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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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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귀한 자식, 공짜는 그만!

등록 2002-10-18 00:00 수정 2020-05-03 04:23

427호 표지이야기 ‘사병월급’ 전문가 좌담… 국방비와 모병제까지 군대개혁을 이야기하다

어느 날 ‘스리 스타’의 아들이 군에 갔다. 휴가를 나온 아들은 무슨 고민이 있는지 내내 우거지상이었다. 휴가 마지막날 아들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 아버지, 고참이 돌아올 때 전투화 세 켤레 마련해 오라고 하는데요….” 스리 스타는 처음에는 당황했고 나중에는 참담했다. 병사들의 처지가 이 정도구나. 30년간 군에 있으면서도 내가 너무 몰랐구나. 이 얘기는 실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아는 사실을 국방 정책결정권자들은 잘 모른다. 혹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징집된 이들은 군에 가지 않는 이들에 비해 많은 대가를 치른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맘고생으로 돈으로 ‘자식 군대 보낸 죄’를 함께 짊어진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427호 표지기사 “최저임금 1만6500원, 대한민국 사병은 거지인가”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은 사병 월급 현실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각계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 국방부는 애초 참석 가능성을 밝혔으나 좌담을 며칠 앞두고 불참을 통보해왔다. “국방부로서도 고민은 많지만 이 문제는 정치적인 사안인 만큼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게 불참 이유였다.

좌담은 10월10일 회의실에서 열렸다. 정창인 재향군인회 안보연구소 연구원, 배성관 모병제추진국민연대 대표, 이석태 변호사, 박기백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배 대표는 2000년 전역한 예비역 대령이고, 좌담 진행을 도운 권혁철 기자를 포함해 참석자 모두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하루 일당, 수형자보다 못해서 되겠나

권혁철(이하 권) 지난해 국방부 출입기자를 할 때 영관급이나 장성들을 주로 만났는데 이분들이 병사들의 심정과 처지는 잘 모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직업 군인들과 병사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강이 흐르는 것 같다. 오늘 좌담에서는 병사들의 처우와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병력수급체계, 군대 개혁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얘기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석태(이하 이) 내가 제대한 게 78년 1월이다. 당시 봉급이 1천원 정도였는데 기사를 보니 새삼스러웠다. 의무 복무병들은 대체로 군대생활은 굉장히 괴롭고 고통스럽고 빨리 거쳐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런 정신적인 상황이니 물질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고려할 틈이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물질적인 요구가 충족돼야 한다. 현재 범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실현과 대체복무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가 구성돼 있다. 연대회의의 공동집행위원장의 한명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활동을 하면서 현재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는 병사들의 처지와 형편을 외면할 수 없었다.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을 지키기 위해 희망자가 모이면 터무니없이 낮은 월급에 대해 헌법소원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배성관(이하 배) 아마 내가 가장 최근까지 군대 안에 있었던 사람일 것이다. 나는 사실 병사들의 처우 문제, 인권 문제는 오늘 좌담의 부수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활동하는 단체도 그렇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이슈는 모병제다. 징병제 아래서 제기되는 문제가 모병제로 바뀔 경우 일거에 해소된다.

정창인(이하 정) 모병제는 제도적인 문제고 병사 처우 문제는 당장 피부로 느끼는 급박한 문제다. 나도 자식이 군에 가 있지만 왜 우리 자식들이 죄 지은 거 없이 부당한 처우, 공짜 노동력으로 막 다뤄지는 인격적 모욕을 당해야 하는가. 사병 처우 문제는 국가가 사병을 보는 시각이 어떠한지 그대로 증명한다. 처우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모병제 논의는 다음에 다룰 수 있을 것 같다.

박기백(이하 박) 모병제로 표현할 수 있지만 병력수급 체계와 사병들의 처우 문제는 같이 논의할 문제다.

월급은 가장 구체적이면서도 가장 상징적인 문제다. 월급에 대해 그동안 생각을 안 했던 것은 군대에 가면 모든 걸 잃어버리는 게 당연했기 때문이다. 병사들의 하루 일당이 수형자보다 못한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논란이 될 사안이다. 또 군에서 연평균 577명이 목숨을 잃는다. 어느 교도소에서도 수감자들이 그렇게 죽는 곳은 없다. 정신적·물질적으로 치르는 대가를 보면 군대는 교도소보다 못하다는 생각도 든다.

