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뉴스 큐레이터] 스토킹처벌법이 있었다면

등록 2021-04-09 17:37 수정 2021-04-10 01:48
연합뉴스

연합뉴스

집요한 스토킹 끝에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참혹하게 살해한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됐다. 1996년생 만 24살 김태현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태현은 3월23일 오후 5시30분쯤 스토킹 피해자 A씨 집에 찾아가 홀로 있던 A씨 동생에게 퀵서비스 기사라고 속여 침입한 뒤 동생을 죽였다. 그리고 밤 10시30분께 귀가한 A씨 어머니에 이어 1시간 뒤 귀가한 A씨를 살해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 명을 죽인 뒤 김태현은 냉장고에서 맥주 등을 꺼내 마시며 사흘 동안 집 안에 머물렀다고 한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KBS와 한 인터뷰에서 “9월부터 시행되는 스토킹처벌법이 있었다면 경찰이 사전에 제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태현은 온라인게임을 하다가 알게 된 A씨를 3개월간 스토킹한 것으로 추측된다. A씨가 모바일 메신저에 올린 사진 속 택배상자로 주소를 알아내 집으로 찾아갔다. A씨는 생전에 김태현을 ‘검은 패딩’으로 지칭하면서 “너무 무섭다, 귀가할 때마다 돌아서 가야 한다”는 등의 피해를 주변인들에게 밝혀왔다.

2021년 9월부터 시행되는 스토킹처벌법은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법이다. 이전에 스토킹은 벌금 10만원짜리 경범죄로 취급됐다. 상해나 폭행을 입지 않아도 접근금지 명령이나 유치장에 구속해 실질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법의 목표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다면 피해자는 검은 패딩을 입은 남자를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더라도 ‘피해자 보호’ 부분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신고조차 두려워하는 피해자 대신 주변인이 즉각 신고하고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절실하다.

정성은 콘텐츠 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관심 분야 웃기고 슬픈 세상사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