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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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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교육 만화 ③] ‘문상’과 학교 알림장 사진 맞교환?

범죄 방어하기: ‘피해 예방’이라는 용어에서 벗어나기
등록 2020-12-01 11:43 수정 2020-12-03 02:00


<한겨레21>이 디지털성범죄를 정리하고, 앞으로 기록을 꾸준히 저장할 아카이브(stopn.hani.co.kr)를 열었습니다. 11월27일 나온 <한겨레21> 1340호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이후 1년동안 일궈온 성과와 성찰, 그리고 여전히 남은 과제로 채웠습니다. 이곳( https://smartstore.naver.com/hankyoreh21/products/5242400774)에서 구입 가능합니다.

*[디지털 성교육 만화 ②] 아이 컴퓨터에 '직박구리' 가득하다면에서 이어집니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587.html

우리는 앞서 성폭력 예방은 ‘가해 예방’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방어가 필요할 때도 있죠. 위험에 처했을 때, 혹은 위험 상황을 알아차리고 ‘최소한의 방어’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디지털성범죄 방어(Self-defense) 레벨을 올려봅시다.

레벨업1 랜덤채팅앱 의심하기!

“유튜브에서 동네 친구를 만들어준다는 채팅앱 광고를 많이 봤어. 요즘 친구들도 못 만나고 심심하니 한번 깔아보고 싶은데 스마트폰에 채팅앱 깔아서 온라인 친구를 만들어도 될까?”

랜덤채팅앱 아주 많죠? 다양한 채팅 서비스가 매일 새로 생겨나고 없어집니다. 동네 친구, 또래 친구 찾기 등으로 홍보해서 의심 없이 내려받아 이용하기 쉬워요. 그런데 이런 앱들은 본인 인증을 하지 않고 신원 확인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기에 범죄도 함께 일어나기 쉬워요. 30대 남성이 10대 청소년인 척 나이와 성별을 속여 접근할 수도 있죠.

청소년 성범죄의 상당수(67%)는 이런 채팅앱에 의해 일어납니다.(여성가족부, 2016) 이 때문에 랜덤채팅앱은 ‘청소년 유해 매체’로 지정됐어요. 앱을 깔지 않는 것만으로도 최소한의 범죄 방어를 할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하세요!

레벨업2 내 개인정보를 소중히 여기기!

“문상(문화상품권)을 팔려고 SNS에 글을 올렸더니 모르는 사람이 사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런데 대뜸 학교 알림장을 찍어 사진을 보내라고 한다. 문상과 학교 알림장이 무슨 상관이지? 조금 찝찝했지만 알림장 사진으로 뭐 어떻게 하겠어. 문상 팔아야 하니까 빨리 보내줘야겠다.”

‘개인정보, 조금 노출되면 뭐 어때?’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이미 페이스북 같은 SNS에 이름, 사진, 다니는 학교까지 다 공개됐는데 그까짓 게 뭐 대수냐고 여길 수도 있죠. 그러나 개인정보는 소중합니다. 이름과 사진, SNS 아이디, 비밀번호, 학교, 주소, 휴대전화번호 등 나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 모두요. 협박 용도로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내가 직접 개인정보를 말하지 않아도 대화나 무심코 올린 사진에서 개인정보를 알아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알림장 표지에는 학교와 내 이름이 쓰여 있죠. 알림장을 보고 개인정보를 알아내 악용할 수도 있어요. 온라인에 내 이름과 사진, SNS 아이디와 비밀번호, 주소,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았는지 한 번 더 살펴봐요!

레벨업3 온라인 접근, 의심하고 또 의심하기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메신저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갑작스럽게 메시지를 받았다. 이벤트에 당첨됐다고 한다. 내가 이벤트에 응모했나?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상품이 에어팟이라니 완전 신난다. ‘상품을 수령하려면 알몸 사진을 보내주셔야 합니다.’ 사진을 보내는 게 너무 이상하지만 에어팟을 갖고 싶기도 하고, 얼굴만 보이지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

“조건이 괜찮으신 것 같아요. 학생 모델 알바 지원해보시겠어요? 모델 지원을 위해서는 나체 사진 한 장과 이력서를 보내주시면 됩니다.”

“당신의 계정이 해킹되었습니다. 계정 복구를 원하시면 아래 주소로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널 너무 사랑해. 오빠 믿지? 서로 사진 보내주기 할래?”

이런 달콤하고 이목을 끄는 말들로 성착취는 시작돼요. 이렇게 접근해 사진과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그것을 빌미로 영상이나 사진을 퍼뜨리겠다며 또 다른 영상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메신저에 공개된 위치정보나 개인정보를 확인해 직접 만나자고 요구하거나,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기도 해요. 내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갈까봐, 혹은 부모님이 알까봐 두려워서 그들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게 되죠. 친절하게 다가오고 도움을 주겠다고 할수록 의심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의 말은 의심하고 또 의심하세요!

레벨업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잘못이 아니다

“조심했는데, 이럴 줄 몰랐는데 폭력에 노출됐어요. ‘채팅하지 말라고 했지!’ 고함치는 아빠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요.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경우에도 협박하는 사람이 잘못한 거지, 내 잘못이 아닙니다.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들키는 게 두려울 수 있어요. 그럴 때는 관련 기관이나 센터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세요. ‘너도 처벌받는다’는 가해자의 협박을 믿지 마세요. 성매매 등에 유입된 청소년은 피해자로 규정돼 보호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세요.

나가며

낯선 사람만 조심하면 성폭력이 예방된다고 믿었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나날이 성범죄는 발전하고, 점점 서로를 믿을 수 없는 현실 속에 보호자의 역할을 고민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성인들은 새로운 정보가 낯설고 부족한 상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은 발전하고 아이들은 성인보다 더 빨리 정보를 습득합니다. 성인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평소 대화에서 조금이라도 피해자 탓을 하는 분위기가 있다면, 아이들은 무서워서 보호자에게 얘기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피해 아동 사례를 보면 혼자 괴로워하며 힘들어하다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서야 주변 사람에게 알리는 일이 많습니다. 뉴스를 함께 보다가도 “왜 그러니까 밤늦게 돌아다녀” “채팅을 한 애들이 문제지” 같은 말이 아이들에겐 범죄가 피해자의 잘못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피해자는 피해자로서 보호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문제가 생겼을 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어른이 되어주세요. 아이들을 위한 첫 번째 안전장치가 되어주세요. 가정과 사회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함께 배워간다면 더 건강한 사회에서 아이들이 자라날 수 있습니다.

글·만화구성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만화 정재윤, 기획 <한겨레21>

*<디지털 성교육>은 아래의 링크에서 PDF 파일로 볼 수 있습니다.
http://h21.hani.co.kr/h21_service_inc/events/taeil_jeon50_resiz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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