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헤지 펀드 사전에 보면 ‘헤지’(hedge)란 안전을 위한 울타리 치기를 일컫는 말이다. 1970년대에 나온 경제학 교과서에서 헤지는 외환시장에서의 환율과 같은 미래의 위험 불안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외환을 구매하는 등의 활동을 말한다고 설명된다. 이 말을 그대로 믿고 최근의 헤지펀드가 그런 활동을 하려니 하고 생각했다가는 완전히 속고 만다. 헤지펀드는 오히려 그렇게 불안정성의 여지가 있는 시장들에 거액의 차입자금을 들이부어 불안정한 가격 등락을 더욱 조장하고 거기에서 차액 거래를 이용해 큰돈을 벌어들이는 전문 ‘꾼’들이다. 실로 조지 오웰의 에 나오는 ‘진리국’에 맞먹는, 이름과 의미의 전도(顚倒)다. 나는 개인적으로 ‘널뛰기 펀드’라는 이름이 훨씬 맞다고 본다.
2008년 신용위기 뒤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하원 정부감시·개혁위원회 청문회는 신용등급평가기관을 성토하는 자리였다. REUTERS/ MITCH DUMKE
2. 신용등급평가기관 S&P, 무디스, 피치 등의 회사는 여러 금융기관의 내부 사정이나 특정 금융상품의 신용도를 면밀히 조사해 등급을 매기는 일을 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들은 자사에 조사를 의뢰한 ‘피감기관’들로부터 거액의 수수료를 받는 행태를 보란 듯이 해왔고, 이것이 몇 년 전부터 전세계를 전반적 신용위기로 몰아넣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한 원인이 되었다. 국내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국내 유일의 금융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은 자신이 건전도를 감독하기로 한 금융기관들로부터 거액의 수수료를 받았고, 이것이 2003∼2007년 수익의 70∼80%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만연한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또 2008년 벌어졌던 몇몇 신용저축은행의 부실화와 이로 인한 위기감 고조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적절한 명칭은 ‘신용등급판매기관’이나 ‘금융감독청탁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3. 신고전파 경제학자의 종신 고용 이게 ‘명의 보정’에 해당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모순이 있는 것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적극 지지하는 경제학 교수가 막상 대학에서 종신 고용 지위(tenure)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들의 목소리 높은 대변자 중 한 사람이던 밀턴 프리드먼은 노동시장을 모든 개개인이 나룻배를 저어 이 섬 저 섬을 돌아다니는 다도해에 비유했다. 개인은 노동시장 환경이 변할 때마다 적절한 보수와 노동조건을 좇아 죽을 때까지 끝없이 이동하는 것이 정상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시장 조건이 변했는데도 거기에 맞춰 해고와 새로운 일자리 찾기를 받아들이는 대신 똑같은 지위와 일자리를 유지하려고 노동조합 등 ‘비효율적’ 제도를 이용하는 자들을 ‘철밥통’이라고 비판하는 논리가 나오며, 이들이야말로 시장경제 생명력의 주적이라고까지 공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프리드먼 교수를 위시한 이 경제학자들은 어째서 대학에서 종신 고용 지위를 누리는 것일까. 지식산업은 ‘제품’의 유통 주기가 지독히 짧으며, 특히 경제학과 같이 새로운 상황과 이론이 난무하는 곳인데도 말이다. 그러니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나 포스트 케인스주의 경제학자는 놔두고, 신고전파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수만 종신 고용을 반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개인차가 있을 터이니, 한 사람씩 입장을 밝히라고 하여 결정해야 할까. 그렇다면 순식간에 노동시장에 대한 주류 경제학의 패러다임이 급진 좌파로 바뀌게 되지 않을까. 나는 ‘예스맨’들이 언젠가 주류 경제학자의 학회 대표로서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열고 종신 고용을 반납하는 이벤트를 해주면 싶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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