현 대체복무제 잘못돼 있다

경제논리로 형평성 문제를 따지려면 병사 월급 올리는 데 필요한 재원은 군대에 가지 않는 사람이 지원해야 한다.

국방비는 국민 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을 대신해서 군에 복무하는 병사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는 건 당연하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는 2.8%다. 박정희 시대 자주국방을 내걸고 확장할 때는 6%에 이르렀던 것이 줄어든 셈이다. 병사들에게 시장임금은 못 주더라도 국방비를 늘려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은 보장해줘야 한다. 단 한 가지 조건을 내세우자면 군 장비, 전투력 증강에 쓸 돈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현재 예산 책정이 합리적으로 돼 있다고 전제한다면 국방예산을 늘이는 것은 다른 쪽의 희생을 요구한다. 교육이든 농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세금을 더 걷는 것은 어렵다. 남북긴장이 완화되는 추세다. 사병 급여를 현실화하고, 첨단장비 중심으로 군을 바꾸려면 인원을 대폭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 주장은 검증이 필요하다. 북한의 위협이 줄어들었는지도 의문이다. 또 모병제로 가면 인력도 줄고, 처우도 나아지리라 얘기하지만 모병제로 가서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병력을 기술집약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도 국방비는 더 늘 수 있다.

병사들 처우를 부잣집 아들이나 민간인에 비교하면 안 된다. 근본적으로 징병제라는 틀 안에서는 당연히 권리가 유보된다. 징병제라는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변화는 불가능하다. 급여를 설사 10만원 더 올려준다고 해도 심리적인 박탈감은 해결되지 않는다.

징병제를 실시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굉장히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사병 급여는 분명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 가령 2배 정도만 올려도 영향이 크다고 본다. 돈 몇푼 더 받아서가 아니다. 병사들 문제에 대해서 정말 국가가 관심을 갖고 현실적으로 개선해나간다는 의미도 있고 장기적으로 모병제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급여는 전체 사병 인권의 포인트이다.

또래 대학생들이 쓰는 용돈과 비교했을 때, 30만원 정도면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30만원씩 60만명이면 연평균 2조2천억원이다. 정부 전체 예산이 115조원인데, 이 정도의 돈이면 우리나라 경제규모로는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헌법 39조 2항에는 병역의무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못하도록 정해져 있다. 이와 관련해 현행법은 사법시험 합격하고 군법무관으로 제대했을 때 군복무를 한 지역에서 향후 2, 3년 개업을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정실 문제를 배제하자는 뜻이다. 그런데 한 군법무관 출신자가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청구를 했다. 자기는 곧바로 특정 도시에서 개업해 돈을 벌고자 하는데 병역의무를 졌다는 이유로 그걸 못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불이익이고 따라서 위헌이라는 주장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공익근무요원이나 산업기능요원, 연구요원 등 대체복무제도 자체가 잘못돼 있다. 그래서 모병제추진국민연대에서는 현행 병역특례제도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려고 한다.

사병 처우를 개선하는 게 모병제로 가는 다리다. 당장 완전한 형태로 보상해주기 어렵다면 적절한 기준을 정하면서 그에 맞는 필요인력과 복무기간을 유지해나가야 한다.

병사들의 처우를 어느 수준으로 개선하고 어디서 예산을 조달하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병력수급의 틀을 짤지 정책을 수립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 실무 책임은 국방부에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지금 이 문제를 논의해봤자 득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왜 꼭 2년2개월이어야 하나

현행 병무 행정은 매년 꼭 필요한 20만명은 추려낸 다음 나머지는 어떻게 써도 좋다는 식이다. 그래서 대체복무도 생기고 별의별 제도가 다 생긴 것이다. 국가가 업무를 주관할 때 형평성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국방부는 이런 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 병력 자원 조달이나 인력 배치·양성에 대해서 더 깊은 철학과 합리적 사고가 필요하다.

내 소송의뢰인 얘기를 하나 하겠다. 이 사람은 96년 공익근무요원으로 편성됐는데 바로 소집이 안 되고 4년 이상 대기상태에 놓였다. 장기 대기자의 경우 그야말로 국방정책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소집공고가 나고 편성이 되면 언제든 군대에 갈 상황이니까 자기 생업을 중단하게 된다. 내 의뢰인은 결혼도 미룬 상태였다.

