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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은? 생산성은? 주4일제 기업에 물어보니

“월급 안 줄어요? 생산성 안 떨어져요?” 주4일제 시행하는 기업에 묻다
등록 2021-04-25 07:11 수정 2021-05-04 11:57
2021년 4월15일 방문한 서울 구로구 에듀윌 본사 사무실. 주말을 제외하고 주중 하루를 더 쉬는 ‘드림데이’를 사용한 직원이 많아 업무 공간의 절반이 비어 있다. 류우종 기자

2021년 4월15일 방문한 서울 구로구 에듀윌 본사 사무실. 주말을 제외하고 주중 하루를 더 쉬는 ‘드림데이’를 사용한 직원이 많아 업무 공간의 절반이 비어 있다. 류우종 기자

‘국내 최초 주 4일 근무 화장품 기업’.
충북 충주시에 있는 화장품 제조회사 에네스티의 마케팅1팀 부장 용민기씨의 명함에 적힌 문구다. 그만큼 ‘주 4일 근무’는 회사의 최고 복지이자 자부심이다.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은 채용을 위한 지하철 광고를 하며 ‘주4일제’를 내걸었다. 입사 지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주4일제, 주4.5일제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4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적용했던 ‘놀금’(노는 금요일)을 격주로 확대했다. 월간 단위로 따지면 사실상 주4.5일제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부터 월요일 오후에 출근하는 주 4.5일 근무를 운영한다. 에스케이(SK)그룹도 2019년 월 2회 주 4일 근무를 도입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조정훈(시대전환), 박영선(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주4일제 혹은 주4.5일제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정치적 의제로도 떠올랐다. 2021년 일본 정부는 선택적 주4일제 도입을 검토하고, 스페인 역시 정부가 주4일제 희망 기업을 향후 3년 동안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주5일제는 산업화 시대 포디즘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1926년 미국 포드자동차를 창업한 헨리 포드가 주말에 공장 기계를 강제로 끄면서 주5일제가 본격 논의된 것이 100년 전이기 때문이다.
<쇼터: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시대가 온다>의 저자 알렉스 수정 김 방은 “일 잘하는 사람은 일만큼 휴식시간도 소중하게 관리한다. 그들의 비결은 ‘의도적인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쉴 때도 전략을 짠다”고 했다. 장시간 노동을 일 잘하는 것으로 인식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 주4일제가 보편화될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어떤 삶이 펼쳐질까. 주4일제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 앞서 온 미래를 엿봤다. _편집자주

금요일은 장범석(39)씨의 ‘드림데이’다. 쉬는 날은 팀원들과 협의해 미리 고르는데 그는 주로 금요일에 쉰다. 9살 아이와 2박3일 캠핑을 가기 위해서다. 아이의 등교와 하교도 드림데이만큼은 함께한다.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 프로그램에 가기도 한다. “모두 엄마뿐이라 조금 쑥스럽지만, 아이가 ‘우리 집은 아빠가 왔다’며 좋아해서 뿌듯했다.”

장씨가 일하는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이 주4일근무제를 도입한 지 어느덧 2년. 시행 초기엔 적응이 쉽지 않았다. 쉬는 날에도 사내 전용망에 접속하거나 업무를 지시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영상개발실 파트장인 그는 팀원들과 꾸준히 대화하며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게 백업 체계를 만들고, 업무를 세분화했다. 이제는 쉬는 날에 일하는 일은 거의 없다. “쉴 수 있다는 생각에 근무할 때도 집중력이 커졌다. 하루 더 쉬고 출근하니까 ‘월요병’도 없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 집에서도 말이 부드러워지고, 아내와 사이도 더 돈독해졌다.”

장씨는 에듀윌 직원이 30명밖에 안 되던 시절인 2007년에 입사했다. 50명 미만 사업체에는 주5일제가 2008년 7월부터 적용됐기에, 그는 주 6일 근무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주6일제부터 주4일제까지 경험한 그가 말한다. “월급을 더 준대도 다시는 주5일제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주 3일을 가족과 함께 휴식하는 시간은 돈으로도 살 수 없다.”

