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촛불은 꺼졌다. 이곳저곳에서 “이러려고 촛불 든 게 아니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래서 <한겨레21>은 문재인 정부 집권 46개월 동안(2017년 5월~2021년 3월) 한국 사회가 얼마나 진보했는지, 문재인 정부가 촛불 시민들한테 제시한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2017년 7월 발표)는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전문가들한테 물었다. 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 <한겨레> 대선정책자문단에 참가한 전문가들을 밑돌 삼아 11개 분야, 모두 33명의 전문가에게 전자우편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들었다.
전문가들의 평균점수(별점, 5개 만점)는 2.66개(28명 응답). 절반의 성공이다. 다행히 촛불 정부엔 “아직 시간이 1년이나 남았다”.(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_편집자주
유아부터 대학까지 교육의 공공성 강화
교실 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
교육의 희망사다리 복원
교육 민주주의 회복 및 교육자치 강화
고등교육의 질 제고 및 평생·직업교육 혁신
미래교육 환경 조성 및 안전한 학교 구현
교육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에 기대한 가장 큰 개혁과제 가운데 하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더 나빠진 교육 공공성의 가치를 복원하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선 국공립 고교 무상교육 실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의 전액 국고 지원과 함께 이른바 ‘유치원 3법’ 도입 등이 손에 꼽힌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고교 무상교육은 고등학교 학비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던 서민 가구들이 경제적 혜택을 받게 돼 부모의 소득 격차가 교육 기회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도 “사립유치원에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도입해 재정 투명성을 높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 4년 교육정책에서 가장 미진한 대목으로 꼽히는 건 초중등 교육 왜곡의 주범인 학벌 문제와 입시제도 개혁 관련 부분이다. 채효정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은 “초중등 교육에서는 대학 서열 체제와 입시 위주 교육 개혁이 가장 큰 과제였지만, 대학 서열을 건드리지 않고 수능 절대평가나 수시·정시 비율 조정 등 입시제도 개선에만 중점을 두는 바람에 핵심적 개혁을 하지 못했고, 오히려 역풍을 일으켜 그나마 제도 개편도 좌초됐다”고 평가했다. 이찬승 대표는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공약하고 여론 반발로 그 이행을 포기했고, 대입 정시 비중을 40%로 높임으로써 고교학점제 및 교육의 다양성 구현에 역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된 데는 취임 초기 교육 개혁의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수능 과목 절대평가를 둘러싼 공론화 과정 등에만 매몰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성룡 소장은 2018년 진행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을 들어 “어떤 교육적 철학이나 비전 없이 그저 다수결로만 결정한 것으로, 사회적 여론이 미래 교육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꼴이 됐다. 촛불혁명 승리로 대한민국 교육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던 절호의 기회를 수능시험 절대평가제로 묻어버린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채효정 편집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4차 산업혁명론에 근거한 교육 설계를 그대로 계승해 미래형 학교와 미래형 인재 육성 정책을 계속 유지한 것이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못한 점”이라며 “교육의 이유와 목표를 자본주의적 활로를 모색하는 산업계 요구에 복무시켰다”고 짚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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