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이선균 인권침해 사건, 검찰이 수사하라”

등록 2024-03-23 04:59 수정 2024-03-23 14:04
배우 이선균씨가 2023년 12월23일 세번째 경찰 조사를 받으려고 인천경찰청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배우 이선균씨가 2023년 12월23일 세번째 경찰 조사를 받으려고 인천경찰청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2023년 마약 관련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우 이선균씨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헌법과 관련 법률, 경찰의 내부 규칙을 위반한 수사를 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청법에 따라 경찰공무원의 범죄는 검사가 수사하게 돼 있다.

2024년 3월19일 변협 인권위원회는 변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 이선균 배우 사망 관련 사법 인권침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변협의 발표를 보면, 경찰은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두 가지 위법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경찰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이하 수사준칙) 5조를 위반했다. 이에 따르면 경찰은 기소 전에 형사사건 내용을 공개해선 안 되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와 관계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명예나 신용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 관한 언론매체들의 기사를 보면, 수사 상황이 ‘경찰 관계자’를 출처로 보도됐다. 따라서 수사를 보고받는 상부의 경찰관이나 수사팀 주변 경찰관들을 통해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변협은 밝혔다.

둘째로 변협은 이선균씨의 경찰 출석이 기자들에게 전면 공개된 점도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수사준칙 19조에 따라 경찰관은 피의자의 출석 방법과 일시, 장소 등을 정할 때 피의자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최소한의 배려도 없이 이선균씨의 출석 시간, 장소가 모두 노출됐다. 또 수사준칙 21조에 따라 심야 조사는 금지됐고, 조사의 전체 시간도 12시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이씨는 반복적인 출석 정보 유출과 언론 노출에 대한 부담으로 이를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변협은 밝혔다. 경찰관들이 이씨를 비공개 조사했다면 충분히 회피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변협은 “이 사건은 헌법에 규정된 기본적 인권과 형법, 형사소송법이 보호하는 피의자의 절차적 권리가 보호되지 못해 결국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또 언론 역시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최소한의 보도 윤리를 준수하지 않았고, 개인을 유희거리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변협은 “검찰청법 4조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이고, 정보 유출에 경찰의 상부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경찰 수사보다는 검사가 수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동시에 경찰관 중 위법행위자와 지휘감독자에 대해 관련 법률과 규칙 위반에 따른 징계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3월21일 오전 인천경찰청 소속 간부급 경찰관을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이선균씨 사건의 수사 상황이 담긴 내부 보고서를 외부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간부는 인천청 마약범죄수사계와는 관련 없는 부서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당시 이 간부가 근무했던 인천경찰청 사무실과 그 뒤 옮긴 또다른 부서 사무실 등 2곳을 압수수색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