연간 1967시간 일하는 한국 사람

2004년 한국 사회는 주5일제를 도입했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법정 노동시간을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였다. 주5일제는 사업체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돼, 2011년 7월에야 20명 미만 사업체까지 적용됐다. 주5일제 이후 월평균 노동시간은 6시간 정도 줄었다(34~37쪽 참조). 법정 노동시간이 40시간으로 줄었어도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로 최대 주당 68시간까지 일할 수 있어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2018년 주52시간제가 도입돼, 최대 노동시간이 주당 52시간으로 단축됐다. 그 덕분에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1시간 줄고 퇴근 뒤 회식이 크게 줄었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했지만, 연간 노동시간은 다른 나라보다 여전히 길다.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임금노동자 연간 노동시간을 보면 한국은 1967시간으로 회원국 37개국 가운데 멕시코(2137시간)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회원국의 평균 연간 노동시간은 1726시간, 독일·미국·일본 같은 주요국의 연간 노동시간이 각각 1386시간·1538시간·1644시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매우 긴 편이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전세계는 ‘주4일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21년 일본 정부는 선택적 주4일제 도입을 검토하고, 스페인 역시 정부가 주4일제 희망 기업을 향후 3년 동안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한다(32~33쪽 참조). 한국에서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조정훈(시대전환), 박영선(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주4일제 혹은 주4.5일제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의제로 떠올랐다. 주52시간제가 모든 기업(2021년 7월 50명 미만 사업장 도입)에 확산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에듀윌처럼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주4일제(주 32시간 근무)를 시행하는 기업들이 있다. 이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 ‘주4일제’ 하면 떠오르는 의문을 묻고 답을 찾아봤다.

1. 임금이 삭감되지 않을까

2019년 6월 에듀윌은 ‘드림데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주말을 제외하고 하루 더 쉬는 주 4일 근무 체계를 마련했다. 하루 8시간씩 주 32시간 근무한다. 쉬는 날은 직원들이 고른다. 금요일에 쉬는 직원이 가장 많다. 다음으로 월요일, 수요일 순이다.

주 4일 일한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것이 ‘임금은 삭감되지 않았나’다. 장범석씨는 “5일에 걸쳐 해야 할 일을 4일 만에 하는 것이기에 임금은 줄지 않는다. 임금인상률도 주4일제 시행 전과 같다”고 했다.

충북 충주에 있는 화장품 제조회사 에네스티는 2010년부터 3년간 직원 80%에게 주4일제를 시범운영했다. 이후 문제점을 보완해 2013년부터 전 직원에게 확대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9시간(오전 8시30분~오후 6시30분)씩 주 36시간을 일한다. 2009년 에네스티에 입사한 ㄱ(40)씨는 “주4일제를 도입했지만 임금은 그대로”라고 했다.

주4일제의 핵심은 임금은 같은 수준이되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정희정 영국 켄트대학 교수(사회학)는 “주4일제의 취지는 ‘노동시간 단축’인데 이는 ‘주중 압축 노동’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했다. “후자는 기존 노동시간인 40~50시간을 주 4일 안에 압축적으로 일하는 제도인 반면, 전자는 하루 평균 8시간씩 주 4일, 총 32시간으로 노동시간 기준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임금을 삭감하는 파트타임 개념과도 다르다.”

한 에듀윌 직원의 달력. 금요일을 ‘드림데이’로 표시해뒀다. 에듀윌 제공

한 에듀윌 직원의 달력. 금요일을 ‘드림데이’로 표시해뒀다. 에듀윌 제공

2.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4월15일 오후 4시, 적막하던 에듀윌 사무실에 활기가 돌았다. 4시30분까지 휴식 시간이다. 직원들은 지하 1층에 있는 ‘에듀윌역’(직원 복지 공간)에 내려가 간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2층에서 일하는 학습관리팀장 김선옥(40)씨와 팀원들은 “우리가 에듀윌역에 제일 가까운 층”이라며 “덕분에 제일 먼저 간식을 선점할 수 있다”고 했다. 휴식 시간을 기다리는 이유는 그 외 시간엔 동료끼리 말 한마디도 나누지 않을 정도로 업무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주4일제를 도입하면 업무 일정을 맞출 수 없고 노동생산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주4일제를 경험한 직원들은 오히려 생산성이 올라간다고 했다. 다만 닷새가 필요한 일을 나흘 만에 끝내려면 업무 시간에 집중해서 일해야 한다. 또한 팀원 부재시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에듀윌에선 사내 메신저를 통해 팀원끼리 일정과 쉬는 날을 공유한다. 업무 일지 작성도 필수다. 공무원 CM 2팀 매니저 양준영(28)씨 업무 일지에는 ‘기획서 작성, ○○ 강사님과 연락’ 등 오늘 무슨 일을 했는지, 내일 무슨 일을 할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 내용이 팀장에게도 보고되기에 맡은 일을 시간에 맞춰 끝내게 된다. 또 회의와 보고도 간소화됐다. 주간 회의는 일주일에 한 번, 30분 이내로 끝내고 보고서는 1쪽 이내로 작성한다. 회의를 짧게 하기 위해선 상사의 빠른 결정이 필수다. 양준영씨는 “무언가를 보고하면 팀장이 예스나 노를 즉각적으로 알려준다”고 했다.

