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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폭염 시민모니터링

38℃까진 멈추지 말고 일하라

고용노동부, 폭염시 옥외 작업중지 기준 작년보다 3℃ 높여…
작년 서울 22일 작업중지 가능했지만 올해 기준으론 4일뿐

제1270호
등록 : 2019-07-05 15:06 수정 : 2019-07-0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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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2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건설현장 폭염 안전규칙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건설노동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2018년 여름, 한반도에 기록적인 폭염이 닥쳤다. 자연재해에 버금가는 무더위에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온열질환자 4526명, 그중 48명 사망. 언론 보도가 쏟아졌고 각종 대책이 발표됐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는 폭염 대비책을 얼마나 마련했을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먼저 좋은 소식은 폭염이 ‘자연재난’에 포함되면서 폭염으로 인명 피해가 생길 경우 정부가 지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11개 법안이 통합·절충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지난해 9월 본회의를 통과한 덕분이다. 현재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7월1일 이후 열사병 등 폭염 피해를 입은 사람을 지원하고 있다.

나쁜 소식은, 그 밖의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인명 피해 예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일터에서의 폭염 대책’이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온열질환자 중 절반가량은 실외와 실내 작업장, 논·밭·비닐하우스 등 일터에서 생겼다.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무더위 시간대(오후 2~5시)에 일을 멈추고 쉬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법 개정이 쉽지 않다.

일터 폭염 대책 관련 법안도 국회에서 멈춰

노동자에게 ‘폭염시 작업중지권’을 부여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되긴 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 대표 발의안(2018년 9월13일),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 대표 발의안(2018년 9월17일) 등이다. 현행법은 산업재해가 일어날 급박한 위험이 있어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할 경우 사용주가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게 하는데, 그 위험 요소에 자연재난(폭염)을 포함시키자는 제안이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2018년 10월31일)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폭염에 노출되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우려가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이 사업주에게 직접 작업 중지를 명령할 수 있고, 이에 따르지 않을 때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작업 중지로 건설일용직 노동자의 임금이 줄었을 때 그 일부 또는 전부를 정부가 보조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8월 말 더위가 한풀 꺾이면 다음해까지 폭염이 국민적 관심사에서 사라지는 시기적 특성의 영향이 컸다. 또한 2018년 12월 유해·위험 작업의 사내 도급을 금지하는 산안법 전부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주요 쟁점 사항들이 법에 반영된 뒤로 산안법 개정 논의가 뜸해졌다. 국회사무처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김용균법 통과 과정이 워낙 급하게 진행되다보니 폭염과 관련해선 논의되지 않았다. 그 뒤로는 산안법 관련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더 나쁜 소식’이 있다. 고용노동부가 6월4일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보호 대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는데, 무더위 시간대에 옥외 작업 중지를 권고하는 기준이 지난해보다 3℃ 높아졌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지방고용노동관서를 통해 알린 작업 중지 기준 온도는 35℃였다. 올해 가이드라인에선 그 기준이 38℃로 올랐다(앞서 설명한 법안과 달리 이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이 없다).

기온 3℃ 차이는 작지 않다. 기록적인 폭염이 닥친 2018년 서울에서 최고기온이 35℃를 넘었던 날은 총 22일이다. 그중 최고기온이 38℃를 넘었던 날은 총 4일이다. 2018년만큼 강한 폭염이 닥친다고 했을 때 고용노동부가 건설 현장에서 오후 2~5시 작업을 중지하도록 권고할 수 있는 날은 지난해 기준으로 22일, 올해 기준으로 4일이다. 노동계 일각에선 “폭염 대책이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실제 현장 노동자가 노출되는 온도는 기온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기온이 38℃가 될 정도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폭염에 뜨겁게 달궈진 철근 옆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40~50℃를 훌쩍 넘는 온도에 노출된다는 설명이다. 최 실장은 “올해 가이드라인에 문제제기를 하려고 고민 중”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 “지난해와 똑같은 뉘앙스”

최고기온이 38℃를 넘는 날은 아주 드물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에서 38℃ 이상인 날은 하루도 없었다. 전국에서 더운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대구도 이 기간에 38℃ 이상인 날은 한 해 하루씩에 불과했다(2018년엔 총 6일). 반면 서울에서 35℃ 이상인 날을 살펴보면 2015년 1일, 2016년 9일, 2017년 2일이었다. 대구에서 35℃ 이상인 날은 2015년 12일, 2016년 18일, 2017년 18일, 2018년 29일이었다.