기본적으로 병력 수급·관리 체계가 방향성이 없는 탓이다. 기존의 노동력·자본력이 비교해보면 현재의 국방은 생산성이 많이 떨어진다. 그러면 어떤 수단으로 극복할 것인가, 시대가 바뀌었으니 장비 위주로 인력을 줄여가겠다는 식의 마인드가 생겨야 그 다음에 맞춰갈 수 있다. 국방부를 비롯해 정책결정권자들이 그 생각을 안 하는 상황에서 행정적 다툼은 끊이지 않을 것 같다.

나는 국방부, 합참 등에서 주로 정책부서 일을 했다. 그 사람들도 놀면서 봉급받는 것은 아니다. 최대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징병제라는 대원칙 아래서는 어떤 노력이든 고육지책일 뿐이다.

정 박사께 질문 하나 하겠다. 징병제 아래에서 합리적으로 사병의 인권을 향상시키려면 인력과 복무일수를 줄이고 월급을 올리는 것을 우선 떠올리게 된다. 그게 어느 정도까지 가능하다고 보는가.

국방부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편견은 병사들의 복무기간을 2년2개월로 못박아놓는 것이다. 거기서 상당한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훌륭한 병사는 자기 판단을 하지 않고 지휘관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사람이다. 이것이 바로 전투능력이다. 이 능력을 위해서는 26개월이 필요하지 않다. 일부 숙련도나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는 복무기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 그 분야는 지금이라도 당장 모병제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분야는 예외나 편법 없이 모두 징집해 1년이든 1년6개월이든 복무를 끝내는 것이다. 그래야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시간을 줄이고 국민 저항도 줄고 공평하게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보병사단의 기득권

자료를 보니 월남전 때도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사병들은 1년 미만 복무한 이들이라고 한다.

군에서 원하는 최저복무 기간에 대해서 군당국과 일반 국민의 의식은 충돌한다. 국방부의 논리는 군대조직이 아주 간단해 보여도 노하우가 축적돼야 한다, 그래야 군대가 유지된다, 전투력이란 다른 게 아니고 죽기살기로 하는 거다, 겨우 쓸 만하게 훈련시켜 놓으니까 나간다 등이다. 이게 국방부가 고집하는 논리다.

그런 발상은 장교들의 편견이자 게으름이다. 그런 식이면 중간에 부사관이 왜 필요한가. 전투력을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 복무해야 하는지 객관적인 자료를 모아야 한다. 가령 탱크병과 소총병은 숙련도가 다르다. 전문성이 필요한 특정 병과에서는 모병을 하고 이등병부터 달지 않고 충분히 돈을 주면서 인력을 키우고, 소총병은 징집을 한 다음 복무기간을 12개월이나 16개월 정도 하자는 결정을 왜 못하겠는가.

독일이 9개월인데, 최근에 징집제 자체를 없앤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모병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된 것이다.

내가 모병제를 주장하는 이유는 선진국형 전략을 세우자는 취지에서다. 오늘날의 전쟁은 첨단 과학전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징병제는 ‘돌격 앞으로!’ 위주다. 우리나라는 국방정책의 주도권을 육군, 그 중에서도 보병사단이 쥐고 있다. 장군들 자리도 보전해야 하니 그 기득권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전쟁에서 보병이 앞장서는가. 공군 항공력으로 다 때리면 나중에 보병이 들어가지 않는가. 총알받이로 보병을 내세울 때는 아니다. 남의 자식 생명처럼 중요한 게 어디 있는가.

배 대표가 생각하는 모병제는 어떤 것인가.

단계적 모병제는 개념은 좋다. 하지만 어느 자리를 모병하고 어느 자리는 징병할지 시행계획을 만들 수 있다고 보는가. 병과별·부대별 의견이 다 달라 엄청나게 힘들다. 먼저 모병제로 간다는 결정을 내린 다음에 3년이든 5년이든 시행기한을 둬야 한다.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내세워서 당선되면 임기 내 하는 방법도 있다. 그렇지 않고 단계적으로 모병제를 한다는 것은 개념은 좋지만 정치논리에 따라 몇십년 몇백년 시간만 흘러가게 할 게 뻔하다. .

