”()

지난 7월26일 법무부가 검찰 중간 간부급 이하 검사 459명의 인사를 발표하자, 대다수 언론은 특별수사통의 약진이란 분석과 이에 근거한 검찰발 사정 태풍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검찰 내부의 시각은 좀 다르다. 딱히 특수통의 부활이라고 보기도 어려울뿐더러, 그보다 더 복잡미묘한 맥락이 있다는 것이다. 몇 가지 열쇳말로 이번 인사를 들여다봤다.

<font color="#00847C">1. ‘한명숙 무죄’ 후폭풍?</font>

검사들이 이번 인사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로 꼽은 것은 서울중앙지검의 특수·금융조세조사·첨단범죄·강력부 등 ‘인지사건’(검찰이 경찰을 지휘하지 않고 직접 수사하는 사건) 부서를 관할하는 김주현 3차장검사가 어디로 발령나느냐였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 무죄 선고 뒤 정권 수뇌부는 물론 검찰 내부에서도 거센 인책론이 일었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 수사의 지휘라인 가운데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7월 중순 검사장 인사에서 유임돼 살아난 만큼, 김주현 3차장검사가 어찌될지 초미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실제 법무부와 대검찰청에서도 김 차장검사를 어디로 보낼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애초 7월19일 발표(7월26일자 부임) 예정이던 인사가 일주일 미뤄진 것도, 김 차장검사 처리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일단 법무부와 대검에서는 김주현 차장검사를 비롯한 사법연수원 18기 선두주자 4~5명을 수사기관이 아닌 법무연수원으로 보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방안을 두고 청와대에서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책임이 있다면 제대로 물어야지 동기 여럿을 함께 법무연수원으로 보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김 차장검사는 안양지청장으로 발령났다. 18기 최선두 그룹인 오세인 서울중앙지검 2차장·강찬우 수원지검 1차장·문무일 인천지검 1차장이 대검 선임연구원으로 발령나고, 그다음 유력 후보군이 성남·안산·고양·안양·부천 등 수도권 지청장으로 나간 것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선방한 셈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최선두에서 몇 단계 밀려났지만 그 정도면 나름 잘 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 수사 실무를 담당했던 권오성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은 인천지검 형사3부장으로 발령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이 다른 지방검찰청 형사부장으로 발령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일단 좌천성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상당수가 수원·대전·대구·부산 등 지방검찰청 형사부장으로 발령받은 점을 감안하면, 서울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인천지검 발령은 되레 배려를 받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결국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무죄판결 뒤 거센 인책론이 일었건만 ‘불이익을 준 것도 아니고, 안 준 것도 아닌’ 어정쩡한 결론이 내려진 셈이다.

<font color="#C21A8D">2. 어부지리</font>

한명숙 전 총리 무죄판결은 다른 인사에도 영향을 끼쳤다. 우선 김주현 차장검사가 검찰과장 등 법무부에 오래 근무한 ‘기획통’이어서 사건을 잘 챙기지 못한 만큼, 다음 3차장검사는 확실히 ‘수사통’을 보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검찰에서는 연수원 홀수 기수가 짝수 기수보다 ‘특수통’이 많은데, 김 차장검사의 연수원 1년 후배인 19기도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을 오래 지낸 김강욱 법무부 대변인, 대검 중수1과장을 지낸 우병우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굵직한 사건을 여럿 처리한 조은석 대검 대변인 등이 3차장검사 후임으로 거론됐다. 검찰과장을 지낸 기획통이면서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부장을 거친 이창재 대검 수사기획관도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런데 7월 중순 검사장 인사에서 대구·경북(TK) 출신인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경북 상주)이 유임되면서 같은 TK인 김강욱 대변인(경북 안동)과 우병우 기획관(경북 봉화)은 지역 안배상 어려울 것이라는 말들이 나왔다. 여기에 이창재 수사기획관은, 김주현 차장검사와 마찬가지로 기획통 이미지가 너무 강한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또 조은석 대변인은 호남(전남 장성) 출신이란 점이 발목을 잡았다고 한다.

