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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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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아나 #좋아요

인터넷상에서 위로·지지받는 극단적 다이어트
등록 2021-02-02 12:32 수정 2021-02-02 23:34
1349호 표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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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16)은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로 ‘#좋아요 #좋아요 반사 #반사 #첫줄반사’ 등을 쓴다. ‘좋아요 반사’는 ‘좋반’이라고도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좋아요’ 해줬으니 너도 답으로 ‘좋아요’ 해달라는 말이다. ‘나 2천원 비싸졌어’라는 말은 뼈가 없어져 순살이 되었다는 것으로, ‘너 뼈 때리는 말 했다’라는 뜻이다. 지난 1년간은 온라인상에서 초·중·고발 ‘밈’(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이 창발했다. ‘눈 오면 오리 만들기’ 유행도 청소년에게서 시작해 어른으로 번졌다. 연령이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에서도 초·중·고 학생들은 SNS를 통해 자신만의 또래문화를 형성해나간다.

이 중 현실에서 잘 만날 수 없기에 SNS에서 활발하게 형성되는 문화가 있다. 3년 전이 자해였다면 지금은 ‘프로아나’다. 프로아나는 거식증(anorexia)에 찬성(pro)한다는 뜻이다. <한겨레21>은 2018년 말 3부작(제1237호~제1239호)으로 청소년 자해를 취재했다. 자해 청소년은 대부분 자해 사실을 가족에게 숨기고 현실의 친구들에게도 숨긴다. 그들에게서는 지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홍현주 한림대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은 청소년 자해 관련 토론에서 “인터넷에서 서로 만나 연애하다가 같이 자해하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들과 소통하다 따돌림을 당하고 자해하기도 한다. (…) 어른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세상”(제1237호)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교육 상황이라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에 청소년기의 아웃사이더 정서가 결합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대한민국 현실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은 SNS의 트렌드에 달렸다. 자기 몸을 혹사해 세상의 규율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요즘 청소년들이 매달리는 것은 ‘프로아나’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된 유진(가명)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SNS에 접속하는 시간이 늘었다. 트위터에서 ‘프로아나’라는 해시태그가 눈에 띄었다. ‘개말라’가 되려면 키에서 120을 뺀 숫자, ‘뼈말라’가 되려면 125를 뺀 숫자의 몸무게가 돼야 했다. 유진의 키는 158㎝, 몸무게는 49㎏. 유진은 38㎏을 목표 몸무게로 정했다. 가상공간의 2차원 전시를 위해 3차원 현실에서 유진의 몸은 망가졌다. 현실에서 그의 다이어트를 지지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매번 먹는 것을 피하거나 토하는 아이를 부모는 정신과에 데려갔다. 유진은 SNS에서 프로아나를 알게 되고, 그것이 아름답다고 느꼈고, 같이 “조일 사람”을 찾고, 몸무게가 빠지는 방법을 알고, 몸무게가 빠진 몸을 전시했다. 먹고 토했고 SNS를 통해 칭찬받았다.

식이장애 전문 심리상담사인 김윤아 상담사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프로아나 관련 상담이 더 늘어났다고 말한다. “프로아나를 실행하는 청소년은 현실의 또래 친구와 소통하기보다는 SNS의 미디어 이미지에 더 매달린다. 코로나19 이후 집에만 있다보니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을 곳이 줄어 다이어트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지희 정신건강임상심리사는 “청소년들은 또래나 성인들에 의해 일종의 ‘아웃사이더’로 간주되는 것에 높은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향이) 다른 사람들이 비난하거나 두려워하는 행동일수록 더욱 강화된다”며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일종의 집단 정서가 되면 집단이 외부와 배타적일수록 집단 내 친밀도나 응집력이 강해져 점차 그들만의 문화로까지 발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표지이야기 - 네이티브 온라인 인간의 고독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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