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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지에 ‘굿데이’는 없데이

등록 2004-08-06 00:00 수정 2020-05-03 04:23

지하철 장악하고 승승장구하는 ‘무가지’ 시장도 더 이상 ‘공짜’에만 호소할 수 없는 단계로 이동 중

▣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좋은 날’은 끝난 걸까.

가 7월20일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다른 스포츠지들의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의 부도가 ‘악화’를 구축하는 시장의 건전함을 보여줬다기보다는, 나머지 스포츠신문들에도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또 이를 빌미로 종전부터 진행되던 구조조정에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가 부도난 20일, 경영진은 노조쪽에 △임금 50% 지급 보류 △무급휴직 실시 △명예퇴직·희망퇴직 실시 등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고, 23일엔 유동성 위기를 이유로 7월 급여를 50%만 지급했다. 도 7월 급여에서 25%를 삭감했다. 는 지난 6월에도 상여금을 50%만 지급해 노조의 진정으로 서울지방노동청으로부터 8월3일까지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지하철 장악하는 공짜신문들

스포츠지의 한 간부는 “IMF 때보다 훨씬 분위기가 안 좋다. IMF 때는 이때만 극복하면 다시 원상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었으나 이제는 스포츠지 성장의 한계가 왔다는 본질적인 위기라는 것이 큰 차이”라고 말했다.

미디어경영연구소가 낸 ‘2004년 1/4분기 스포츠지 경영분석’에 따르면 올해 스포츠지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광고 매출과 신문 판매 등 매출액이 급감하고 당기순익도 흑자에서 적자로 반전된 상황이다. 미디어경영연구소가 표본으로 뽑은 2개의 스포츠지 매출 실적을 보면, 전년과 대비해 두 신문의 광고 매출은 27억~32억원 감소했고(감소율 26.9%), 판매 매출도 두 신문 모두 6억원 이상 줄었다(14.1%). 미디어경영연구소는 “1개사당 연초부터 매출액이 매달 평균 12억원 정도 감소해 비수기인 7~8월을 지나고 나면 하반기에는 더욱 적자폭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스포츠지들의 경영난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 공짜신문(무가지)이 결정적인 뇌관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포츠지는 판매 경로 중에서 가판에 의존하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데(2002년 미디어경영연구소의 ‘중앙지 판매 경로별 분석’에 따르면 스포츠지는 가판 비율이 40% 정도다), 무료신문의 시장 진입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조간지의 평균 가판 비율이 3.8%임을 감안할 때 공짜신문의 직접적 피해자는 스포츠지일 수밖에 없다. 스포츠지는 종합지의 보조매체로 광고주도 배달판보다는 가판의 광고 효과를 보고 광고를 집행한다. 스포츠지의 한 간부는 “가판이 무가지의 영향으로 무너진 상황에서 광고주의 시선을 스포츠지에 붙잡아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2002년 5월31일 가 첫선을 보인 이래 공짜신문 시장은 위협적으로 성장해왔다. 서울 시내 지하철 인구 800만명 중 아침 출근시간대 승객은 300만명으로 집계된다. 이들 300만명에 초점을 맞춘 무가지는 를 비롯해 등으로서 이들 6개 공짜신문이 서울에서 발행하는 1일 총발행부수는 200만부 정도로 집계된다. 순수 발행부수에 회독률(여러 사람이 돌려 읽는 비율)까지 감안하면 실제로 출근길 지하철 이용 시민이라면 거의 모두 무가지를 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무가지의 성장이 처음부터 비단길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현재 서울 시내에서 47여만부를 배포하는 는 창간 1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짜신문’이라는 개념이 생소한 상황에서 유료신문이 쥐고 있는 광고시장을 뚫고 들어가기가 힘겨웠기 때문이다. 홍원기 상임고문은 “외국에서도 가 자리잡는 데 대부분 1년 이상이 걸렸기 때문에 우리도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고 말한다. 그는 또 “가 처음 창간됐을 때 지하철 입구에서 배포하자 많은 사람들이 전단지인 줄 알고 선뜻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게다가 가 국내에서 창간될 때는 월드컵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 광고 매출이 2억원을 넘을 만큼 최대 호황을 맞았던 스포츠지는 공짜신문에 전혀 경계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1년여 뒤 새롬기술이 대주주로 참여하는 가 두 번째로 문을 연 뒤엔 이미 시장이 바뀌고 있었다. 홍 고문은 “처음엔 공짜신문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대기업 광고주들이 점차 광고를 의뢰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대기업 광고량이 절대량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무가지 시장도 출혈 경쟁 불가피

여기에 지난 6월 말 창간된 은 만화 위주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내세우며 승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서울·수도권에 하루 50만부를 배포하는 은 올 11~12월께 월별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흑자로 전환된 무가지가 와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의 진도가 계획대로만 나갈 경우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시장에 안착하는 셈이다.
의 이민호 편집국장은 “아침이 지나면 생명이 없어지는 타 신문에 비해 만화가 60%를 차지하는 우리 신문은 저녁에 읽어도 아무런 장벽이 없는 전천후 매체로서 콘텐츠 비교에 있어 태생적인 우위를 지니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면을 통해 인쇄되는 1차적 만화산업뿐 아니라 만화 콘텐츠를 단행본,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드라마, 인터넷, 모바일로 확장하는 사업화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이 국장은 “스포츠지가 연예·스포츠 정보를 저렴한 가격에 인터넷 포털에 팔아넘긴 우를 다시 범하지 않겠다. 적정한 가격에 저작권 개념과 지적재산권의 개념으로 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제는 무가지 시장 또한 난립·과다경쟁으로 출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홍원기 상임고문은 “현재 광고시장의 여력으로 볼 때 발행부수와 광고수익을 적절하게 맞추려면 무가지가 2~3종류 경쟁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평가한다. 그 이상 넘어가면 불필요한 경쟁으로 제살 파먹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치 스포츠지가 호황을 누리던 시절 특색 없는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승부하면서 시장에 안주했던 것처럼 무가지 또한 비슷한 과정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는 7월 말 기독교방송(CBS)의 와 독점 계약을 맺었다. 이제 무가지들도 ‘공짜’라는 것으론 더 이상 호소할 수 없는, 저마다 차별적인 콘텐츠를 담아야 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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