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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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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방향 선회 안 하면 정치적 위기 올 것”


①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국가가 조정자로 나서고 대안세력이 불만 흡수해야
등록 2009-04-03 02:11 수정 2020-05-02 19:25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6개의 중앙일간지를 매일 본다. 와 를 함께 읽어야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변에 이야기하고 다닌다. “를 보니까 그건 구분해야 한다고 썼던데. 그게 맞지 않아?” 인터뷰를 위해 방문했을 때, 그는 주변 사람들과 토론중이었다. 경찰 지갑에서 현금카드를 꺼내어 사용했다는 촛불 시위 참여자에 대한 것이었다. “경찰이 떨어뜨린 지갑을 습득한 것과 경찰이 갖고 있던 지갑을 뺏은 것은 다르잖아. 카드를 쓴 게 맞더라도 두 가지는 죄질이 다르지.” 지난 10일 오후, 관훈클럽 사무실에서 만난 남 전 장관은 자신을 ‘리버럴’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진보와 보수의 영역을 구분해 사물을 분별하는 일에는 별 취미가 없어 보였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지금까지 한국의 전통적 보수는 ‘의식을 가진’ 보수라고 보기 어렵다. 그냥 주어진 조건에서 강자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보수가 됐다. 그런 점에서 안병직 선생이나 박세일 교수는 ‘의식화한’ 보수를 프로그램하려는 분들이다. 그런데 박세일 교수가 주창한 ‘선진화’나 ‘공동체 자유주의’를 만병통치약인 듯이 말하는 것은 문제다. 누가 후진화하자고 한 사람 있나. 선진화는 그냥 동어반복이다. 의미가 없다. 어떤 선진화인지가 문제다. 공동체주의와 자유시장주의도 그렇게 쉽게 접붙일 수 있겠는가. 이념의 주창에는 비판정신이 있어야 하는데, 비판 없이 이명박을 추종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단순히 ‘친이명박’이 아니라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도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없다는 게 (선진화론의) 약점이다.

‘인간 의제’를 함께 보라

지금의 경제위기가 오기 전에 이명박 대선 후보의 공약이 결정됐다. 이제 경제위기가 왔다. 이명박 정부는 불가피하게 애초 공약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 수정을 안하면 사회불안이 더 커진다. 더구나 미국 행정부가 ‘리버럴’ 쪽으로 바뀌었다. 이명박 정부가 ‘리버럴’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지 않으면 경제적 위기가 정치적 위기로 번질 것이다.

나는 경제 전문가는 아니지만, 조순·김종인·정운찬 같은 사람들이 말하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 일종의 ‘케인지언’의 방향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데올로그는 아니니까 그런 유연성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우리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119조 2항)의 정신은 앞으로도 죽지 않는다. 국가가 조정자로서 큰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 의제’만 보면 경제발전 지상주의밖에 안 된다. ‘인간 의제’도 함께 봐야 한다.

대안세력 없는 ‘정치 불안 구조’

빈부격차 심화는 정치 불안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빈부격차가 심화되면 국민의 불만이 커지는데 그걸 대변할 만한 노조·시민단체 등의 세력은 약화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대안세력은 뚜렷하지 않고 불만은 팽배해지면서 ‘정치 불안 구조’가 생긴다. 허위 선전에 휘둘리는 데마고기적 상황, 즉 일종의 라틴아메리카적 현상이 올 수도 있다.

민주당은 아직 약하다. 자기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여전히 호남이라는 지역적 요소가 크다.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리벌러’ 정당으로서 철저한 탈바꿈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해결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가령 범여권의 분화가 진행되는 양상을 상정할 수 있다. 범여권 일부 세력이 일종의 대안세력의 역할을 하면서 불만세력을 흡수하는 것이다. 원래 권력의 속성은 법과 질서를 내세워 스스로를 강화하는 것이긴 하다. 그런데 권력이 강화된다고 문제가 풀리겠는가. 그렇게만 하면 사회적 불안과 폭발만 있다. 권력으로서도 끌어안는 정책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요즘도 가끔 최장집 교수, 이정우 교수, 김종인 전 의원 같은 분들을 만나 토론한다. 주어진 조건을 고려하면서 이 사회의 향상을 생각한다면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 인터뷰 전문

- 합리적 보수라는 꼬리표가 늘상 따라다니는 것 같다.
= 굳이 자칭하라면 나는 ‘리버럴’이라는 개념이 더 맞다. 다만 리버럴이라는 것이 조금 애매한 개념이다. 미국에서는 리버럴이 상당한 진보성을 가졌고 유럽에서는 그와는 다르다. 미국에서는 리버럴이라고 하면 사회 민주주의적인 정책을 찬성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영향을 받았으니까…. 그런 개념으로 나는 받아들인다.

