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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농사지으려고 사나, 땅 차지하려고 사지”

최근 3년10개월 경기도 농지 매수인 거주지 전수분석…
평택 현덕면 외지인 매수 90% 이상 5개 마을 현장취재

제1361호
등록 : 2021-05-02 02:51 수정 : 2021-05-03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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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시 안중읍 송담리의 안중역 공사 현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토지 투기에 비판 여론이 거셌다. LH 직원은 공공기관 소속으로 토지 개발·보상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인과 다르다. 법적 처벌과 도덕적 비판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의문이 남는다. LH 직원만 처벌하면 공정성이 회복될까. 고위 공직자 청문회 때마다 ‘농지법 위반’은 단골손님이다. 헌법과 법률에 농지는 농사짓는 사람만 소유할 수 있다고 적혀 있지만, 현실은 아득히 멀다. 이미 농민보다 도시민이 더 많은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LH 사태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농촌 고령화와 맞물려 농지는 본래 목적을 잃고 차츰 ‘순수한 부동산’으로 변하고 있다. 도시민 지주에 현지 주민 소작농. 농촌은 이미 1950년 농지개혁 이전으로 돌아갔다. 최근 3년10개월치 경기도 등기 데이터와 한 마을의 사례로 농지의 부동산 투기화 현주소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1편 '경기도 농지, 셋에 둘은 외지인이 샀다'에서 이어집니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299.html

경기도 외곽지역이 외지인 매수 비율 높아
다시 경기도 등기 데이터로 돌아와보자. 외지인의 농지 매수세는 황산리만의 이야기도, 평택시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외지인 농지 매수 비율이 높은 곳을 보면 경기도 오산시(70%), 화성시(69.2%), 연천군(68.3%), 안성시(67.7%), 가평군(65.3%), 여주시(63.3%), 양평군(62.3%), 양주시(61.9%), 파주시(61.5%), 포천시(61.3%) 순으로 모두 60%가 넘는다. 농지가 많고 농업인 비율이 높은 경기도 외곽 지역에서 외지인 매수 비율이 높다. 지역 면적이 넓어 타 지역 사람이 오가며 농사짓기도 쉽지 않다. 서울과 가까운 지역으로는 3기 신도시 부지로 선정된 시흥시(76.7%)와 광명시(66.71%)가 경기도 평균 이상으로 외지인 매수가 많았다.

이와 동 단위에서 외지인 매수 비율이 90% 이상인 마을은 평택시(25곳), 화성시(10곳), 연천군(9곳), 파주시(8곳), 시흥시(3곳), 오산시·용인시(각 2곳), 안성시·양주시·양평군·하남시(각 1곳) 등 경기도에서 총 63곳이었다(매매 10건 이상인 경우만 집계). 지역별로 사정이 다르겠지만, 황산리처럼 개발 호재와 맞물려 외지인이 장악한 농촌마을이 경기도 곳곳에 있을 것이다. 전국으로 확대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고답적인 소리 같지만, 원칙적으로 농지는 농민만 소유할 수 있다(경자유전 원칙). 헌법 제9장 제121조는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돼 있다. 농지법 제2장 제6조에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이런 규제는 농사가 식량안보와 국민복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지 소유제한 규정에는 워낙 예외가 많아서 비농민이 농지를 소유할 방법은 다양하다. 대표적 예외사항은 다음과 같다.

송담리에 최근 지어진 아파트. 황산리에 투자를 권유하는 일부 부동산에서는 황산리도 곧 송담리처럼 개발될 것이라고 홍보한다.

농민이 비농민 땅에서 소작하는 현실
첫째, 1996년 이전 취득한 농지다. 헌법에 경자유전 원칙이 있지만, 실제 농민만 땅을 소유하도록 제한하는 농지법은 1994년 만들어져 1996년 시행됐다. 비농민이라도 1996년 전부터 소유한 농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1995년 당시 조사를 보면 전체 농지 중 비농민 소유가 3분의 1 정도 된다.