정희정 교수는 “장시간 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실제 노동시간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당 40시간 일한다는 사람들은 실제 평균 37시간 일하고, 75시간 이상 일한다는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자신의 노동시간 25시간 이상을 과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에듀윌의 매출은 주4일제 시행 전 815억원에서 시행 후 1193억원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오프라인 학원의 매출은 줄었지만, 온라인교육이 더욱 활성화된 덕분도 있다. 에네스티의 매출은 2013년 83억원이었으나 주4일제 시행 뒤 점차 늘어 2016년 100억원을 돌파했다.

물론 성공적인 사례만 있는 건 아니다. 임금이 체불될 정도로 회사 재무 상태가 넉넉하지 않았던 에이스그룹은 2016년 주4일제 시행 9개월 만에 파산했다.

3. 일자리 나누기, 가능한가

주4일제 시행 전 470명이던 에듀윌 직원은 현재 780명으로 늘었다. 고객지원팀장 김선옥씨는 “2019년 1월 회사에서 주4일제를 할 거라고 공지하면서 사람이나 시스템이 필요한지 알아보라고 했다. 부족한 인력을 요구했고 실제 새로 뽑았다”고 말했다. 인사팀장 최형산(47)씨는 “고객상담센터는 주말에도 운영하기에 신규 인력이 많이 필요했다. 현재 상담원 130명이 모두 정규직으로 주4일제 교대근무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고용주 처지에선 인력 채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생산성이 높아져도 새로 뽑은 사람에 대한 비용이 추가로 들기 때문이다. 결국 주4일제는 ‘일하기 좋은 직장’이란 인식을 만들어 우수 인력이 입사하고 이직하도록 하는 ‘인적 투자’라고 봐야 한다. 홍보마케팅팀 파트장 어재원(38)씨는 다른 교육기업에서 일하다가 주4일제 때문에 에듀윌로 이직했다. “주4일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에듀윌로 이직했는데, 주4일제는 최고의 복지다.”(어재원씨) 20대인 양준영씨도 “우리 또래는 돈보단 취미활동,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높은 연봉보단 평일 하루 더 쉬는 걸 선호한다”며 “친구들도 에듀윌에 어떻게 입사할 수 있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최형산씨는 “주4일제 시행 뒤 업무 포지션별 입사 지원자가 두 배 이상 늘었고, 채용 사이트 접속률도 70% 이상 증가했다”며 “덕분에 우수한 인재를 많이 뽑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4. ‘장시간 노동=일 열심히 하는 것’이란 기업문화, 바꿀 수 있나

주4일제 시행 뒤, 야근이나 주말 출근이 늘어나진 않았을까. 주4일제를 시행한 기업에 다녔던 ㄴ씨는 “은근히 야근이나 주말 출근을 강요하는 분위기였다. 사람을 더 뽑아주거나 잔업 수당을 주지 않으면 허울만 주4일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2012년부터 하루 6시간 노동제를 시작한 보리출판사에서도 시행착오가 있었다. 이 회사에선 연장근로는 한 달에 18시간으로 제한되고, 그걸 넘으려면 상사에게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연장근로는 수당이 아니라 대체휴가로만 보상한다. 연장근로를 제한하지 않고 돈으로 보상하면 ‘하루 6시간 근로제’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 필자를 만나도 연장근로를 신청하지 못하거나, 시간 적립을 해도 업무량이 많아 대체 휴가를 쓰지 못하는 등 문제가 생겨났다.

에네스티도 공식적인 휴무일인 금요일에 출근하는 직원들이 있다. 회사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택배로 보낼 화장품을 포장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다. 어느 팀이든 상관없이 순서가 돌아오는데 두 달에 한 번꼴이다. 그러나 본사가 아니라 물류창고로 출근하고 기존 업무와 상관없이 포장 업무를 하기에 당직 이상의 업무는 하지 않는다. 재무팀 사원 전아라(27)씨는 “금요일 당직을 서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야근이나 주말 출근을 해본 적이 없다. 오후 6시30분이면 대부분 직원이 퇴근하고, 금요일에도 본사로 출근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오래 일하는 것이 열심히 하고 잘하는 것이란 인식이 없다.”