- 한국에서 ‘리버럴’로 사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 일부에서는 나더러 좌파라 했다. 그런데 나는 북한 문제에 대해선 단호하니까 친북좌파 소리는 안 듣는다. 북한 체제는 실패한 체제다. 나는 그걸 전제로 하고 이야기를 한다. ‘종북주의’ 같은 레테르를 붙여서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진 않겠지만, 그런 면에서 민주노동당도 탈피할 것은 탈피해야 한다.

-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이 많이 퍼지고 있다.
= 이명박 정부는 비민주적 정부라는 전제를 깔아놓고 이야기를 하면 안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민주 정부인데, 한나라당 이명박 정부는 비민주적 정부라는 식으로 범주화 해버리면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정부도 민주적 정부라고 일단 봐야 한다. 많은 진보파들이 한나라당 정부는 비민주적이라고 단정 짓고 논리를 출발하는데 그런 건 잘못이라고 본다.

- 절차적 민주주의는 갖췄지만, 실질적 민주주의를 확장시키는 일에는 실패하고 있는 것 아닌가.
= 글쎄,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를 아예 접어버리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정치를 판단하는 올바른 입장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집권 초니까 여유를 두고 좀 봐야 하는 거 아닌가. 물론 (실패하고 있다는) 증표는 있다. 다만 이게 앞으로 쌓이고 쌓이는 축적의 결과를 두고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야 한다.

- 예를 들어 지금 언론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접근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 내가 언론계에 몸을 담고 있다가 정치로 몸을 옮겨 담았다. 언론자유의 투사도 아니었고…. 그동안 언론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나서질 않았다. 내 자신의 약점이 있으니까, 일반론적으로 이야기할 뿐이다. 일반론적으로 보아 언론 다양성이 많이 침해되고 있는 인상은 받는다.
다만 그것은 권력의 속성이 아닌가 한다. 언론을 조종하려는 게 권력의 속성이다. 언론의 속성은 거기에 대항하는 것이고. 두 가지가 때로는 길항하고 때로는 투쟁하는 가운데 뭔가 변화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균형을 찾는 것 아니겠나. 애초부터 권력이 언론의 다양성 신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 한국에서 보수주의는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나.
= 지금까지 한국의 전통적 보수는 그렇게 ‘의식을 가진’ 보수라고 보기 어렵다. 그냥 주어진 조건에서 강자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보수가 됐다. 보수주의에 대한 어떤 나름대로의 의식을 갖고 보수를 한 것은 아니다. 주어진 조건에서 유리하니까 그냥 보수를 한 것이지 보수해야겠다는 의식 갖고 했던 것은 아니다. 요즘 이라는 잡지를 보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의식을 가진 보수가 되려는 노력이 상당히 있는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진보 역시 비슷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진보도 경제정책 분야에 들어가면 내세우고 있는 게 옛날처럼 뚜렷하지 않다. 결국 수정자본주의적인 것이지, 예전처럼 사회주의 같은 게 아니다. 그런데 그 내용의 구현이 현실에선 어렵다. 현실에 부닥쳐 대안을 내다 보면, 진보와 보수 사이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대안이 각각 나오는 게 아니다. 그 대안이라는 게 (진보와 보수 사이의) 폭이 넓지 않다.

- 세계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추구해야할 보수적 가치는 무엇인가.
= 지금의 경제위기가 오기 전에 이명박 대선 후보의 공약이 결정됐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뒤에 경제위기가 왔다. 이명박 정부는 불가피하게 애초 공약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미국 행정부가 말하자면 ‘리버럴’ 쪽으로 바뀌었다. 이명박 정부도 ‘리버럴’ 쪽으로 방향 선회가 없을 수 없다. 그런 방향 선회가 없으면 경제적 위기가 정치적 위기로 올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대 수정이 온다고 본다. 원래 이명박 대통령이 전래적 의미의 보수가 아니다. 일종의 신보수세력이다. 영남에 기반한 게 아니라 중부권과 중산층까지 (지지기반으로) 바탕에 깔고 있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굳이 고루한 보수철학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경제위기가 심화될수록 경제정책에서 자기변신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미국으로부터, 즉 오바마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 그런 변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 그런 수정을 안하면 사회불안이 더 커진다. 나는 경제전문가는 아니지만, 조순·김종인·정운찬 같은 사람들이 말하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 일종의 ‘케인지안’의 방향이다.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데올로그는 아니니까 유연성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는 것이다.