정 박사나 배 대표나 근원적으로는 큰 의견 차이가 없는 듯하다. 사회적 합의 기간이 필요하고 체계를 바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나는 정책의 결정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징집에 따른 보상을 해주는 인권존중의 철학과 전투력을 높이는 전쟁철학이 만나는 지점이 모병제다. 모병제로 가는 주된 이유는 인권침해를 줄이고 형평성을 달성하는 것이다. 나는 모병제라고 해서 꼭 병력이 줄고 전투력이 늘어난다고 보지는 않는다.

모병제를 하는 미국의 경우에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의 사람들만 군대를 지원한다는 논란이 있다. 이런 군대가 외국에 나가서 주둔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는 모병제 자체에도 의문점이 든다. 또 평화주의자들은 군대가 살상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모병제로 바꾼다고 해도 그 문제점이 사라질까 하는 문제제기를 한다.

국방비를 보는 두 가지 잣대

모든 사람이 갑자기 평화주의자가 될 수 없듯이 개인의 능력과 기회비용도 일거에 바꿀 수 없다. 모병제를 하면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이 분업을 하는 모양이 될 것이다.

문제는 경제적 비용과 효과다. 현재보다 국방비를 4조,5조원 더 쓰겠다고 해도 얼마나 합리적으로 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금처럼 방대한 인력을 유지하는 상황에서는 효과가 없다. 인건비는 임금 곱하기 사람 숫자이다. 지금 당장 임금을 많이 준다면 국방예산이 늘지 않는 이상 장비 부분이 손해를 봐야 한다. 60만이란 규모를 그대로 놔두면서 기술집약형 장비 현대화를 할 수는 없다.

국방비 얘기만 나오면 안타깝다. 써야 할 국방비는 써야 한다.

그 점에는 동의한다. 세계 국방비 평균은 GDP 대비 3.8%인데 그 정도는 돼야 장비 현대화시키면서 복지도 늘릴 수 있다.

지금도 국방비가 너무 많다는 논란이 있는데 다른 합리적인 방안을 최대한 찾지 않고 증액을 한다는 것은 안일한 발상이다.

국방부는 GDP 대비 국방예산 비율과 국방예산 총액이란 2가지 잣대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보다 절대액수가 높은 나라에 대해서는 GDP 비율이 아닌 절대액수를 강조하고, 비율이 높은 나라에 대해서는 액수가 아닌 비율을 강조하고 있다. 가령 총액으로 치면 일본의 국방비가 우리보다 많다고 강조하지만 GDP 대비 일본 국방예산은 1%가 안 된다. 우리는 2.8% 정도다. 또 이스라엘·대만·파키스탄처럼 안보위협이 높은 나라의 평균 국방비가 GDP 대비 8.7%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이스라엘(90억달러), 대만(82억달러), 파키스탄(26억달러)의 국방비 총액은 우리 국방비(118억달러)보다 적다.

우리나라는 대신 어느 나라보다 복무기간이 길다. 인력을 줄이고 복무기간을 단축해야 복지가 개선된다. 추가로 필요한 재원조달을 어디서 하느냐가 문제다. 앞서 말했지만 병역 의무를 지지 않는 사람들이 내야 한다. 군에 안 가는 사람 가운데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 병역세를 내게 할 수도 있다. 일부 나라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 또 대체복무자를 싼값에 쓰는 산업체나 지자체 등에도 책임이 있다. 그쪽에서 돈을 가져오는 게 합리적이다.

군대 간 사람만 당하는 구조

군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 불이익은 최소한으로 그쳐야 한다. 전반적으로 사병들의 복무실태를 점검할 때가 됐다. 사병들이 받는 봉급은 군대가 개인을 어떻게 대접하는지 극명하게 증명한다. 어느 수준으로 월급을 올릴지 사회적 합의를 해야겠지만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급여는 줘야 한다. 인권보호의 기초이다. 이를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병역 의무 부과는 중대한 개인 자유의 침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성하고 뿌듯하게 느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지금 구조는 군대 간 사람만 당하는 구조다. 문제는 철학이다. 남의 집 귀한 자식들을 공짜로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생각을 군 지휘부가, 국가 지도층이 하고 있는 한 문제가 해결 안 된다.

사회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정리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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