회사에 오래 있을수록 일을 잘하는 사람이란 고정관념이 바뀌려면 평가·승진 기준을 근무태도보다 성과·실적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에듀윌은 주4일제 시행 뒤 성과 평가 방식을 전환했다. 야근이나 휴일근무 수당이 사실상 사라진 만큼 성과급을 더 많이 받도록 설계했다. 성과급 지급 기준도 예전에는 A등급부터 E등급까지 상대평가였지만, 주4일제 시행 뒤 절대평가로 바꾸었다. 실적만 좋으면 누구라도 좋은 평가를 받고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5. 평등한 가사노동과 육아, 가능한가

김익수(32)씨는 2019년 아내가 임신했을 때 에네스티에 입사했다. 이전에 다른 지역에서 일했지만 충주에 주4일제 기업이 있다는 걸 알고 지원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진 아내가 육아와 가사노동을 더 하지만,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진 김씨가 가사일을 도맡는다. 11개월인 아이가 좀더 크면, 쉬는 날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가거나 여행할 생각에 벌써 설렌다.

김씨처럼 육아하는 직원들은 주4일제 만족도가 높다. “직장맘은 학교 행사에 참여하기 힘들기 때문에 엄마들 모임에서 배제되는 경향이 있는데, 주4일제를 하고 나서 처음으로 학부모위원회를 한다. 아이를 봐주는 친정엄마와 아이가 ‘이번주는 ‘드림(데이)’ 언제야?’ 하고 묻는다.”(에듀윌 김선옥씨)

주4일제 도입은 부부가 평등하게 가사와 육아를 분담할 가능성을 키운다. 정희정 교수는 “남성이 육아나 가사를 덜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장시간 노동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이 출산 이후 저임금 파트타임으로 옮겨가거나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경우, 남성은 혼자 생계비를 벌어야 한다는 압박이 강해진다. 그래서 남성들은 승진이나 임금 인상에 지장을 줄 법한 행동을 할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주4일제는 남성의 가사와 양육 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

반대로 주4일제가 남녀의 성별 분업을 고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네덜란드 정부는 1982년 바세나르협약 이후 시간제 근무를 활성화하고 파트타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제정해왔다. 이 덕분에 고용률 70% 이상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론 파트타임 고용자 중 여성 비율이 70%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남성은 전일제, 여성은 시간제 선택이 네덜란드에서는 보편화된 것이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사내에서 일부만 주4일제를 할 경우 남성은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여성만 주4일제를 선택해 승진이나 연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밤근무 노동부터 먼저 도입하면 어떨까

전문가들은 교대제나 밤근무 노동자가 많은 특정 산업 분야에 주4일제를 먼저 도입해보자고 제안한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정보통신기술(ICT), 보건의료, 철도, 공공 분야 등에서 교대제, 밤근무 노동자를 주4일제 시범 대상으로 꼽았다. “간호사 직종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높은 노동강도 때문에 병원을 떠나는 이가 많다. 임금 인상도 이들을 붙잡을 조건이 안 된다. 노동시간 단축 외에 대안이 없다.”

낮은 기본급 때문에 초과근무로 임금을 보전받는 저숙련·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주4일제가 도입되면 실질임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도 크다. 정희정 교수는 “주4일제와 별개로 이미 존재하는 문제이고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이를 기업 내부의 자원으로만 해결하지 않고 기본소득 등 국가 차원의 정책과 조응하면 전환기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희 교수는 “장시간 노동을 포기 못하는 이유는 보편적 복지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녀 양육과 부모 돌봄은 물론 자신의 노후까지 현재의 임금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주4일제 같은 노동시간 단축은 교육비와 노후 생계비를 혁신적으로 경감시키는 사회보장시스템 개편을 전제해야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글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표지이야기 - 주4일제, 해보니 어때?

월급은? 생산성은? 주4일제 기업에 물어보니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252.html

조정훈 의원 “주4일제를 대선 의제로”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253.html

하루 6시간 일했더니 기다리는 줄이 짧아졌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254.html

2004년 주5일제, 경제도 살렸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2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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