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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퇴출되나


표현의 자유 조사하러 와 감시받다 떠난 특별보고관, 8개 분야 자유 후퇴 인권이사회에 보고 예정
등록 2010-05-28 04:48 수정 2020-05-02 19:26
지난 5월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연 프랑크 라 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그는 “지난 2년간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후퇴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지난 5월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연 프랑크 라 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그는 “지난 2년간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후퇴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유엔 인권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한국의 ‘인권 후퇴’가 국제사회에 정식 보고된다. 지난 5월17일, 12일간의 방한 조사를 마친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랑크 라 뤼는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은 1987년 이래 빛나는 인권 신장을 이룩했는데 지난 2년 사이에 인권, 특히 의사표현의 자유가 위축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8개 분야에 걸친 ‘표현의 자유 후퇴’ 상황을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지난 2년간 표현의 자유 위축”

한국은 지난 2008년 5월 3년 임기의 유엔 인권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재선됐다. 따라서 임기가 끝나는 2011년 상임이사국 선출을 위한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된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라 뤼 특별보고관이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인권이 후퇴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제적으로 공식화되면 한국이 인권이사회 상임이사국의 자격이 없다는 비난을 듣게 될 것”이라며 “인권선진국으로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이는 상임이사국 선거에는 출마조차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인권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온 특별보고관이 ‘감시’를 당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5월6일 공항에 도착한 라 뤼 특별보고관은 정부 관계자가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아 지인의 도움으로 숙소인 서울 명동의 한 호텔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은색 승용차 한 대가 호텔 앞에 주차한 채 특별보고관 일행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해당 차량의 번호를 추적해보니 서울 서초구 국정원 소유의 땅을 주소지로 하는 회사의 차였다. 특별보고관은 이같은 사실을 외교부에 알렸으나 “경찰과 국정원은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는 해명만 들었다.

기자회견장에서 그는 “(감시 사건과 관련해서는) 자세하게 말할 수 없지만 외교부에 공식적으로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한국의 인권단체들이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앞서 5월15일 연세대 특강에서 “(한국 정부가 감시한다고 해도) 전혀 두렵지 않다. 난 과테말라 출신이고, 이런 일은 과거 과테말라의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도 겪어본 일”이라고 말했다.

특별보고관은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 △명예훼손 △집회의 자유 △선거 기간 표현의 자유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한 표현의 자유 제한 △공영방송 △국가인권위원회 △공무원의 의사표현의 자유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밝혔다.

우선 미네르바 박대성씨를 언급하며 “인터넷상에 올린 글이 허위라는 사실만으로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공익을 해할 목적의 허위 통신’을 금지하는 조항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국가는 명예훼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도 못박았다. 박원순 변호사와 문화방송 사례를 언급하며 “국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받는 일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선관위의 4대강 의견 억압 등 비판

이 밖에도 2008년 촛불집회 이후 광장에서의 집회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2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4대강 사업, 무상급식 등 일부 쟁점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라 뤼 특별보고관의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20여 개 인권단체는 공동성명을 내 “한국 정부가 더 적극적인 자세로 특별보고관의 지적에 귀기울이고 표현의 자유와 인권의 후퇴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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