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숨진 희생자 유가족에게 검찰이 ‘마약 검사’를 권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오지연(24)씨 유가족에 따르면, 참사 다음날인 10월30일 광주의 한 장례식장에 검사와 경찰들이 찾아와 “부검을 하겠느냐”고 물어보면서 ‘마약 때문에 혹시나 아이들이 쓰러진 게 아니냐’면서 마약 검사를 권유했다고 한다. 유가족의 반대로, 실제 부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지연씨 아버지는 “우리 애가 그럴 애도 아니고 애를 두 번 죽이는 것도 아니고, 정확한 근거는 없으면서도 한 번 마약 검사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식이었다”며 “(유가족들이 모여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다른 유가족이 ‘우리 말고도 검사나 형사에게 마약 검사를 요청 받은 가족 있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지연씨 이외에도 ‘마약 검사’를 권유 받은 희생자 유가족이 더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광주지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10월30일 검시를 나갔던 검사가 장례식장 영안실에서 유족을 만나 주검을 인도할 것인지 부검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 ‘고인이 혹시 마약 범죄의 피해자일 가능성이 있으니 진실 규명하는 차원에서 부검을 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부검을 요청하거나 권유하는 차원이 아니었다”며 “일부 지검에서 이런 얘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검 차원의 지시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저녁 문화방송(MBC) <스트레이트>는 ‘마약 검사’를 권유 받은 희생자 유가족들의 인터뷰를 전했다. 경기도에 사는 유족 ㄱ씨는 <스트레이트>에 “(찾아온 검사에게) 내가 ‘부검을 왜 해야 되냐’ 물었더니, ‘마약 관련해서 혹시나 하는 그런 게 있을 수도 있으니까’라고 말해서 내가 ‘누가 봐도 멍이 이렇게 들었는데, 무슨 부검을 하겠냐. 압사 아니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른 유가족 ㄴ씨도 “(경찰이) 마약이나 그런 범죄에 연관될 수 있는데, 분명히 ‘부검하겠냐’라고 물어봤다”라고 말했다.
류석우 기자, 김용희, 박수지 <한겨레>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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