둘째, 상속·증여다. 상속·증여받은 농지는 농사짓지 않아도 소유할 수 있다. 농민이 비농민에게 물려준 농지가 상당하다. 경기도 등기 데이터를 살펴보면, 3년10개월간 이뤄진 농지 상속·증여(유언증여 포함) 6만6686건 중 4만3597건(65.4%)은 외지인이 물려받았다.

셋째, 농업법인이다. 농업법인은 농민과 마찬가지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부동산 투기를 하는 ‘무늬만 농업법인’이 많다. 경기도 반부패조사단은 4월26일 영농 의사가 없으면서도 농사짓겠다며 허위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뒤, 경기도 농지를 사서 개인에게 팔아넘겨 부당이익 1397억원을 챙긴 농업법인 26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넷째, 주말·체험 영농이다. 농지법상 1천㎡(300평) 미만 농지는 취미 목적으로 비농민도 소유할 수 있다.

농업인의 농지 소유는 갈수록 줄고 있다. 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농림어업총조사를 보면 전국 경지면적 가운데 농업인 소유 면적은 2015년 기준 56.2%다. 20년 전인 1995년보다 10.8%포인트 줄었다. 많은 농민이 비농민의 땅에 임대료를 내고 농사짓는다. 헌법에서는 소작을 금지하는데, 아무튼 현실은 그렇다.

농지법은 질병, 징집, 취학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임대차를 허용한다. 그 외 불법적인 임대차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실제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동네 주민이 공익제보를 하지 않는 이상, 행정공무원이 단속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9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농지 임대차에 대해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1 “2017년 기준 전체 농지의 51.4%가 임대차 관계로 이용되는데, 합법적인지 불법적인지 파악도 되지 않고, 상속 등 예외적 농지 소유 허용 대상 중 유형별 어느 정도가 임대차 관계인지 등에 대한 정보 파악이 이루어지지 않아 임대차 농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구체화하기 힘든 상태임.” 한마디로 법이 지켜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다.

56.2%(농림어업총조사의 농민 소유 면적)는 공식적인 수치다. 그러나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각종 편법을 고려하면 실제 농민 소유 면적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세금 감면·공익직불금 받는 ‘가짜 농민’들
황산리 서쪽 도대리에서 이장을 했던 주민 ㄴ씨는 ‘가짜 농민’이 수두룩하다고 했다. 현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면 공식적인 ‘농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그 조건이 그리 까다롭지 않다. 농업인으로 인정받고 직접 농사지으면, 소유 농지에 대해 최대 2억원까지 양도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비농민 지주가 자신이 직접 농사짓는다고 거짓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지주가 거짓 신고를 하면 피해는 소작인이 본다. 정부가 경작자에게 지원하는 ‘공익직불금’을 지주가 대신 받아가기 때문이다. 공익직불금은 세부 종류에 따라 금액이 다른데, 한 예로 소규모 농가는 연 120만원을 받는다.

ㄴ씨는 “직불금을 뺏긴다”고 표현했다. “소작인이 직불금 받으려고 임대차 계약서를 써달라고 하면 지주가 ‘당신 농사짓지 말아’ 그러면서 다른 사람한테 준단 말이야. 소작인은 손해 보면서도 어떻게 방법이 없어. 땅 많이 빌려서 농사지어야 겨우 타산이 맞으니까 소작인도 울며 겨자 먹기로 (임대차 계약서 없이) 그냥 하는 거야. 내가 볼 때 직불금 받는 소작인은 50%도 안 돼요. 여기만 그런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다 그럴 거요.”

