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임금은 개별 노동자의 노동생산성 차이 등을 반영해 결정된다고 한다. 노동자의 성별·나이·학력·근속연수·혼인 여부 등 이른바 ‘인적 속성’과 각 기업의 특성에 따라 생산성 차이가 발생하고, 이런 생산성 차이에 의한 임금 격차는 합리적이며 순수한 의미의 ‘임금 차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비정규직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정책적 개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으로 옮겨간다.
전통적 이론은 ‘생산성 차이가 월급 차이로’한국노동연구원 이인재 연구위원은 1998∼2008년의 ‘1∼10차 한국노동패널조사’(한국노동연구원·전국 5천 가구 추적 조사)를 이용해 이를 분석한 바 있다. 단순한 평균임금 차이만 보면,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분석 기간(10년) 동안 평균 8860원으로, 비정규직(5680원)보다 3180원가량 높았다. 정규직 임금이 100이라면 비정규직 임금은 64.1 수준인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임금 결정 요인 가운데 ‘관찰되는 인적 속성과 기업 특성’(성별·혼인·나이·근속연수·학력·기업 규모·노조 여부·종사 산업·직종 등)을 통제한 결과, ‘다른 특성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정규직은 비정규직에 비해 7.5∼13.4%가량 ‘임금 프리미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밖에 ‘관찰되지 않는 정규직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임금 프리미엄도 있을 수 있다. 이인재 연구위원은 이 부분까지 추가로 고려해 통제하면, 정규직 임금 프리미엄은 약 3.4∼7.8%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한데도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고용 형태 차이에서 비롯되는 임금 격차는 ‘차별’을 판단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소장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부가조사·2008년 8월)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비정규직이 받는 월평균임금 중 17.8%가 고용 형태에 따른 ‘순임금 격차’라고 밝혔다.
그럼 동일 사업체 안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별은 얼마나 될까? 이인재 연구위원이 ’사업체근로실태조사’(노동부·2005)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인적 속성을 통제했을 때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을 100으로 했을 때 87.2로 나타났다.
물론 이조차도 차별의 직접적인 증거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금 격차 추정에 반영되지 못한, 또 다른 ‘알 수 없으나 합리적인’ 요인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유형의 분석은 당연히 “비정규직 저임금 해소를 위한 정책 개입의 필요성이 과장되면 안 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 쪽을 보자. 한국노동연구원 조동훈 연구위원에 따르면, 대기업(300인 이상)과 중소기업(10∼299인) 종사자의 월평균 임금총액 격차는 1986년 9% 수준에서 2005년에 49%까지 증가했다. 그런데 조 연구위원이 ‘한국노동패널조사’(1998∼2006) 자료를 사용해 노동자가 동일한 인적 자본(나이·성별·혼인 여부·근속연수·노조 여부·종사 산업과 직종)을 가지고 있을 때 기업 규모에 따라 얼마나 임금 차이가 나는지 분석한 결과는 사뭇 다르다. 10인 미만 소기업에 견줘 10∼29인 사업체는 임금 상승폭이 8.6%, 30∼99인 사업체는 9.2%, 300∼999인 사업체는 19.1%, 1천 명 이상 사업체는 26.6%의 임금 상승을 보였다. 기업 규모 간 임금 격차는 단순한 임금총액 격차(2005년 49%)보다 훨씬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분석 내용을 복잡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책 담당자들은 이런 유형의 연구분석을 기초로 정책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가 종업원 월급에도 영향물론 대기업일수록 자본 축적이나 기술 수준 등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노동자의 생산성이 높아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목할 대목은 고용 형태에서든 기업 규모에서든 상당한 임금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기업이 독과점적 지위에서 발생하는 독점 이윤을 누리면서 지불 능력의 격차가 커지고, 이것을 노동자가 나눠갖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이 또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덜 일하고 게으름을 피워서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은 아니다. 특히 같은 노동시간을 공장에서 보내고 있는데 대기업 공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훨씬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는 건 충분히 분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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