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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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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이라도 설복해 활용해야”


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경청하고 소통하는 것은 비용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
등록 2009-04-02 09:21 수정 2020-05-02 19:25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개혁파’다. 3선 의원이 됐지만 여전히 이 꼬리표는 그를 따라다니고, 그 역시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땐 정치적 동지들인 ‘새정치 수요모임’이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악조건’을 무릅쓰고 사실상 단기필마로 경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개혁적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선거를 통해 실천해 보인 셈이다.
원 의원은 이명박 정부를 비판적으로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대통령이) 위기극복의 결과만 생각할 뿐, 극복 과정을 ‘비용적인 면’으로만 따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경청하고 소통하는 것은 비용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한나라당은 근대화와 경제성장, 반공 등에 뿌리와 몸통을 두고 있다. 산업화 역사에는 기여했지만, 미래 선진 민주·복지의 비전과 역할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아래의 한나라당은 명분과 실질이 뒤바뀐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국민들은 생활과 동떨어진 이념으로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상대방을 악으로 몰아붙이는 것에 염증을 느꼈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실용’을 내걸었을 땐 관념으로 편을 가르지 않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촛불이라는 좌절과 경제위기라는 ‘위기 정부’ 상황이 오다 보니, 중도적이고 실용적인 모습보다는 권력 그 자체를 갖고 상황을 타개하려 했다. 강경보수의 모습을 많이 보인다. 개혁적 보수의 구체적인 비전과 내용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새로운 개혁이 필요하다.

기업과 달리 정치는 항상 반대자가 있기 마련이고, 민심에서 나오는 진정한 권력은 매일매일 변한다. 체제로서의 권력도 잘 지켜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민심에서 진정한 힘을 얻는 것이다. 국민과 정부의 접점·통로 역할을 하는 정당이 무너지면 당장은 일사불란해서 좋은 것 같지만, 참여가 없으면 책임 분담도 없다. (권력의) 나눔이 없으면 (정당의) 지원도 없다. 소통이 없으면, 누가 그걸 자기 문제라고 생각하겠나.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도 나눔에서 협력이 생긴다. 소통을 해야 반대를 완화시킬 수 있고, 참여를 시켜야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위기 극복의 결과만 생각할 뿐, 그 과정을 ‘비용적인 면’으로만 따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경청하고 소통하는 것은 비용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다. 권한은 나눌수록 커지고 많이 들을수록 이해와 소통의 폭이 넓어지는데, 그런 여유를 갖지 못하고 밀어붙이는 것이 안타깝다.

개혁적 보수가 사회 주류 돼야

인사에서도 인재 풀이 자기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제한돼 있다. 다양한 층의 능력 있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도와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편을 가르면 인물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지 못한다. 정치의 핵심은 반대 세력한테서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각자 분야에서 존경과 인정을 받는 인물이라면 중요한 자산으로 써야 한다. 권력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적군이라도 설복시켜서 써야 하지 않나.

한나라당의 주류는 압도적인 민심을 대표해 그 힘을 자기 것으로 흡수하는 정치력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원래 주류는 국민의 마음을 얻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오히려 개혁파들이 잠재적 주류라고 생각한다. 개혁적 보수가 우리 사회의 주류가 돼야 한다. 개혁적·합리적 보수는 높은 도덕성과 나눔의 정신, 서민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한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하고, 이런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



■ 인터뷰 전문
-일반적 의미에서 보수주의 정당이 추구해야할 가치와 정체성은 무엇인가. 또 한국 정치에서 한나라당이 차지하는 의미는.

=보수주의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인류 보편적 가치’고, 한국의 보수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다. 보수주의 정당이 추구해야 할 정체성은 ‘개혁적 보수’다. 보수는 수구가 아니므로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면서 사회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폭력에 의한 급격한 변화가 아니라 토론과 타협으로 공통점을 찾아가면서 점진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근대화와 경제성장, 남북분단 현실에서 ‘반공’ 등에 뿌리와 몸통을 두고 있다. 산업화 역사에는 기여한 세대지만, 미래 선진 민주·복지로 가는 데 있어 비전과 역할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아래의 한나라당은 명분과 실질이 뒤바뀐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 생활과 동떨어진 이념으로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상대방을 악으로 몰아붙이는 것에 (국민들이) 염증을 느꼈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실용’을 내걸었을 땐 합리적이고, 누구와도 손 잡을 수 있고, 관념으로 편을 가르지 않을 거라고 기대했다. 정권의 지지기반이 넓고, 지지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거부감은 약했다.
하지만 촛불의 상처가 굉장히 컸다. 촛불이라는 좌절과 경제위기라는 ‘위기정부’ 상황이 오다 보니, 중도적이고 실용적인 모습보다는 권력 그 자체를 갖고 상황을 타개하려고 한다. 설득력이 떨어지다 보니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보수의 모습보다는 강경보수의 모습을 많이 보인다.
한나라당은 2004년 당헌을 개정하면서 진취적인 보수주의, 합리적 개혁주의를 내세웠고, 그런 변화를 국민에게 설득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2007년 대선 때도 그런 깃발을 내세웠다. 하지만 집권 성공 이후엔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고, ‘개혁적 보수’라는 구체적인 비전과 내용을 국민에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한나라당은 새로운 개혁이 필요하다.

