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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두 망신살, 누가 말리랴

등록 2003-01-15 15:00 수정 2020-05-02 19:23

특혜분양 계약금 국정원 떡값으로 결제… 분양 과정 전반에 걸친 재수사 불가피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 출신으로 동교동계의 핵심 실세인 김옥두 의원(민주)이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김 의원이 경기 분당 파크뷰 주상복합아파트 3채를 사전분양받고 시행사인 H1개발에 지급한 계약금 중 10만원짜리 수표 15장의 출처가 국가정보원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받고 있는 국가정보원과 동교동계가 뜻하지 않게 한꺼번에 얼굴을 내민 셈이다.

국정원·동교동계 다시 도마에 올라

김 의원은 “(국정원을 관할하는)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으로서 지난해 2월인가 설날을 전후해 국정원으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200만원을 받았다. 이 돈의 일부를 파크뷰 분양 신청 때 아내가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정원쪽은 “현 정부 들어 떡값을 돌린 적이 전혀 없다”고 부인해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 수표는 지난해 2월 국정원이 10만원권 국고수표로 인출한 7억원 중의 일부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을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수사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으면서도 확대수사를 하지 않았다.

분당 파크뷰 아파트는 한마디로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한 복마전이었다. ‘안 되는 사업을 되게 하는’ 과정에서 전방위 로비가 벌어졌으며, 구속된 사람만도 임창렬 전 경기지사의 부인 주혜란씨를 비롯해, 성남시 의원, 건설교통부 국장, 분당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시사평론가 등 수십명이었다. 김병량 성남시장은 아직도 행방을 숨기고 있는 상태다. 분양물량을 사전에 빼돌려 특혜분양을 받은 사람만도 민주당 김옥두·박주선 의원을 비롯해 공무원 19명, 정부투자기관 2명, 언론인 6명 등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아파트가 지어진 땅의 원래 용도는 상업용지였는데, 문제의 H1개발이 사들인 뒤에 주거용지로 용도가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숱한 특혜의혹이 제기됐는데도 검찰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돼 복역중이던 김은성 국정원 차장이 지난해 탄원서를 통해 특혜분양 사실을 거론하면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한 것이다.

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홍원표 H1개발 회장은 김옥두 의원과의 막역한 관계를 자랑삼아 떠들고 다녔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시민단체와 언론의 집중 감시대상이 됐었다. 김 의원은 이렇게 세간의 눈과 귀가 집중된 상태에서 특혜분양을 3채씩이나 받고, 또 계약금을 국정원 수표로 치렀다. 대담하다기보다 뻔뻔한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보다 더 뻔뻔할 수는 없다

김 의원은 애초 부인 윤영자씨가 78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하다, 하루 만에 아들과 사돈 명의로 추가로 두채나 더 분양받은 사실이 폭로돼 창피를 당했다. 김 의원은 또 보험모집인이었던 김 의원의 부인이 현 정부 출범 뒤인 지난 98년 이후 고위 공직자들로부터 수십억원대의 보험계약을 유치해 ‘정치보험성 보험’ 의혹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분당파크뷰 사건을 수사하고 철퇴를 내린 검찰도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이 김병량 성남시장에게 내사내용을 알려주고 조언까지 해준 사실이 발각되는 등 일부 그 꼬리가 밟혔다는 점이다. 결국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용도변경 과정의 배후와 정치권의 연루의혹 등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밝혀낸 것이 거의 없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 부패문화의 척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해서라도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할 사안이다.

이재성 기자 firi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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