- 케인스주의가 말하는 국가에 의한 시장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 불가피하지 않겠나. 우리나라의 유산이란 게 원래 국가가 크게 역할한 데서 비롯했다. 예전에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헌법 개정 관련 논의를 할 때, 경제민주화 조항에 대한 것도 있었다. 전경련에서는 이를 삭제하자고 했었다. 그게 실제로 없어지면 어지간한 (경제) 개혁정책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심판 받기 좋은 상황이 된다. 그런데 이제 이런 주장은 힘을 못받는다. 경제위기가 닥쳤기 때문에 경제민주화 조항이 필요없다는 주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김종인 의원이 그걸 아주 정교하게 입안해서 1987년 개헌 때 넣었는데, 그 정신은 앞으로도 죽지 않는다. 국가가 앞으로도 조정자로서 큰 역할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기업의제’만 보면 경제발전 지상주의 밖에 안된다. ‘인간의제’도 함께 봐야 한다.

- 경제위기 조정 과정이 정치에는 어떤 영향을 주나.
= 이 대목에 관해 학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참고해야 한다.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때부터 빈부격차가 심화됐다. 두 정권 시절, 신자유주의적으로 가서 경제적 빈부격차가 심화됐다. 지금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빈부격차는 심화일로에 있다. 이것이 정치 불안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금 진보세력의 기반이 되는 노조가 엄청 약화됐다. 조직률도 낮고 조직 내부에서 괴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민단체도 지금 상당히 탄압받으면서 붕괴하고 있다. 촛불 시위가 권력의 어마어마한 반격을 불러와서 오히려 권력에 의한 시민단체의 분해랄까 무력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국민들의 불만은 커지는데 그걸 대변할만한 세력들은 노조를 필두로 해서 시민단체까지 약화되고 있고 정당 역시 그러하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대안세력은 뚜렷하지 않고 불만은 팽배해지면서 ‘정치 불안구조’가 생긴다. 최장집 교수가 말하는 정당과 국회를 통한 정치가 아니라, 허위선전에 휘둘리는 데마고기적 상황, 즉 일종의 라틴아메리카적 현상이 올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총체적으로 정치가 불안해지는 것이다.
백낙청 선생이 말하는, 각계 망라하는 6자 회담 방식의 범국민협의체 구상도 그런 대목을 걱정해서 나온 이야기일 것이다. 다만 그 구상 자체는 너무 앞질러 나간 것이 아닌가 한다. 경제가 지금보다 더 위기국면으로 가고 그것이 진짜 정치적 위기로 발전한다면 거국적 대화기구가 있어야 하겠지만, 아직은 그 단계는 아니지 않는가. 정말 정치적 위기가 올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

- 파국을 막는 열쇠는 어쨌든 집권 보수세력에게 있는 건 아닌가.
= 최장집 교수가 우려하는 게 그것이다. 정당중심·원내중심 정치가 중요한데 그런 것이 작동할 수 있는 조건들이 자꾸 무너지고 있다. 거기다 인터넷 시대니까 네티즌 등에 영향을 끼치는 동원력이 따로 생긴다. 비정당적인 상황이 확산되면서 정치가 불안정화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해결될지는 더 두고봐야 하는데, 가령 범여권의 분화가 진행된다면, 그러니까 범여권 일부 세력이 일종의 대안세력의 역할을 하면서 불만세력을 흡수하는 양상도 상정할 수 있다.

- 민주당은 그런 대안세력이 될 수 없는 것인가.
= 약하다. 민주당이 자기 정립이 제대로 안된 것 아닌가. 여전히 호남이라는 지역적 요소가 크다. 그것만 갖고는 안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걸 벗어나려 시도했지만 결국 안됐다. 내가 보기에는 민주당이 ‘리버럴’ 정당으로서 철저한 탈바꿈이 있어야 할 것 같다.

- 북유럽 모델 지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인가.
= 글쎄, 한국에서는 유럽 모델을 말할 때 보통 북유럽을 상정하긴 한다. 그런데 조건이 다르다. 북유럽은 노조도 강하고 사민주의 세력도 강하다. 그러니까 힘의 밸런스가 생겨날 수 있다. 한국은 (사민주의 지향을) 떠받치는 힘이 약하니까 낙관적으로 볼 수 없다.

