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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의 다음은 어디에?

‘좌우 균형’ 맞추려 <프레시안> <뷰스앤뉴스> 빼고, 아고라·View의 인터페이스 불편하게 하는 등 쏟아지는 외부 압력에 고육지책
등록 2009-07-22 08:21 수정 2020-05-02 19:25
Daum의 다음은 어디에? 사진 <한겨레21> 김정효 기자

Daum의 다음은 어디에? 사진 <한겨레21> 김정효 기자

7월1일 인터넷 포털 다음의 미디어다음에서 두 언론사가 사라졌다. 진보적 인터넷 매체로 손꼽히는 과 였다. 다음날인 2일 에는 ‘다음, 뉴스 서비스에서 기사 제외’라는 기사가 떴다. 은 다음이 “1일부터 뉴스 서비스인 미디어다음에 에서 만든 콘텐츠를 올리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빠지던 날, 기자와 만난 다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적지 않은 정치적 압력이 있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 다음날인 7월3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의 박인규 대표와 다음의 최아무개 미디어본부장이 만났다. 두 사람은 선후배 사이로 평소에도 자주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였다. 박인규 대표의 말이다.

다음 쪽 “트래픽 기여도가 낮다”

“그 자리에서 내가 ‘이 빠지게 된 것이 정치적 압력 때문이냐’고 물었더니, 최 본부장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정치적 압력 여부에 대해서는 나중에 밝혀질 것이고, 뉴스 콘텐츠로서 의 약점이 있다면 지적해달라’고 했다. 최 본부장이 ‘ 기사는 사실과 의견이 혼재돼 있고, 의견이 강해 부담스럽다’고 하더라. 또 ‘지난해 8월 이후 미디어다음에서 조·중·동이 빠진 이후 등 진보적 견해를 가진 언론사에 비해 보수적인 언론사가 적어 정치적 균형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인규 대표는 “최 본부장은 정치적 균형을 맞춘다는 취지에서 이뤄진 결정이라고 말했지만, 음으로 양으로 정치적 압력을 느낀 결과 을 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 쪽은 정치적 압력설을 부인했다. 미디어다음을 맡고 있는 최아무개 본부장은 과의 통화에서 “박인규 대표를 만났을 때도 충분히 설명을 드렸지만, 밖에서 해석하는 것과 달리 이번 결정에 정치적 이유가 있을 수 없다”며 “다음의 내부 기준에 맞춰 결정한 사안에 대해 정치적인 해석이 나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지은 홍보팀장도 “미디어다음과 각 매체 간의 미디어 제휴 방식에 대한 가치 측정 결과 과 의 트래픽 기여도가 낮다는 평가가 나와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음의 대외협력본부도 “청와대나 정부에서 민간기업에 대해 특정 언론사를 빼라고 압력을 넣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속사정은 달랐다. 다음의 한 고위 임원은 “정부·여당 쪽에서 보수와 진보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으니, 미디어다음에 를 넣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음은 를 새로운 콘텐츠 공급 매체로 등록할지 여부를 논의하다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디어다음에는 보수적 인터넷 매체로는 만 등록돼 있다. 한 미디어 담당기자는 “는 지난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에서 갈라져나왔다”며 “이 ‘친박근혜’ 성격이 짙다면, 는 ‘친이명박’ 성격이 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에서 콘텐츠를 공급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건 ‘친이계 언론’ 챙기기를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음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미디어다음의 정치적 균형을 맞춰달라는 압력성 요청이 들어왔다”며 “결국 인터넷 매체에서는 진보적 매체로는 , 보수적 매체로는 만 남기고 과 를 빼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다음에 뉴스를 공급하는 매체들의 명단(위). 지난 7월부터 <프레시안>과 <뷰스앤뉴스>는 여기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광우병 정국에서 저항적인 누리꾼들의 공간이 됐던 아고라(아래 왼쪽)와 view(옛 블로거뉴스)는 정부와 여당의 집중적인 탄압 대상이 됐다.

미디어다음에 뉴스를 공급하는 매체들의 명단(위). 지난 7월부터 <프레시안>과 <뷰스앤뉴스>는 여기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광우병 정국에서 저항적인 누리꾼들의 공간이 됐던 아고라(아래 왼쪽)와 view(옛 블로거뉴스)는 정부와 여당의 집중적인 탄압 대상이 됐다.

‘조·중·동’ 콘텐츠 공급 거부하면서 균형 깨져

‘정치적 균형을 맞춰달라’는 요구는 저간의 상황을 무시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미디어다음에 진보적 언론이 많이 남게 된 이유는 ‘조·중·동’이 콘텐츠 공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를 중심으로 등은 지난해 7월 일제히 다음과의 관계를 끊었다. 다음 아고라와 다음 카페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언소주’(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가 벌인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는 지난해 9월에는 “다음이 상당 기간 우리 저작물을 대규모로 무단 사용해 그 손해액이 최소 90억원에 이른다”며 그 일부인 10억57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트래픽을 이유로 은 남겨두고 을 제외한 것은 현실에도 잘 맞지 않는다. 은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에는 ‘오픈캐스트’ 매체로 등록돼 있다. 네이버는 첫 화면의 뉴스 편집권을 ‘오픈캐스트’라는 형식으로 각 매체에 넘겼다. 오픈캐스트에 등록된 매체는 모두 35개다. 다음이 남겨둔 은 여기 포함되지 않는다.

