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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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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세월이 그랬듯 “앞으로도 그 자리에서, 그 일을”

등록 2024-04-05 12:54 수정 2024-04-12 06:24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참여연대 제공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참여연대 제공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29년째 ‘직업 활동가’다. 그는 참여연대 운영위원장과 4.16연대 상임집행위원장,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과 시민평화포럼 운영위원장도 아울러 맡고 있다. 그만큼 바삐 산다. 2024년 4월2일 오전 인터뷰를 위해 전화했을 때 그는 서울 종로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4·2 공동성명’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었다. ‘4·2 공동성명’은 35년 전인 1989년 방북한 늦봄 문익환 목사가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고문 자격으로 북쪽 허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합의한 9개항에 이르는 남북 평화·공존 원칙이다.

―<한겨레21>이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참여연대도 오는 9월이면 창립 30주년인데.
“창립 이듬해 12번째 활동가로 참여연대에 들어왔다. 첫 보직이 조직부장이었는데, 회원이 200여 명뿐이라 할 일이 많지 않았다. 지금은 회원이 1만5천여 명까지 늘었다. 특히 보수정부가 집권하면 권력감시 역할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 때문인지 신규 회원이 많아진다.”

―윤석열 정부 들어선 어떤가.
“노코멘트 하겠다.(웃음)”

―‘작은 권리 찾기 운동’(1997년)을 비롯해 <한겨레21>과 참여연대가 공동 캠페인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함께 성장한 것 같다. 각자 독자·회원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시민의 힘으로 권력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둘 다 ‘우주 최강’이다.(웃음)”

―총선이 다가오니 시민사회의 낙천·낙선 운동으로 전국에서 ‘바꿔’ 열풍이 불었던 2000년 4월 총선이 떠오른다.
“2000년 선거가 독특했던 건 정책과 공약 중심이던 이전 유권자운동과 달리 독재 부역과 부패 등 유권자가 가장 분노할 만한 경력이 있는 정치인을 심판하는 쪽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유권자의 뭉친 힘을 드러내기 위한 특별한 기획이었고 실제 큰 변화를 불러오며 하나의 ‘현상’이 됐다. ‘조직된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고 했다. 이후 시민단체도 성장했지만,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유권자의 힘도 커졌다. 촛불혁명 이후 정당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시민이 늘면서 번진 권리당원 운동 같은 게 대표적이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도 2023년 창립 20주년을 넘겼는데, 최근 한반도 상황을 어찌 보나.
“남북관계가 2000년 6·15 공동선언 이전으로 돌아간 듯싶다. 서로 주적이라고, 절멸시키겠다고 겁박하는 상황까지 왔다. 말할 수 없이 안타깝다. 20년 넘게 활동했는데, 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 반성도 되고 답답하기도 하다. 권력 감시와 반부패운동에 이어 평화군축센터를 만든 것은 남쪽뿐 아니라 북쪽에도 있는 안보권력·분단권력 때문이다. 이를 시민이 개입하고 통제해야 한다. 그러니 평화운동은 한반도 차원의 권력감시 운동인 셈이다.”

―세월호 참사 10주기가 다가온다. 사회적 참사 피해자 연대활동을 꾸준히 해왔는데.
“안보권력·분단권력은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시민의 안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세월호 참사 때도, 이태원 참사 때도 마찬가지다. 권력을 시민 위에 군림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나라에선 시민의 목숨이 희생된다. 세월호 진상규명 노력 속에 유가족과 시민은 ‘국가는 마땅히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고 우리 모두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상처받은 피해자가 국가의 역할을 바꾸기 위해 최일선에 나선 ‘치유자’가 된 셈이다.”

―서른 살 <한겨레21>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모두가 말하는 시대다. 모두 똑똑해졌지만 모두가 불안한 시대이기도 하다. 말의 영향력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으면 인기가 없는 세상이다. <한겨레21>도 참여연대도 지금은 인기가 없더라도 자기 목소리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힘을 발휘했으면 한다. 앞장서기보다 행동하는 시민 곁에서 필요할 때 갖다 쓸 수 있는 도구가 되는 게 중요하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그 자리에서 그 일을 했으면 좋겠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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