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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큐레이터] ‘붙박이’ 지선우를 응원해

등록 2020-05-23 06:21 수정 2020-05-24 03:54
JTBC 제공

JTBC 제공

지선우(김희애 분)가 그대로 고산에 머물렀다. 지난주 종영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 주인공 지선우는 이혼 뒤에도, 아들이 가출한 이후에도 드라마 시작 때부터 나온 자신의 집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혼 뒤 고산으로 돌아온 이태오는 고산시에서 가장 유능한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병원 부원장인 지선우를 고산에서 쫓아내기 위해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지선우를 향한 폭력이 행해졌고, 가해자의 시선이 두드러진 VR(가상현실) 촬영 기법이 연출에 사용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경시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혼 여성에게 가해지는 편견의 말, “병원 일은 병원에서만 하라. 밤늦게 병원장이 이혼녀와 술집에 앉아 있는 건 소문도 있고 좀 그렇다”(병원장 아내 말)는 대사도 나왔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가 지선우가 차라리 고산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면 안 되냐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혼 뒤 여성들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 떠나는 확률이 높다. 이혼에 대한 사회적 낙인 탓으로 추정된다. 국토연구원 자료를 보면 이혼 여성은 기혼 여성에 비해 대도시, 그중에서 비교적 도심 지역에 거주한다. 대도시가 보장하는 익명성 때문이리라. 여성은 불안정한 고용형태, 열악한 근무환경, 낮은 임금과 가부장적인 일터 문화 등 노동시장에서 ‘사중고’를 겪는데, 이혼한 여성은 사회참여에서도 따돌림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선우는 고산에 남았다. 이혼 뒤 여성 서사는 지금 여성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이어져야 함을 보여준 <부부의 세계>를, 그리고 지선우의 삶을 응원한다.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관심분야 - 주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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