- 전반적으로 보아 민주당 쪽보다는 진보정당 등 혁신계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 심상정 전 의원이 쓴 책에 추천사를 내가 썼다. 그 정도의 관심은 있다. 다만 혁신세력이 한국에서 집권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런 조건도 아니고 세력 준비도 그렇다. 다만 원내 교섭단체 정도를 구성한다면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정치의 의제설정, 여론형성 과정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런 정도를 내다보고 있다.

- ‘새로운 보수’의 재구성을 시도했던 뉴라이트는 어떻게 평가하나
= 뉴라이트 내부에 워낙 가닥이 많다. (보수라는) 의식도 없이 기득권을 갖고 있으니까 보수다 하는 차원을 넘어 ‘의식을 가진’ 보수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한 것 같다. 그런데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보수를 말하는 것과 보수의 철학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보수는 다르다. 지금 고지를 점령하고 있으니까 이를 지켜야겠다는 보수와 앞으로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보수는 다르다는 것이다.

- 고지를 지키기 위해 보수 세력은 강경 일변의 길을 걷는 것 같은데.
= 원래 권력의 속성은 법과 질서를 내세워 스스로를 강화하는 것이긴 하다. 다만 그것을 견제하는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그런 견제장치가 약화되고 있다. 그런데 권력이 강화 된다고 문제가 풀리겠는가. 그렇게만 하면 사회적 불안과 폭발이 있을 수 있다. 권력이 그렇게만 밀고 나가기엔 문제가 있다. 권력으로서도 끌어안는 정책을 취하지 않으면 안된다. 법과 질서를 내세우는 것은 좋지만 한편으로는 끌어안는 정책을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새로운 보수의 이념으로 ‘선진화’나 ‘공동체 자유주의’를 거론하는 이가 많다.
= 어떤 학자들은 그런 것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것 같다.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말하더라. 그런데 누가 후진화하자고 한 사람이 있나. 선진화는 그냥 동어반복이다. 의미가 없다. 어떤 선진화인지가 문제다. 공동체 자유주의도 그렇게 쉽게 접붙일 수 있겠느냐. 공동체주의와 자유시장주의가 억지로 붙인다고 해서 붙느냐는 것이다.
또 한가지 생각할 것은 이념의 주창에는 비판정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게 잘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친 이명박이 아니라면 이명박에 대해 비판도 해야 한다. 비판 없이 공동체만 주창하면서 이명박을 추종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없다는 게 (선진화론의) 약점이다. 그게 없어서는 어떻게 공동체 자유쥬의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박 교수를 개인적으로는 잘 아는데, 내가 보기엔 그 내용을 아무리 뒤져도 크리티시즘이 없다. 현실에 대한 비판이 있어야 한다.

-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김진홍 목사의 방향은 어떤가.
= 그래도 안병직 선생이나 박세일 교수는 ‘의식화한’ 보수를 프로그램하려는 분들이다. 나머지는 그런 노력이 아예 안보이니까 언급을 안하는 것이다. 안병직 선생의 ‘식민지 근대화론’ 같은 것을 두고 근대화다 친일이다 싸울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일제가 원대한 계획을 갖고 중국북부까지 진출하려 했고, 그래서 한반도를 병참군수기지로 삼았다. 그런 점에서 산업발전을 시킨 것이다. 그것 때문에 한국이 근대화됐다고 보는 건 이상하다. 그렇지만 만주제국 경영했던 ‘만주유산’이 박정희 대통령 같은 사람에게 국가경영 차원에서 상당한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고. 그런 것을 두고 근대화니 친일이니 싸울 필요는 없는 것 같다.

- 혹자는 남 전 장관을 일컬어 마음은 재야에 있고 몸은 여권에 있다고 평했다.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나.
= 요즘도 가끔씩 만나는 사람은 최장집 교수, 이정우 교수, 김종인 전 의원 같은 분들이다. 서로 토론한다. 이 사회의 향상을 생각하다보면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사회를 향상시킬 생각이 아예 없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우리나라에서 현실적 선택지가 넓은 게 아니다. 아주 좁다. 주어진 조건이 있으니까 그렇다. 말로는 보수니 진보니 하지만 진정 이 나라를 향상시키려 생각해보면 방안을 놓고서는 범위가 넓지 않다.



글 안수찬 기자 ahn@hani.co.kr·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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