-집권 전후의 한나라당이 다르다는 말인데?
=개혁적 보수를 포함한 중도층을 끌어안고 일단 집권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해 촛불 정국과 계속되는 경제 위기 속에서 위축돼 국민이 기대하는 만큼의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소통과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연말·연초 국회 파행 속에서도 ‘대화와 타협’의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이 있었던 것처럼 변화를 위한 노력과 내부진통은 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관계설정에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보다 더 권위주의적이고 정치적인 긴장감이 높았던 시대의 민정당, 민자당 시절만 해도 그 나름대로 행정·입법의 ‘분권’이 있었는데, 그런 정치적인 시스템 면에서는 현재가 오히려 더 취약하다고 생각한다.

-일방향적인 청와대에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누구의 책임이 크냐고 하는 건 무의미하다.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이 정치의 핵심 아니냐. 나를 포함한 모두가 (관계를) 바로잡으려 노력해야 한다. 당은 민심의 통로이자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과 달리 정치는 항상 반대자가 있기 마련이고, 국민이 동의를 안 해주면 민심으로부터 나오는 진정한 권력은 매일매일 변하는 거다. 체제로서의 권력도 잘 지켜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민심으로부터 진정한 힘을 얻는 것이다.
국민과 정부의 접점·통로 역할을 하는 정당이 무너지면 당장은 반대 목소리가 없고, 일사불란해서 좋은 것 같지만, 참여가 없으면 책임 분담도 없다. (권력의) 나눔이 없으면 (정당의) 지원도 없다. 소통이 없으면, 누가 그걸 자기 문제라고 생각하겠나. 경제 뿐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나눔에서 협력이 생긴다. 소통을 해야 반대를 완화시킬 수 있고, 참여를 시켜야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정부와 당을 잇는 연결고리가 있나?
=재개발제도 개선대책 태스크포스팀, 건설하도급 제도개선 태스크포스팀 등 정책적인 연결고리는 이어지고 있지만, 좀더 근본적으로 당정간 원활한 소통과 위상 정립이 필요하다.

-‘이명박 리더십’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
=리더십은 탁월한 리더가 끌고 가고, 나머지는 구경하다 시키는 일의 결과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관계’다. ‘팔로우십’이 빠진 상태에서 정치 자체를 혐오하거나 국민 의식을 탓하는 건 안 된다. 쓴소리하고 견제하는 당의 역할이 불편하더라도 정치적인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려면 청와대와 당 모두 그에 맞는 비중을 갖고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치와 사회 갈등은 증폭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위기극복의 결과만 생각할 뿐, 그 과정을 ‘비용적인 면’으로만 따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경청하고 소통하는 것은 비용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다.
권한은 나눌수록 커지고, 많이 들을수록 이해와 소통의 폭이 넓어지는 것인데, 그런 여유를 갖지 못하고 밀어붙이는 것이 안타깝다. 인사 부분에 있어서도, 인재 풀이 자기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제한돼 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층의 능력있고 좋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도와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사 문제는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자꾸 편을 가르면 인물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지 못한다. 정치의 핵심은 반대세력한테서 협조를 이끌어내는 정치력이다. 그런데 내가 안 겪어봤으니까, 우리 편이 아니니까, 하다 보면 인재풀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사적인 관계로 검증된 것과 공적으로 자기 단련이 된 것은 다르지 않나. 각자 분야에서 존경과 인정을 받는 인사라면 중요한 자산으로 써야 한다.
정치적인 동지로 처음부터 결합했다면 모르지만, 공무원이 자기 업무에서 인정받아 (참여정부에서) 일시적으로 잘나갔다고 인사의 고려대상이 아니라거나, 지금은 모두 리셋을 해야 된다는 생각은 실용적이지 못하다. 사람을 쓰는 게 ‘시스템’이 돼야 한다. 권력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적군이라도 설복시켜서 써야하지 않나.

