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궁금한 7가지

백신 패권 등장과 부스터 샷 영향… 7가지 질문으로 짚어본 백신 수급 상황
등록 2021-04-24 11:50 수정 2021-04-25 02:12
2021년 4월19일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항공 승무원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년 4월19일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항공 승무원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백신 정치’의 국면이다. 국내에선 백신 수급 문제를 두고 여야가 맞서고, 세계적으로는 백신 패권 경쟁이 펼쳐진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탓에 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은 ‘희귀 혈전’ 부작용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높은 접종률에 힘입어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기 시작한 이스라엘을 부각하며 ‘무능한 정부 때리기’에 나섰다. “지금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백신의 안정적 확보와 접종”(2021년 4월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라고 말할 정도로 정부는 다급해졌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2월26일 시작됐다. 요양병원·시설 관계자와 의료인을 시작으로, 4월19일부터는 돌봄시설 종사자와 항공승무원, 26일부터는 사회필수인력 등으로 접종 대상이 늘어난다. 정부는 4월까지 300만 명, 상반기까지 1200만 명을 접종한다는 계획이다(표2). 국내외 각종 자료와 전문가들의 분석 등을 참고해, 백신을 둘러싼 궁금증 7가지를 알기 쉽게 정리했다.

1. 국내 백신 수급은 정확히 어떤 상황인가

현재 국내에서 접종하는 백신은 두 종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00만 도즈(100만 명분), 화이자 백신은 187만 도즈(약 93만 명분) 들어왔다. 두 차례씩 접종해야 하므로 2도즈가 1명 접종분이다. 6월까지 아스트라제네카는 867만 도즈, 화이자는 555만 도즈가 추가 공급된다. 모두 합쳐 상반기까지 공급 확정된 백신 물량은 총 1809만 도즈다(4월22일 정부 발표). 1200만 명 1차 접종에는 충분하다. 2021년 공급받기로 계약한 전체 물량은 1억5200만 도즈(7900만 명분)에 이른다.

그런데도 왜 조급해하는 걸까. 문제는 백신의 양이 아니라, 공급 시점이다. ‘당장’ 접종 가능한 백신이 많아야, 집단면역 형성 시점도 앞당겨진다. 2분기에 들어온다던 모더나 백신 4천만 도즈(2천만 명분) 도입이 하반기로 늦춰진 점도 정부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정부는 백신 제조사들과 (구체적인 공급 계획을 두고) 릴레이 협상 중이다.

백신 접종 속도는 더디다. 4월까지 300만 명을 접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4월22일 0시 기준 접종자 수는 190만여 명이다. 하루에 13만 명씩 접종해야만 목표치(300만 명)를 겨우 넘길 수 있다. 항공승무원 등 젊은층이 많은 접종 대상자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희귀 혈전’ 부작용을 걱정한 탓인지 접종 예약률(50~60%대)이 낮은 실정이다.

2. 접종률이 너무 낮은 것 아닌가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은 3.2%(4월19일 0시 기준)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를 보면, 일본(1%)보다는 높지만 이스라엘(61.9%), 영국(48.5%), 미국(39.6%)에 견줘 크게 낮다(그림2). “코로나19 방역에 잘 대응했던 한국, 일본 등이 상대적으로 적은 확진자와 사망자로 인해 백신 접종에서는 ‘느림보’(the laggard)가 됐다”(4월17일 <뉴욕타임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는 정부도 인정한다. “거리두기 같은 방역에 한계가 있어 백신 접종을 우선해 확진자 수를 줄이는 전략”(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을 선택한 미국, 영국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실제 정부는 백신 도입을 서두르지 않았다. “백신 개발 기간이 매우 단축됐기 때문에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1등, 2등으로 백신을 맞을 이유가 없다”(2020년 12월23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고 했다.

백신에 대한 절박함이 달랐던 셈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인구 100만 명당 9만 명이 넘고, 사망자도 1700~1800명꼴에 이른다. 한국은 인구 100만 명당 누적 확진자 2247명, 사망자 35명꼴이다(그림1). 다만 높은 접종률이 곧 ‘코로나19 조기 종식’을 의미하진 않는다. 일일 신규 확진자(4월20일 0시 기준)로 보면,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1.4명 확진자가 발생한 데 비해 영국은 2.8명, 이스라엘은 2.6명, 미국은 18.5명에 이른다.