기준을 35℃로 하느냐 38℃로 하느냐에 따라 작업 중지 권고 일수는 큰 차이를 보인다. 35℃를 기준으로 삼으면 지역별로 매년 수일, 수십 일 정도는 무더위 시간대 작업 중지가 권고될 수 있다. 반면 38℃를 기준으로 삼으면 작업 중지는 거의 권고되지 않을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35℃와 38℃의 차이가 무의미하다고 해명했다. 어차피 가이드라인 자체에 처벌 규정이 없고 기온이 높을 때 되도록 일하지 말라는 뜻이므로 “지난해와 똑같은 뉘앙스”라고 말했다. 올해 가이드라인에선 35℃ 이상일 경우 “무더위 시간대 옥외 작업 단축 또는 작업 시간대 조정”이 권고 사항이다.

고용노동부의 말마따나 실제 지난해에도 가이드라인은 거의 실효성이 없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토목건축 현장 노동자 230명을 설문조사해 2018년 7월24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무더위 시간대 작업이 중단된 적이 없다”는 응답자가 85.5%였다. 사용주에게 이를 강제하는 법은 앞서 살펴봤듯 국회에 멈춰 있다.

다만 두 가지 측면에서 35℃와 38℃의 차이는 의미 있다. 하나는 향후 국회에서 ‘폭염시 작업 중지’ 관련 법이 통과될 경우 시행규칙을 만들 때 현재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이 참고될 수 있다. 또 하나는 정부 발주 사업에서 이 가이드라인이 강제성을 띨 수도 있다. 지난해 8월1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지자체·공공기관 발주 건축·토목 공사는 폭염이 심한 낮 시간대에는 작업을 중지, 덜 더운 시간대에 일하거나 작업을 며칠 연기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정부 가이드라인 그마저도 건설노동자 위주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이나 국회에 발의된 산안법 개정안이 ‘건설노동자’ 위주로 짜여 있어 폭염에 취약한 다른 노동자들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온에 노출되는 실내 노동자나, 한 장소에 머물지 않고 이동하는 야외 노동자 등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예로 조리노동자가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가 전국 학교의 급식실 노동자 1302명을 설문조사해 6월26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여름철 건강 이상을 경험한 노동자가 88.6%였다. 각 교육청에서 여름철 식중독 우려로 튀김, 부침 등 익힌 음식을 하라고 지침을 내리는데, 냉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급식실에서 이런 음식을 하다 열탈진 등을 겪는 노동자가 많다는 설명이다.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는 지난해 8월3일 “조리 작업 등을 고열작업으로 규정하고, 모든 고열작업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59조는 용광로 등 고열작업을 규정하고, 사업주가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하도록 한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열작업을 지정할 수 있다.

이 단체는 “건설 현장뿐 아니라 집배원, 택배노동자, 주차요원, 거리 환경미화원, 옥외나 외곽 담당 미화노동자, 퀵서비스 노동자, 검침원, 공항 활주로 지상 조업이나 항만 노동자, 인터넷·에어컨 설치기사와 같은 서비스업종 옥외 작업자들, 농어업 작업자, 조리, 비행기 청소 등 옥내 고온 환경에서 일하는 작업자가 (고열작업에) 포함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폭염 노출 노동자 실태조사도 미비

2018년 한국 사회는 유례없는 폭염을 겪었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로 여름철 온도가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가까운 미래를 보여주는 일종의 ‘예고편’이었다. 일부 직종의 노동자는 폭염에 특히 큰 피해를 입지만 이들에 대한 대책은 아직 미비하다. 폭염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실태 조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한겨레21>은 취약 노동자들의 폭염 영향을 알아보고자 녹색연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과 함께 ‘2019년 폭염 시민모니터링’을 계획했다. 업무 특성에 따라 시민들이 각자의 일터에서 노출되는 실제 온도를 약 2주간 측정하는 실험이다. 7월10일까지 온라인 주소(http://bitly.kr/52aXvX)로 참가 신청을 받는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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