-한나라당에 이른바 ‘개혁파’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는가.
=물론 있다. 나를 포함해 그런 노력을 하는 여러 의원들이 있다. 적게는 한 자릿수에서 많게는 수십명 된다고 생각한다. 수면 위로 떠올라 있지 않을 뿐이지 내재적으로 다들 활동하고 있다.

-‘민본 21’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 쪽이 제일 순수하다고 본다. 다른 의원들도 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내가 굳이 지목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개혁파의 의미는 무엇이고, 이른바 당내 주류와는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보나.
=개혁적 보수, 합리적 보수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극단적인 기득권·권위주의 세력으로 쏠리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겠지만 국회 파행 사태 등에서 정말 치열하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개혁파들이 견제와 균형을 잡는 역할을 했다.
주류가 과연 무엇인가. 만명, 십만명이 아니라 천만명이 넘는 국민의 마음을 얻고 신뢰를 얻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주류다. 그런 면에서 보면, 당이나 권력 내부 주류라 해도 압도적인 민심을 대표해 그 힘을 자기 것으로 흡수하는 정치력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개혁적 보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자기 시정 기능을 존중하고, 가진 자가 더 나누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누구보다 높은 애국심과 책임감을 갖고 있고, 더 철저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 이런 점을 가진 개혁파들이 잠재적 주류라고 생각한다.

-현재 ‘민본21’을 포함해 당내 개혁파로 지칭될 만한 그룹은 정책적으로는 몰라도, 정치적인 국면에서 목소리를 전해 내지 않고 있다.
=정책과 정치가 나눠지는 건 아니지만, 정책적인 내용으로 접근하는 게 훨씬 부드럽고 거부감을 덜 사는 건 맞다. (현재 개혁파들은) 지도부나 권력 관계에 직접 비판의 날을 세웠던 16대·17대(‘미래연대’·‘새정치 수요모임’) 국회의 경험에 비춰, 그렇게 해선 배척당하고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어차피 정치집단이라면, 정치·권력 관계에 직접 도전하거나, 이를 겨냥하는 일을 회피하는 것은 맞지 않다. 정책은 국회의원 299명 모두가 의정활동을 통해서 하는 것 아니냐. 정책적인 내용 없이 정치적 이슈에만 집착하는 건 문제지만 큰 흐름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역할, 자기 희생을 감수하고 자기를 던질 각오 없이는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
물론, 나도 초선 때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는 된다. 그들 나름대로 (정치를) 익혀나가는 과정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모처럼 한나라당이 집권했으니 정부를 도와야 하고, 여당이니까 대안도 제시를 해야 된다. 그런 공동의 책임의식을 느끼기 때문에 (권력을) 비판하는 데 애로사항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개혁과 시대정신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막연한 생존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

-‘새정치 수요모임’을 중심으로 한 17대 한나라당 개혁파 대부분은 당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들이 말한 ‘시대정신’은 무엇이었나?
=경제와 실용 두 가지였다. 그땐 국민들도 ‘시대가 이명박이다’ 그랬다.

-그들의 지향이 이명박 정부 시대에 제대로 관철되고 있나.
=촛불정국을 겪고, 심각한 경제 위기 극복에 전념해야 한다는 절박한 요구 등으로 정치 속에서 충분히 리더십이 발휘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 점은 안타깝지만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보나.
=경제를 살릴 과제를 안고 있는 ‘경제정부’이자 ‘위기정부’다. 대통령과 그 핵심 세력들이 당면한 과제의 해법과 방향을 고민하면서도 소통과 통합이 부족하다. 그래서 ‘일방주의적인 정부’가 되고 있지 않나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인독재적 대통령과 정책적으로 무능하고 민의 대변 기능에 취약한 정당의 관계는 1987년 이후 반복되는 문제였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의 해법은 무엇인가.
=‘위기 정부’ 상황에선 경제 체질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적극적인 나눔운동, 서민생활을 돌보는 정책을 과감하게 펴는 정부가 돼야 한다. 당 지도부도 민의를 대변하고 대통령과 협조하면서도 견제하는 독자적인 기능을 제대로 해야 한다. 당 지도부가 뼈저린 반성을 통해 거듭나는 것이 장기적으로 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다.