3. 정부는 왜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가

백신 수급은 복잡한 양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돌발 변수가 많아서다. 첫째는 이른바 ‘백신 패권’의 등장이다. 현재 한국이 도입하기로 한 백신은 다섯 종류다(표1). 이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만 영국이 개발했고, 나머지는 모두 미국 제조사가 개발했다.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외국에 수출하는 물량을 조절한다. 이 때문에 ‘백신 불평등’도 나타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는 국제 백신 공동구매·분배 조직인 코백스(COVAX)가 애쓰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의 백신 접종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둘째는 백신 자체의 문제다. 최근 미국에선 백신 효과를 더 높이기 위해 ‘부스터 샷’(추가 접종)을 검토한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최고경영자(CEO)는 ‘2차 접종 완료 뒤 12개월 안에 추가 접종을 해야 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백신을 확보하려는 국가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도 ‘부스터 샷’ 추가 계약에 나섰다.

4. ‘희귀 혈전’ 부작용은 괜찮은가

셋째 변수는 부작용 논란이다.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어 얀센 백신도 ‘희귀 혈전(혈액응고)’ 부작용 논란에 휩싸였다. 얀센 백신은 600만 명분이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은 4월20일 얀센 백신을 맞은 뒤 뇌 정맥 등에서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혈전이 매우 드물지만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사실을 인정했다. 4월 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같은 부작용이 인정됐다. 혈전은 대부분 60살 미만 여성에게서 접종 2~3주 안에 발생했다. 하지만 EMA는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익이 희귀 혈전 발생 위험보다 크다”고 밝혔다.

앞서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단장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30살 미만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희귀 혈전으로 인한 위험에 견줘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4월12일 추진단 발표). 백신을 맞고 나서 4~28일 안에 심한 두통, 호흡곤란이나 복통 등이 나타나지 않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다만 희귀 혈전 발생률은 최소 12만5천 명 중 1명, 최대 100만 명 중 1명꼴일 정도로 드물다(질병관리청 ‘의료인용 혈전증 안내서’).

5. 모더나·화이자가 아스트라제네카보다 더 좋은 백신인가

이에 더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뒤 19일 만에 사지가 마비돼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진단을 받은 40대 간호조무사 사례가 알려지면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덩달아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의 몸값은 높아졌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방식은 크게 둘로 나뉜다. 이른바 ‘바이러스 벡터’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은 몸속으로 들어갈 운반체(벡터)인 아데노바이러스에 유전자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사람의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mRNA’(메신저RNA) 백신으로 일컫는 모더나·화이자 백신은 바이러스 유전자를 이용해 항원에 해당하는 유전정보를 담은 유전물질(RNA)을 넣는다. RNA가 온도 변화에 민감해 영하 70도(화이자)에서 보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두 종류의 백신 사이에 효과 차이는 크지 않다고 말한다. 백신 접종군과 비접종군 사이에 중화항체 형성 효과,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 등을 비교하면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90%에 가까운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백신을 1분기에 맞은 접종자와 미접종자 사이에 나타난 ‘백신 효과’를 조사했더니, 아스트라제네카 85.9%, 화이자 91.7%로 나타났다(4월8일 0시 기준).

6. 백신 추가 확보는 가능할까

국내 기업 5곳도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들어갔으나,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당분간은 외국 제조사의 백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에스케이(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레제네카 위탁생산에 이어 6월부터 노바백스도 생산할 예정이고, 또 다른 기업이 백신 생산 계약을 진행 중이어서 추가 백신 확보에 용이한 측면이 있다.

미국과 ‘백신 스와프’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 제조사의 백신을 먼저 지원받은 뒤, 한국이 갚겠다는 것이다. 4월21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미국과 진지한 협의는 하고 있지만, 미국도 국내 집단면역을 위한 백신 비축분에 여유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5월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아예 러시아 스푸트니크V 백신을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7. 언제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나

정부는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는 단계’를 11월께로 내다본다. 전체 인구의 70%가량인 3600만 명이 2차 접종을 마치는 시기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할 수는 없다. 백신 항체 유지 기간이 얼마인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과는 어떤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최근 국내에서도 인도 ‘이중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8명이 확인됐다. 백신이 코로나19를 철통 방어해주는 것도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4월16일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백신 접종자 7700만 명 가운데 0.007%(5800명)가 코로나19에 감염(이른바 ‘돌파 감염’)됐다.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백신 접종 이후 고령층 감염자와 중증환자 비중이 크게 낮아진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는 희망을 증명한다.

4월22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35명 발생했다. 1월7일(869명) 이후 최고치다. 위태롭게 버텨온 방역의 살얼음판이 깨지면,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해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꿈도 저만큼 멀어진다. 방역과 백신은 끝까지 함께 가야 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