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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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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나, 돌아왔고나…

등록 2003-02-26 15:00 수정 2020-05-02 19:23

“이젠 영 잊힌 줄 알았는데….”

단맛에 굶주린 어린이들의 입맛을 다시게 한 추억의 먹을거리 ‘달고나’가 돌아왔다. 지난해 말부터 인터넷 등에서 팔리고 있는 ‘달고나’는 현재 3만5천 세트(‘달고나’를 만들수 있는 연료·국자 포함)가량 판매됐다. ‘달고나’의 부활을 맞아 누구보다 감회가 깊은 이는 배진수(61) 사장이다. 그는 1960년대 초반 처음으로 완제품으로 ‘달고나’를 출시했으며, 현재로선 유일하게 생산기술을 간직하고 있다. 이른바 ‘달고나’의 ‘장인’인 셈이다. “포도당 덩어리인 ‘달고나’는 열을 가하면 단맛이 더 강해져요. 그래서 이름이 ‘설탕보다 달구나’에서 따와 ‘달고나’로 붙였죠.”

흔히들 ‘뽑기’와 ‘달고나’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뽑기’의 주재료가 설탕인 데 비해 ‘달고나’는 포도당 덩어리를 뜨거운 국자에 넣고 소다와 함께 부풀려 만들었다. 덕분에 맛이 더 부드럽고 달아 ‘뽑기’보다 값도 두배가량 비쌌다.

“처음엔 부산에서 가내공업으로 시작한 것이 점점 번창해 전국으로 퍼져나가더니 70년대엔 없어서 못 팔 정도였죠. 하지만 80년대 들어 제과기술이 개발되면서 소비자 입맛도 변함에 따라 ‘달고나’는 사양길로 접어들었어요.” 주로 행상들이 동네를 돌며 팔던 ‘달고나’는 88올림픽 때 노점상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면서 맥이 끊겼다.

하지만 국자를 휘휘 저어가며 ‘달고나’를 맛본 코흘리개 아이들은 세월이 흘러도 그 ‘불량스러운’ 맛을 잊지 못했다. 지난해 소비자리뷰사이트인 엔토크(www.entalk.co.kr)에서 ‘추억의 먹을거리’에 대한 감상을 써달라는 이벤트를 열자, 많은 이들이 ‘달고나’를 그리워하는 글을 올렸다. 엔토크쪽에선 ‘달고나’ 기술자를 찾아 8개월가량 헤맨 끝에 배 사장을 찾아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달고나’ 같은 것이 장사가 되겠느냐’며 반신반의하던 배 사장을 설득해 설비투자 비용을 지원하고 공장을 재가동했다. 제품을 내놓은 지 2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기대보다 반응이 너무 좋아 놀랍다”는 배 사장은 ‘달고나’를 잊지 않은 이들에게 옛날 맛 그대로를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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