-‘신보수’를 주창했던 뉴라이트는 결국 ‘초보수’, ‘강경보수’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보수에 대한 정확한 이념 정립이 안 된 상태에서 ‘뉴라이트’가 대두됐다. 과거의 보수는 설득력이 없으니 변신은 해야하는데, 관념적이고 이분법적인 운동권 이념으론 대한민국이 결딴나겠으니 ‘뉴’라는 개념을 썼다. 부패와의 단절, 자기 도덕성, 실용적인 비전을 내세웠다.
그런데 ‘뉴’의 내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방향에 쓴소리도 하고, 비판적인 대안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때문에) 뉴라이트가 단순히 권력에 동참하는 또 하나의 루트로 평가될 위험도 있다. 가진 사람이 계속 나오는 시스템을 바꾸자는 게 진보라면, 가진 사람이 잘 되도록 하면서 나눠주겠다는 게 보수다. 보수는 도덕적 권위를 갖고, 좀더 자기절제를 하고, 사회적 혜택과 국가에 대한 책임감, 자발적인 나눔, 공동체에 대한 배려와 돌봄 등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
뉴라이트는 그런 면에서 더 솔선수범해야 하고, 거기서 오는 도덕적인 설득력과 정당성으로 점진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정권이 국민과의 소통에 계속 실패하는 상황에서 뉴라이트가 해야 할 역할과 과제가 무엇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자기 재정립을 해야 한다.

-보수정치의 재구성 또는 새로운 합리적 보수세력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원 의원은 이와 관련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보나.
=나는 합리적 보수와 개혁적 보수의 정립 필요성을 일관되게 주장했고, (이들을 정립하려고) 노력해 왔다. 개혁적 보수가 우리 사회의 주류가 돼야 한다고 본다. 개혁적·합리적 보수는 높은 도덕성과 나눔의 정신, 서민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한다. 여러 자식들을 거둬 먹이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하고, 이런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이 당내에서 커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행동하는 것이 나의 일차적인 역할이다. 지금은 비록 작게 보이지만, 나는 ‘한 알의 밀알’이 되고 싶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을 마음깊이 새기고 있다.

-보수 내부의 합리화에 걸림돌이 되는 집단 또는 세력이 있나.
=‘걸림돌’ 등이라 말하면서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시대의 요구를 정확히 읽어 국민 앞에 대안과 정치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행동으로 옮기면 된다. 잘하면 국민은 인정하고 따르게 될 것이므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 평가받으면 되지, 누구 때문에 안된다고 탓해선 안된다.

-도덕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듯, 한국 보수정치 집단의 가장 큰 문제로 도덕적 흠결이 곧잘 등장한다.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운 ‘합리적인 보수’가 존재한다고 보나.
=도덕적 흠결에서 자유로운 합리적인 보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구현할 때 합리적인 보수라고 할 수 있는 거다. 과거에는 통했던 것들이 지금은 안돼서 기득권자들 중엔 억울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인, 공인으로 나서려면 더 엄격한 도덕적 관리가 필요하다.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일상 속에서 인간에 대한 애정,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이지 않으면 국민으로부터 지도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자성하고 거듭나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출발부터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고 시작했다. 누구도 이 정부에 도덕성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정부는 합리적 보수가 아니라는 뜻인가.
=국민들은 ‘묻지마 성장’ 비슷하게 경제를 성장시키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것 아니냐. 워낙 경제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종교지도자나 민주화 운동했던 사람들 수준의 도덕성을 (이명박 정부에) 요구하진 않을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생존이 화두이므로, (도덕성 면에서) 정부에 반감을 표할 여유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국민이 믿고 신뢰할 리더십, 각 분야의 에너지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적당한 자극도 주고 존중도 하면서 정직하고 국가에 책임을 지는 리더십이 요구될 것이다.

-지금까지 정치 생활에서 소통이 가능하고 존중할 만한 진보 인사는 누구였나.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다. 서민의 생활에 기초한, 분명한 정책 대안을 내려는 점을 높이 산다. 부동산 불로소득 문제, 재벌 지배구조 문제 등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관통하는 일관된 문제의식이 있다. 철학이 다를 뿐이지 실력도 상당하다. 보수가 두려워할 수 있어야 진짜 진보인데, 심 대표는 두려워할 만하다.

글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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