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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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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시간 노동자 최저임금 차별 막으려면

내년 최저임금 역대 최저 인상률 속 8720원 결정
대만에선 시간제노동자 위해 시간급 더 높게 책정
등록 2020-07-18 06:26 수정 2020-07-19 00:44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7월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한 ‘2021년 최저임금 결정’ 결과 브리핑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7월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한 ‘2021년 최저임금 결정’ 결과 브리핑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청년을 조직 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은 2011년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며 주목받았다. 그해 9월 고용노동부가 커피프랜차이즈 137곳의 근로실태를 조사했는데, 절반(74곳) 넘게 시간제노동자에게 주휴수당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청년유니온은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을 전제로 한 주휴수당 폐지를 주장한다. 한국 사회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급증하는 초단시간 노동자

주휴수당이란 근로기준법 제55조 ‘휴일’ 규정에 따른 임금을 말한다.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일주일에 하루 이상 휴일을 보장하고, 그 휴일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로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노동권 문제로 거론되던 주휴수당은 2018~2019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주휴수당 부담도 함께 커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다보니, 근로시간을 주 15시간 미만으로 쪼개는 ‘쪼개기 계약’이 늘어났다.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는 주휴수당 관련 규정인 근로기준법 제55조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유니온이 5월8일부터 한 달간 39살 이하 청년노동자 660명을 조사한 결과, 15시간 이상 일해 주휴수당을 받아야 하는 노동자 가운데 63%가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노동자가 절반이 넘는 52.7%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17.8시간이었다. 또한 청년유니온이 경제활동인구조사 원자료를 분석해보니 2020년 2월 초단시간 노동자는 95만9천여 명으로, 2017년 2월 51만 명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초단시간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한다는 이유로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는 노동현장의 차별이 일상이 됐다. 예컨대 한 사업장에서 20시간 일하는 ㄱ씨와 두 사업장에서 10시간씩 일하는 ㄴ씨의 시급이 같으면 임금도 같아야 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한 사업장에서 15시간 이상 일해 주휴수당을 받는 ㄱ씨가 ㄴ씨보다 하루치 임금에 해당하는 16.7%를 더 받는 게 현실이다.

정보영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이 현장 상황을 전했다. “주휴수당을 받는 게 이토록 어렵다면 차라리 기본급화(최저임금에 포함)하자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많이 나왔다. 주휴수당이 기본급이 되면 ‘15시간 이상’이라는 기준을 두고 차별하는 논리적 근거가 없어진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주휴수당을 무급화하되 최저임금 절대 수준 자체를 1만320원(2020년 최저임금에 주휴수당 포함분)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을 최저임금위원회에 제안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년유니온은 원래 민주노총 추천 몫으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으로 참여해왔으나, 올해는 최저임금위원회에 들어가지 않았다.

주휴수당 폐지 딜레마

청년유니온의 주장에 반론도 적지 않다. 주휴수당은 아르바이트 같은 시간제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고 받아야 한다. 주 40시간 일하기로 한 노동자의 월임금을 계산할 때 시간급에 실제 일한 시간 174시간(40시간÷7일×365일÷12개월)이 아니라 209시간(48시간÷7일×365일÷12개월)을 곱해 계산하는 것에는 일주일에 하루씩 부과되는 유급주휴일 8시간이 포함돼 있다. 주휴수당이 포함된 월 기본급에서 주휴수당이 폐지되면 사용자에게 16.7% 임금을 삭감하는 명분을 준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주휴수당을 폐지하면서 “기존 임금조건을 저하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는 방법”(김홍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저임금 비교대상임금의 범위 조정’, 2018)도 가능하겠지만, “규정을 두는 것만으로 주휴일의 무급화로 인한 근로자의 소득 저하가 충분히 억제될 수 있는지 다소 의문이 든다”는 반론(권오성 성신여대 교수, ‘주휴수당의 딜레마’, 2018)도 나온다. 특히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선 교섭력 덕분에 임금 하락을 막아낼 수 있지만, 무노조 사업장에선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주휴수당 폐지가 오히려 임금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주휴수당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초단시간 노동자의 시간급을 전일제 노동자의 시간급보다 높은 수준으로 정하는 게 대안으로 제시된다. 한국과 같은 주휴수당 제도가 있는 대만이 좋은 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6월 펴낸 ‘주요 국가의 최저임금제도’를 보면, 대만은 주 2일의 유급주휴일이 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을 월 30일, 240시간 기준으로 책정하고 별도로 시간급 최저임금을 정한다. 시간제노동자는 상여금 등 복지가 없고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는 일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시간급 최저임금을 월급 최저임금의 시급 환산액보다 높게 책정한다. 2020년 대만의 월급 최저임금은 2만3800대만달러(약 96만9천원)로 시간급으로 환산하면 99.1대만달러(약 4036원)지만, 시간급 최저임금은 158대만달러(약 6435원)로 시간급 환산액보다 1.6배 높다. 인상 추세를 보면, 2020년 월급 최저임금은 2014년과 비교해 25% 올랐지만, 시간급 최저임금은 45%나 인상됐다. 이런 형태로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바꾸려면 한국에서는 업종별로만 구분 적용이 가능한 최저임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최저임금

AC(After Covid19·코로나19 이후) 2년, 2021년의 최저임금은 8720원으로 결정됐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인상률보다 낮은, 역대 최저(1.5%)를 기록했다. 이번 최저임금 논의 때도 여느 해처럼 양쪽 모두가 받아들이기 힘든 임금수준안을 제시하고 반대하는 노사 위원들이 퇴장하는 진통 끝에 공익위원이 제시한 안으로 결정됐다. 노사 모두 임금수준을 가지고 언성을 높였을 뿐,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와 이를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초단시간 노동자 등을 위한 최저임금 논의는 없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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