이렇듯 유력한 3차장검사 후보들이 저마다 결격 사유로 탈락하면서, 막판에 윤갑근 수원지검 2차장검사가 유력하게 검토되더니 결국 이 자리를 꿰찼다. 윤 차장검사 임명 뒤 언론들은 “특수통 배치”라고 썼지만, 사실 윤 차장은 특수가 아닌 ‘강력통’으로 분류된다. 충청 출신으로, 특별수사 경험은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한 게 전부다. 충청도 출신에 강력수사 전공으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에 임명됐다는 점에서 이 자리를 거쳐간 김홍일 대검 중수부장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최윤수 신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도 완전한 강력통이다. 방송인 황수경 아나운서의 남편이기도 한 최 부장검사는 특별수사 경험은 없고 강력수사에서 잔뼈가 굵은 검사다. 이번 인사 직전에도 대검 마약과장과 조직범죄수사과장을 역임했다. 송삼현 신임 특수3부장은 특수와 강력 모두 경험했다지만 그렇게 이름난 특수통은 아니다. 이렇듯 서울중앙지검 인지수사 라인에 강력통들이 전진 배치되면서 강력부 출신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도 “특수 라인에 (강력 출신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 같다. 잘해야 할 텐데”라며 우려 섞인 기대가 나왔다고 한다.

 

<font color="#008ABD">3. 노무현 수사팀의 부활</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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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 19기 가운데 또 다른 유명한 특수통인 우병우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의 향배도 주변의 관심거리였다. 결과는 대검 중수부의 수사 전반을 조율하는 수사기획관 자리.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 주임검사였던 만큼 우병우 수사기획관 발령을 두고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전 보직인 대검 범죄정보기획관도 요직인 만큼 이번 인사를 발탁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지만, 노 전 대통령 사건 주임검사가 수사 파트 전면에 다시 등장한 것에 대한 외부 시각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병우 수사기획관의 발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라인은 검찰 안에서 완전히 복권됐다. 당시 수사기획관이던 홍만표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지난 검사장 인사에서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발탁된 데 이어, 주임검사이던 우병우 당시 중수1과장도 중수부로 금의환향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사건으로 당시 총장과 중수부장은 옷을 벗었지만, 조직에 남은 실무자급 간부들은 1년 만에 재기에 성공한 셈이다.

우병우 수사기획관의 발탁에는 김준규 검찰총장의 강한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준규 총장이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일하던 시절, 산하 과장(부장검사) 가운데 업무 능력이 가장 뛰어난 인물로 우병우 당시 법조인력정책과장과 ‘스폰서 검사’ 파문으로 면직된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당시 법무과장)을 꼽았다고 한다. 검사들 사이에 ‘좌승철 우병우’란 말이 돌 정도였다.

중수부 라인이 완전한 특수통들로 정비된 것도 눈에 띈다. 윤석열 중수2과장과 심재돈 첨단범죄수사과장은 현대차 수사, 론스타 수사 등을 맡았던 자타가 공인하는 특수통들이다. “올해는 중수부에서 뭔가 확실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font color="#A341B1">4. 여전한 정치성</font>

법무부는 이번 인사를 발표하며 “검사 459명에 대한 전보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지만, 엄밀히 말해 이는 사실이 아니다. 3명이 새로 채용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다 검찰로 복귀한 조상준·백재명·이준식 검사가 그들이다.

이 가운데 조상준 검사의 복귀가 눈에 띈다.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 부부장검사 자리를 꿰차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검사들은 법무부 가운데서도 검찰국을, 검찰국 안에서도 검찰과를 제일 선호한다. 검찰의 인사·조직·예산을 관할하기 때문이다. 그런 민감한 자리에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검사가 곧바로 임용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대개의 경우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검찰에 복귀하면 부장검사 이상은 법무연수원 등을 거치고, 평검사는 일선 지방검찰청으로 복귀했다. 한 검사는 “군사정권 시절에도 (청와대 근무자를 검찰국 검찰과에 발령내는) 이런 일은 없었다. 검찰 일선 인사까지 청와대에서 챙기겠다는 신호로 읽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한겨레 법조팀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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