ㄴ씨는 임대료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지역·농지·사람마다 임대료가 제각각이긴 하지만, 도대리의 경우 보통 한 마지기(150평)당 쌀 한 가마니가 임대료다. 한 마지기에 보통 쌀 세 가마니가 나오므로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이 임대료인 셈이다. “옛날에는 농사짓고 남는 거로 논 샀어요. 지금은 농민이 땅 산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야. 1년에 2천만~3천만원 벌어서 몇억원짜리를 어떻게 사. 농민은 가지고 있는 땅도 팔지. 땅이라도 팔아야 애들 공부시키잖아. 그나마도 도시 사람이 와서 땅을 안 사면 농민은 죽어. 그러니까 (불합리한 걸) 알면서도 그냥 하는 거야.”

일제강점기 도대리 땅은 대부분 일본인과 서울·수원 사람의 소유였다.2 현지 주민은 대부분 소작농이었고 생산량의 절반을 소작료로 냈다. 해방 뒤 1950년 농지개혁이 이뤄지며 이 땅이 소작인에게 유상으로 분배됐다. 그러고 나서 70년 만에 도대리는 농지개혁 이전으로 돌아갔다. ㄴ씨는 “이제 도대리 주민이 가지고 있는 농지는 30%밖에 안 된다”고 했다. 그의 말이 맞는다면 황산리와 비슷한 수치다.

농지의 부동산 투기화를 이대로 놔둬도 될까. 사동천 홍익대 법과대 교수는 2019년 논문3에서 농지법이 “(경자유전 원칙을 선언한)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며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 교수가 논문에서 언급한 대안은 △비농업인이 농지를 상속받은 경우 2년 내 농지 처분 의무화 △농업인이 타지로 이주해 농사짓지 못하는 경우 2년 내 농지 처분 의무화 △1996년 이전 농지 취득한 비농업인 2~5년 내 농지 처분 의무화 △농지 임차료의 법정 상한선 설정(생산량의 10% 수준) 등이 있다.

다른 방향의 대안도 있다. 2019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4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현실론을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임대차특별법 도입(농지 임대차 신고제) △8년 자경시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 폐지 등을 언급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에 국회에서는 농지법 개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비농업인의 농지를 모두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윤재갑 의원)하거나 △주말 농장 등 취미·여가활동은 농지를 소유하지 않고 임대차를 통해서만 가능(김정호 의원)하게 하는 등 각종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참여연대는 △전국 농지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와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예외제도를 대폭 정리하는 등의 근본적인 개혁을 주장했다.

황산1리는 남북으로 길게 생겼다. 안중역과 가까운 북쪽에 외지인 땅이 많고 기획부동산도 주로 이곳에서 활동했다. 평택농장은 소유자가 대를 이어 서울 강남구에 살고 있다. 평택농장 땅도 사실상 외지인 땅으로 볼 수 있다. 황산1리에서 외지인 소유 농지는 필지를 기준으로 59.7%, 면적을 기준으로 67.6%다.

“전국 농촌이 비슷할 것”
평택의 농촌마을 주민들은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어떻게 봤을까. 인광리 최충일 목사는 헛웃음을 지으며 “전국의 농촌이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도 안중역 들어서면서 개발 분위기 있으니까 외지인들이 지분 쪼개서 산 다음에 쓸데없이 비닐하우스 올리고, 필요 없는 나무 심고, 논에다 흙 뿌려서 보상 많이 받는 밭으로 무단 변경하고… 전국적으로 다 그럴 거예요.” 도대리 ㄴ씨는 LH 직원이나, 황산리·도대리 땅을 사들이는 외지인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는 투로 말했다. “투기니 아니니 하지만, 그 사람들은 사실 다 투기잖아요.”

평택=글 변지민 기자 dr@hani.co.kr·이정규 기자 jk@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참고 문헌

1.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지법상 예외적 농지소유 및 이용실태와 개선과제’, 2019

2. 평택시, ‘평택의 사라져가는 마을 조사보고서’, 2018

3. 사동천 홍익대 법과대 교수, ‘합법적으로 농지를 소유한 비농업 상속인이 농지를 불법적으로 용도변경한 경우 농지처분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2019

4.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토지공개념에 기초한 농지관리 제도 개선 방안’,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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