다음 임직원들은 지난해 쇠고기 정국 이후 음으로 양으로 외부적 압력이 쏟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철균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이 미디어다음을 맡고 있는 최아무개 본부장에게 수시로 전화한다”며 “청와대의 전화가 활발한 소통일 수도 있겠지만, 압력으로 느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철균 비서관은 2006년부터 2년간 다음의 부사장으로 일했다. 최 본부장은 “한 직장에서 함께 일한 사이끼리 편하게 통화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압력성으로 느낀 전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철균 비서관도 “친분 있는 사이에 전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대화 내용은 극히 사적인 내용들”이라고 했다.

다음의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중순부터 검찰과 경찰에서 최아무개 미디어본부장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특정 게시물에 대한 항의와 차단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며 “새벽 1~2시에 전화를 받은 적도 많았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도 말할 수 없는 속사정에 속을 끓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의 한 전직 임원도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를 비롯해 경찰 차원에서 다음 아고라를 감시하는 요원만 70명이 넘는 때가 있었다고 알고 있다”며 “이들이 24시간 아고라에 올라오는 게시물을 검열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들은 경찰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있는 게시물을 골라내는 한편, 특정 정부부처나 여당 의원들을 비판하는 글이 있으면 이를 당사자에게 통지하는 역할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 다음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본부에서 여당의 실세 국회의원실로부터 ‘경찰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이런저런 문제가 있으니 해당 게시물을 즉각 차단해달라’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며 “경찰에서 이런 역할도 하는구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포털 다음 본사 2층의 카페테리아에서 한 누리꾼이 인터넷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21> 김정효 기자

서울 서초동에 있는 포털 다음 본사 2층의 카페테리아에서 한 누리꾼이 인터넷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21> 김정효 기자

다음 법무팀 관계자는 “최근엔 다음 카페에 올라 있는 저작권 위반 콘텐츠나 음란물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요청이 부쩍 늘었다”며 “이달 초부터 시행되는 개정 저작권법의 강력한 처벌조항 때문에 위축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저작권법의 핵심은 ‘인터넷 삼진아웃제’다. 영화·드라마·음악 등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대량 유포하는 인터넷 게시판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3회 경고 뒤 최대 6개월까지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한 제도다.

7년째 다음에서 일하고 있는 한 직원은 “다음 내부에서도 저항해야 한다는 이들과 더는 모나지 않게 협력해야 한다는 이들로 나뉘어 있다”며 “평균연령이 30대 초반인 다음 임직원들에게 정부의 압력은 큰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음 관계자는 “지난해 쇠고기 정국의 중심에 있었던 아고라의 노출도를 줄이기 위해 메인 페이지 하단에 있던 메뉴를 접어넣고, 비판적 성격이 강하던 ‘블로거뉴스’도 ‘View’로 이름을 바꾸고 인터페이스도 불편하게 바꿨다”며 “그 결과 아고라의 경우 페이지뷰가 15~20% 정도 줄어들었다”고 털어놨다. 고육지책인 셈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대외협력팀의 한 직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추모글을 올리는 게시판에 글을 남기려면 로그인을 거친 뒤 제목을 달고 본문을 적게 했다”며 “당시 경쟁 포털인 네이버는 로그인 없이 곧바로 추모글을 적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추모 게시판의 트래픽도 여러 곳으로 분산해 실제보다 더 적게 잡히도록 설계했다”며 “그 결과 네이버의 추모 게시판 트래픽에 견줘 5분의 1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영역의 트래픽은 의도적으로 줄였다는 설명이다.

‘블라인드’ 제도의 불합리함

포털 다음에 대한 외부 압력은 다음의 정체성을 죽이고 있다. 창업자인 이재웅 전 대표는 ‘많을 다(多)’와 ‘소리 음(音)’의 한자 합성어인 ‘多音’을 다음의 본뜻으로 지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소리’를 모은다는 의미다. 1995년 창업 이후 14년간 ‘다양성’을 생명으로 생각해 온 기업에 ‘획일성’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의 제주도 이전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성격을 보여준다. 다음은 ‘서울로 서울로’를 외치는 주류의 흐름을 거슬러, 지난 2004년 미디어본부를 중심으로 제주로 내려갔다. 이재웅 당시 대표도, 석종훈 당시 미디어본부장도 자택을 제주로 옮기며 제주 정착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제주시 오등동에 있는 다음의 ‘글로벌미디어본부’에선 200여 명의 다음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정부의 외압 대상이 된 아고라와 블로거뉴스(현재 명칭은 ‘View’)는 TV팟과 함께 다음이 제주도에서 만든 3대 작품이라고 자평해왔다. 다음은 현재 카페나 블로그, 아고라의 게시물에 대해 외부에서 이의나 항의가 들어올 경우 곧바로 접근제한을 하고 있다. ‘블라인드’ 제도라고 불리는 이 접근제한 조처를 당한 글은 30일간 누구도 내용을 볼 수 없게 된다. 글쓴이도 마찬가지다. 다음 법률팀 관계자는 “블라인드가 된 글은 글쓴이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명예훼손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받아올 경우 접근제한을 풀어주고 있다”며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인으로부터는 이런 요청을 받아주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블라인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게시물을 올린 이는 차단된 것에 대해 불만이 있겠지만,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당사자도 불만이 있는 법”이라며 “다음은 그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른쪽으로 밀어붙이는 외부의 압력 때문에 그 ‘균형점’이 오히려 깨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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