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4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비정규직 및 자영업 근로자)’(2009년 8월 현재) 결과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법이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규모 국가통계 자료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가장 도드라지는 수치는 정규직 증가세가 갑자기 뚝 떨어졌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정규직 규모는 각각 1년 전에 비해 2006년 4.3%, 2007년 2.9%, 2008년 4.7%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는 1072만5천 명으로 0.6% 증가에 그쳤다. 올해 전체 임금근로자가 2.3%(37만5천 명) 증가했음에도 정규직은 6만6천 명 증가에 그친 것이다.
정규직 중에서도 근로계약 1년 미만인 임시·일용 정규직(총 289만6천 명)은 24만4천 명 감소했다(이들 임시·일용직을 통계청은 정규직으로 분류하지만 노동계는 비정규직으로 본다). 상용 정규직(782만9천 명·근로계약을 정하지 않았거나 근로계약 1년 이상)은 다소 늘어난 반면, 사실상 비정규직이나 다름없는 임시·일용 정규직은 크게 줄었다.
비정규직 쪽을 보면, 한시적 비정규직(기간제 및 비기간제) 가운데 ‘비기간제 근로자’(기간을 정하지 않고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하는 근로자)는 23만1천 명이 줄었다. 근로계약이 반복 갱신돼왔던 2년 이상 근무 노동자 중 일부가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시적 비정규직의 평균 근속 기간도 지난해 8월 2년5개월에서 올해는 1년11개월로 줄었다. 한시적 근로자 중 3년 이상 근속자도 24.8%에서 19.6%로 감소했다. 그동안 묵시적으로 계약이 반복 갱신되면서 오랫동안 일해왔던 비정규직층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정규직의 평균 근속 기간은 6년7개월로 5개월 늘었고, 정규직의 주당 평균 취업 시간은 45.4시간으로 2.2시간 증가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고용불안 속에서 정규직 노동자들과 기업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즉, 정규직은 지금 직장에 더 오래 붙어 있으려 하고, 기업은 신규 인력을 채용하지 않는 대신 기존 정규직을 활용한 ‘더 많은 노동시간’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위기와 비정규직법의 영향은 여성·노인·저학력층에게 집중되고 있다. 가정 내 근로자(재택근무 및 남의 아이나 손자·손녀 육아 등)는 2008년 8월 6만5천 명에서 올해 8월 9만9천 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흥미롭게도 가정 내 남성 근로자가 7천명에서 1만2천명으로 대폭 늘었다. 주부들이 희망근로 등 비정규 임금노동을 위해 바깥으로 나가면서 아이를 돌봐주는 가정 내 근로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가정 내 남성 근로자 71%나 증가괜찮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보니 하루벌이 일일근로자가 81만8천 명에서 88만3천 명으로 증가했고, 특히 여성 일일근로자가 25만5천 명에서 30만8천 명으로 크게 늘었다. 학력별로는 중졸 이하 비정규직이 141만5천 명에서 160만9천 명으로 19만4천 명이나 증가했다. 나이별로는 60살 이상 비정규직이 66만4천 명에서 87만6천 명으로 21만2천 명(32%) 늘어났다. 60살 이상 비정규직 증가는 중졸 이하 비정규직 증가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이면서 저학력인 노인’ 비정규직이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비정규직 평균임금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2008년 6∼8월 212만7천원에서 올해 6∼8월 220만1천원으로 늘었으나, 같은 기간에 기간제(희망근로·청년인턴 포함) 비정규직 임금은 12만원 감소했고, 비기간제 비정규직 임금도 137만7천원에서 125만9천원으로 줄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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