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평온한 가슴 명석한 두뇌 ‘5분 명상’

‘덜 하는’ 삶을 위한 <한겨레21> 기자들이 제안하는 ‘실천21’
등록 2008-12-31 14:56 수정 2020-05-02 04:25
하루 5분 명상하기

하루 5분 명상하기

나는 언제나 부산하다. 아침에는 알람시계와 전투를 벌이다 한두 가지를 빠뜨린 채 후다닥 집에서 뛰어나오고, 취재처를 오가면서도 늘 ‘빠뜨린 것은 없나’ 조바심을 낸다. 고요한 순간에 대한 적응력도 없다. 목요일 저녁 키보드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사무실, 잠들기 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집 안의 정적은 온몸으로 어색하다. 결국 내 일상에는 정갈한 성찰의 순간이 없다.

그래서 명상을 택했다. 지금 나에겐 잠시 눈을 감고, 바쁘고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고요한 순간을 찾아내 만끽하는 경험이 필요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지? 지난 12월24일, ‘광란의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고 새벽 1시께 집으로 돌아가 시험해봤다. 샤워를 한 뒤 침대 아래 앉아 눈을 지그시 감았다. ‘5분은 어떻게 맞추지?’ 걱정이 밀려왔다. 잡생각은 머리를 종횡으로 가로질렀다. 몇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고, 낮에 받은 문자에 답하지 않았음이 떠올랐다. 두 달 전 잃어버린 주민등록증은 또 왜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걸까. 눈을 떴다. 앗, 4분이 지났다. 이런, 1분이 모자라잖아. 그렇다고 휴대전화 알람을 맞추고 명상에 들어가는 건, 너무 기계적이다.

쉽지 않은 길이 될 것 같다. 쉬운 길부터 가련다. 에서 풍족한 삶을 위해 일상의 틈을 찾는 이러저러한 방법을 제시한 레슬리 레빈은 “목욕할 때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조언한다. 12월25일 아침, 뜨거운 물 나오는 샤워기를 목 언저리에 갖다대고 눈을 감았다. 물소리에만 집중하니 잡념을 지우기 쉬워졌다. 그 시간의 재생력은 생각보다 컸다.

원래 명상은 잡념과의 전투다. 크리슈나무르티는 “명상은 두뇌가 그 모든 활동과 체험으로부터 절대적으로 조용할 수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두뇌가 조용해질 것’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생각의 모든 움직임, 제약 조건들, 두려움, 즐거움들을 탐구·관찰·청취하고 두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보기 시작하면 그 다음 순간 머리가 아주 조용해지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조용할수록 마음은 넓어진다”. 침묵과 (마음의) 넓이는 병행하기 때문이란다.

30년차 명상 고수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는 “명상이 어떤 고뇌보다 훌륭한 발상을 낚아 올려준다”고도 했다. 천재 농구선수 마이클 조든이 게임 종료 2분 전 빛나는 ‘슛’을 날리던 것도 다 “젠”(명상) 때문이란다. 명상 1년이면 나는 고요에 귀기울일 줄 알면서도 훌륭한 발상에 결정적 ‘슛’까지 날릴 수 있는 ‘성숙하고 유능한’ 인간이 되는 걸까.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일러스트레이션 이우일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